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있어, 기쁨도, 슬픔도, 총량은 정해져있습니다.
어린 시절, 삶이 불행했던 저는, 스무살이 되면서, 문득 결심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불행을 보상받으려면, 앞으론 무조건 행복하게 살자. 나의 불행이 남에게서 온 것이라면, 앞으로 나의 행복은 오롯이 나에게서 올 것이다. 10대에 불행한 건, 주위 환경 탓일 수 있으나, 나이 마흔에 불행한 건 내 탓일테니까.
MBC PD로 일하며 15년간 참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MBC PD라는 게 창피해졌죠. '최고의 방송사'에서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건 순식간이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결심했죠. MBC의 몰락이 저들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면, MBC의 부활은 오롯이 우리 손에 달려있다. 언론 자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싸워서 얻어내는 것이니까.
과거 파업을 할 때마다 나는, 집회나 거리 선전전은 빼먹고 영화보러 다니고 놀러다녔어요. 나는 딴따라니까요. 그동안 나 대신 싸운 이들이 해고에, 징계에 하나 둘 사라지고, 둘러보니, 어느새 내가 제일 선봉에 서 있더군요. '그동안 농땡이 피웠으니, 이제는 네 차례야.' 세상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어차피 싸워야 한다면, 즐겁게 싸우자. 딴따라 PD답게 재미나게 싸우자.'
연예계 PD 생활 15년을 하면서 깨달은 것입니다. 인생 총량 보존의 법칙. 영원한 불행도, 영원한 행복도 없다. 신인 시절, 고생 많이 한 배우는 언젠가는 뜨구요. 어느날 벼락 스타가 된 사람은 어느날 갑자기 몰락합니다. 잘 되는 감독이라고, 늘 잘되라는 법 없어요. 오만해지면 대중은 바로 응징하거든요. 안 되는 배우라고 늘 무명인 법도 없어요. 대중은 항상 새로운 도전자에게 열광하니까요.
인생 총량 보존의 법칙.
잘 나간다고 오만해지지 말고, 못 나간다고 비굴해지지 말자.
오늘 열린 회사의 인사위에서 박성호 MBC 기자회장이 해직되었군요. 저는 다음 주 월요일 인사위에 회부된 상태랍니다. '파업 선동 및 단체 근로 거부'가 제 징계 사유지요.
제 형량이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는 한 가지, 형량이 크면, 자부심도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형량이 작으면, '저들의 눈에 나는 단순가담범, 잡범이었구나', 하는 자괴감이 클 것 같아요. 김재철 사장 체재에서 징계를 받는다는 것, 가문의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매일 매일 꼬박 꼬박 블로그에 글 올리며, 집회 프로그램 짜며, 뮤직 비디오 연출하며, 매체에 기고하며, 고생한 저의 노고를 인정해주는, 합당한 징계 형량을 기다리겠습니다. 이번 파업에는 저,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인생 총량 보존의 법칙을 기억하며, 겸허한 마음으로 월요일 인사위를 기다립니다.
박성호 기자회장의 해직으로 하루 종일 우울했다가, 저녁 촛불 문화제 때 나온 크라잉넛의 공연을 보며, 다시 활력을 찾았습니다. 크라잉넛의 노래에 맞춰 신나게 헤드뱅, 점프업, 푸츄어핸썹하며 느꼈습니다. '롹의 정신은 저항이구나.' 저 역시 즐겁게 저항하겠습니다. 딴따라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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