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MBC 총파업을 주도하는 노조 집행부에게 중징계가 내려졌습니다. 
해직 (이용마 기자) 정직 3개월 (저, 김민식 피디) 정직 2개월 (김정근 아나운서)

1년전부터 매일 아침,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으니,
오늘 같은 날에는 징계를 받은 소감을 쓰지 않을 수 없군요.

마님은 카톡에다, '뭐야, 해고 아냐? 겨우 정직 3개월이야? 노조 부위원장 맞아?'
동기는 트윗에다, '이번 파업의 핵심은 형인줄 알았는데, 왜 겨우 3개월이야?'
요딴 반응들 올려주고 계십니다. 

예, 인사 규정상 해고 다음 가는 중징계가 정직 3개월이랍니다. 저 나름 중죄인이거든요?
단순 가담범, 잡범 취급하지 마세요~^^

많은 분들이 위로해주고 계시지만, 전 사실 별로 징계를 받았다고 해서 우울하진 않습니다. 왜 그럴까? 저는 항상 다음과 같은 자세로 세상을 삽니다.

"Expect the Worst, Hope for the Best."

최악을 각오하고, 최고를 꿈꾼다.

어떤 일을 할 때, 두가지만 생각합니다. 최악은 무엇이고, 최고는 무엇일까? 노조 집행부 제안이 왔을 때, 고민했죠. 해야할까, 말아야할까? 집행부가 되었을 때, 최악과 최선은 무엇일까?

노조 집행부가 되었을 때,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는 해고입니다.

해고가 과연 최악일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존경하는 방송사 사장님들은 다 하나같이 해직 언론인 출신입니다. 김중배 MBC 전 사장님도, 정연주 KBS 전 사장님도 동아일보에서 해고된 분들이죠. 결국 MB 정권에서 해직 언론인이 된다는 것은 나같은 딴따라 피디가 꿈꿀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 아닐까요?  

해고는 어찌 보면 내 오랜 꿈을 실천하는 최고의 기회가 될 지 모릅니다. 제 꿈은, 공짜로 세상을 즐기는 것, 백수가 되어 거지처럼 살면서 안빈낙도를 실천하는 삶이거든요. 시립 도서관에서 책 속에 파묻혀 살고, 북한산 둘레길 산책을 매일 즐기는 삶... 이건 나의 오랜 로망이 아니던가!

이렇게 생각해보니, 해고도 그리 나쁜 결과는 아니더군요. 다시 최고의 결과를 생각해봤습니다. 

내가 노조 집행부가 되어 꿈꾸는 최고의 결과, 딱 하나입니다.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
 
사람들을 만나면, '어제 피디수첩 정말 통쾌했다! 뉴스데스크를 보며, '역시 MBC뿐이야!' 했다니까.' 이런 얘기를 듣게 되는 게 노조 집행부가 되어 꿈꿀 수 있는 최선입니다. 아, 상상만 해도 몸이 찌릿찌릿해지는 황홀한 상상입니다. 생각해보면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니에요. 불과 몇 년 전에는 늘 이런 얘기에 우쭐거렸으니까요. 돌이켜보니 참 아득한 옛날 같군요...

내가 각오한 최악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고,
내가 꿈꾸는 최고는 눈이 부신 미래다.
뭐가 문제입니까, 그냥 하면 되지~^^

15년 전 통역대학원 5층 시청각실에서 우연히 MBC 공채 모집 공고를 봤습니다.

'오락 피디? 재밌겠는데? 한번 지원해볼까........?
떨어지면 어떡하지? 에이, 한번 쪽팔고 마는거지, 뭐.
붙으면? 예쁜 여배우들 구경하고, 가수들이랑 춤추고 놀고..... 어, 그러다 나 스타 PD 되는거 아냐?' 최악은 그리 나쁘지 않았고, 최고는 상상만해도 눈이 부셨어요. 바로 지원했습니다.

항상 최악을 각오하고, 최고를 꿈꿉니다.

매주 한 명씩 해고자가 나오는 싸움, 
MBC 역사상 가장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지만,
내 옆에는 해고도 아랑곳 않고 "MBC를 살려내자!"며 싸우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내 눈에는 "역시 MBC가 최고야!"라며 박수갈채를 보내는 시민들만 보입니다.

정직 3개월,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만큼,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최악은 두렵지 않고, 최고는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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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삼손 2012.03.06 09: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멋진거 아냐? 처음 뵌지는 20년이 넘었지만 꾸준히 진화해나가고 계시는군요. 힘내세요~~~

  3. 잡범ㅋㅋ 2012.03.06 0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잡범 소리에 퐝 터졌습니다. 예능인의 자세를 놓지 못하시는 드라마국 김민식 피디님! ㅋㅋ 어서 재밌는 드라마에서도 뵙고 싶어요~ 아우! 대인배 사모님을 두셔서 겁날 거 없으시겠어요! 사모님 짱!!! 어... 피디님 응원해야 하는데 사모님에게 반하고 가는 나는 뭐죠? 오늘도 행복한 마지막으로 향하는 행복한 싸움 되시길! 홧팅!

  4. 가온아빠 2012.03.06 10: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이팅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같아도...상식과 진심은 통하겠죠.

  5. 화이티잉요~ 2012.03.06 12: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지시네요~
    화이팅!

  6. 응원 2012.03.06 13: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나가다 응원합니다!~

  7. 오주르디 2012.03.06 13: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로거 오주르디입니다.
    힘을 보태드리지는 못하고 포스팅으로 노조 응원하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이길 겁니다.
    김재철, 간당 간당 붙어 있는 썩은 낙엽 신세입니다.
    총선까지 버틴다면 충분히 승산 있는 싸움입니다.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MBC뉴스를 기대하며...

  8. 첫마음 2012.03.06 13: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 사진을 보니, 명탐정 코난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 으라차차! 파이팅!!!!!!

  9. 사자비 2012.03.06 15: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눈시울이 붉어지지만 웃으며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

  10. 힘내세요 2012.03.06 18: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멀리서 응원합니다. 파업 소식 찾다가, 아침부터 피디님 블로그에 푹 빠져 있는, 동남아 교포입니다. 힘내세요.

  11. ckck 2012.03.06 18: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쫌... 멋지시네요 ㅋ

  12. 김병준 2012.03.07 17: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힘내세요... 타 사이트에서 글 보고 격려라도 해드리려고 방문했습니다.
    본인의 정의를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싸워 이기길 바라겠습니다.

    • 김민식pd 2012.03.08 08: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혹시 디비디 프라임에서 오셨나요? 거기 제 글이 올라갔다는 얘기 듣고, 반가웠는데... 저도 디비디 프라임에서 놀던 아저씨 덕후인지라..^^

  13. 와우 2012.03.07 2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화이팅!!! 꼭 이기세요!!!!!

  14. 강냉돌이 2012.03.07 23: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징계까지 받으셨는데 꼭 목표를 이루시길 ;ㅡ;

  15. 구름~ 2012.03.08 13: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화제입니다.
    별 관심을 갖지 않던 이들까지 지지하게끔 만드는 밝고 명료한 생각과 글. 멋지십니다!
    힘내세요!

  16. 하루하루 2012.03.08 14: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영방송을 위해 애써주시는 노고 잊지 않겠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최악을 각오하고, 최고를 꿈꾸신다는 말씀....너무 뭉클하네요.
    마봉춘을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17. 언론이 2012.03.08 22: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론이 죽으면 죽은 사회.
    우짜등동 힘내십시오..마음으로 응원합니다.!!

  18. 가은아빠 2012.03.09 15: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장님이 보시면 실망하시겠어요^^
    지금은 십자가의 길 같지만 참언론을 위한 희망의 장정일것입니다. mbc방송인들을 적극 지지합니다.

  19. 루비 2012.03.09 19: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트윗타고 왔어요^^
    어떻게 이렇게 쿨하실수가~
    저도 한때는 역시 엠비씨밖에 없어~ 이런말
    자주 했었는데... 다시 그런 엠비씨가 되길
    바랄께요~ 김재철 보고 있나?

  20. 나답게 2012.03.09 22: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논스톱 연출하셨을때부터 팬이었답니다. ^^
    쉽지 않은 결정에 담대하게 대처하시는 모습 존경스럽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셨던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래봅니다.
    힘내시고 화이팅!!

  21. 김정숙 2012.05.14 0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논스톱피디님. 시트콤사랑 카페 회원이었습니다. 당신의 재능을 다시발휘 할 수 있게 꼭 언론 정상화 하시길 기도 하고 있습니다. 지치지 마세요. 건강 챙기시고요. 지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