어제는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지난 1년, 매일을 하루같이 글을 쓴 제가, 어제는 쓰지 못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컴퓨터를 켰으나, 무엇을 써야할까? 생각하니 참 막막하더군요.

어제는 경찰 출석일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경찰서에 출두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참 싱숭생숭하더군요. 살면서 이런 일도 다 겪는구나... 누군가 내가 죄를 지었다고 고한 일도 처음이고, 내 죄를 가리기 위해 경찰에서 출두하라는 명령을 받은 일도 처음입니다. 

'내 죄가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글은 쓰지 못하고, 다시 컴퓨터를 덮었습니다.

오후에 노동조합 집행부 동료들과 함께 경찰서로 향했습니다. MBC 앞에서 택시를 잡고 "영등포 경찰서로 갑시다." 했더니, 기사님이 우리를 흘끗 보더니, "취재 가시는 건 아닐테고, 무슨 일로 가십니까?" 묻더군요. 앞자리에 앉은 동료가 "조사 받으러 갑니다." 하고 씩 웃었습니다. 

그러자 택시 기사님이 갑자기 미터기를 꺾었습니다. "고생하시는데,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이것 밖에 없군요. 요금은 안 받고 모셔드리겠습니다."

기사님은 인터넷 뉴스를 통해 MBC가 53일째 파업 중이란 소식을 읽으셨다고 했습니다. "다들 고생 많으십니다. 하지만 희망을 가지십시오. 많은 분들이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기사님의 말씀에 저와 동료들은 숙연해졌습니다. 

경찰서에 도착하니, 먼저 온 동료가 눈이 휘둥그레해져서 묻더군요. "아니, 어떻게 휴무 중인 택시를 잡아 타고 왔대?" 그제야 돌아보니, 미터기를 꺾고 달린 택시에는 휴무 표시가 뜨더군요.....

그 전날에는 회사로 맹인 안마사 분들이 찾아오셨습니다. "MBC가 파업을 하는 건, 장애인이나 빈민같은 약자들도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싸우시는 겁니다. 그런 여러분을 위해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이것 밖에 없습니다." 머리 희끗희끗한 맹인 안마사분들에게 어깨를 맡기면서, 몸은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더 무거워졌습니다.

이름 모를 택시 기사님 덕분에, 경찰서로 향하는 저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선생님의 귀한 뜻, 무겁게 새기겠습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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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짐작은 했네요. 2012.03.24 08: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글이 없어서 조사 가셨구나... 그저 읽어 드리는 것 밖에 못하네요. 미안합니다. 하지만 응원합니다. 화이팅!

  2. Tiret 2012.03.24 09: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응원합니다.

  3. 블루포엠 2012.03.24 1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힘내세요~~~~~제가 해드릴 수 있는게 정말 없네요 기도 밖에는... 늘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4. 애벌레 2012.03.24 13: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트윗에 노조위원장님 이야기만 올라왔길래
    조사 가시는지 몰랐는데 가셨군요ㅠ.ㅠ
    빨리 숙박왕도 조사 받아야 할텐데...............

    키보드로 힘내시라는 몇 글자 두드리는 것 밖에 해드릴 수 없어서 죄송해요.
    무늬만 천주교신자지만
    저도 오늘부터 숙박왕에게 국립호텔 무상급식의 기회를 주시라고 기도 열심히 할게요ㅋ

    방금 이거보고 저는 미친듯이 뒹굴었는데ㅋ
    pd님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보고 잠시라도 웃으셨으면^-^
    http://www.playxp.com/community/funny/view.php?article_id=3877709

  5. 엘레스 2012.03.24 14: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읽고 난 후 왜 이렇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나 모르겠습니다.
    저도 고작 해드릴 수 있는 일이 키보드로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알고 있고 힘내시라는 말씀 밖에 없군요.
    정말 감사드리고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부디 건강 조심하세요.

  6. 파업지지 2012.03.24 17: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힘내세요 여러분을 지지합니다~!!

  7. 힘내세요~ 2012.03.24 18: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주변없는 소시민이라..^^

  8. 퐈이야 2012.03.25 01: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ㅠㅠ 눈물이 나네요... 국민들이 응원하고 있습니당!! 힘을내고
    시간이 지나면 모두 추억이 될껍니당 ^--------^

  9. 후리하게,처절하게, 2012.03.25 01: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아침에 새글이 없어 몇 번을 다시 들어와 새로고침했는데도 글이 안 올라와 의아했는데 이런 일이 있었군요..ㅜ 피디님 그리고 방송언론사 모든 파업 응원합니다!

  10. 참나무볼펜 2012.03.25 13: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블로그 방문은 저에게 즐거운 습관이 된 것 같습니다^^ 어제 글이 올라오지 않아서 의아하게 생각했었거든요.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