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책을 왜 읽으시나요? 저는 외롭고 힘들 때 의지할 사람을 찾아 책을 읽습니다. 사춘기 시절 저는 외롭고 힘들었어요.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하는데 집에서도 외롭긴 마찬가지였어요. 아이들이 저를 힘들게 한다고 하면 아버지는 “네가 공부를 잘 해봐라. 그런 일이 생기나. 남들에게 존중받을 일을 하지 않으니 그런 거다.”라고 하셨어요. 모든 고민의 끝은 마치 공부만 잘 하면 될 것처럼 말씀하셨지요.
생각해보니 아버지는 제 나이 50이 되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셨어요. 가끔 물어보십니다. “네 입사 동기인 아무개는 부장 달았냐?” “네.” “너는 뭐가 부족해서 아직도 부장을 못 달았냐.” 할 말이 없습니다. 아버지가 반대한 노조 활동을 해서 그렇다는 걸 뻔히 알면서 하시는 말씀이니까요. 학교에서 공부를 잘 하고, 회사에서 승진을 잘 하면 인생에 아무런 고민이 없을까요? 그렇지는 않겠지요. 공부 잘 하고 출세한 사람들도 남모를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건 다 아니까요.
저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서는 제가 원하는 조언이나 충고를 들을 수가 없었어요. 아니, 늘 하시는 말씀마다 제 가슴에 상처를 남기기만 했지요. 그래서 저는 책을 읽습니다. 책 속에는 좋은 어른이 해주시는 귀한 말씀이 있거든요. 그런 조언으로 가득 한 책이 예전에도 소개한 적이 있는 <현실적인 인생 조언> (케빈 켈리/위즈덤하우스)입니다.
‘1년 전에는 참으로 무지했다 싶을 만큼 한 가지 주제를 깊이 공부하는 것은
가치 있는 한 해의 목표다.’
저는 매년 200권 이상의 책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한 가지 주제에 관한 책을 100권가량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습니다. 그런 다음 그 주제로 고민을 이어가고 글을 연재하고 원고를 모아 책을 냅니다. 그럼 매년 한 가지 분야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를 할 수 있어요. 올해의 목표는 경제 공부인데요. 이 책에는 경제에 대한 조언도 많이 나옵니다.
‘절대 신용카드로 외상 구매를 하지 마라. 신용, 즉 빚으로 사도 괜찮은 것은 주택처럼 교환가치가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큰 물건뿐이다. 물건들 대부분은 구매하는 순간부터 교환가치가 감소하거나 사라진다. 쓸데없는 물건을 위해 빚지지 마라.’
어렸을 때부터 읽은 재테크 책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조언이 할부로 차를 사지 말라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저축부터 하고, 돈이 모이면 현찰로 차를 삽니다. 그러면 저축의 효능감도 맛볼 수 있어요. 목돈을 모아 나 자신에게 큰 선물을 하는 기분이 들거든요. 할부로 차를 사면, 나는 매달 꼬박꼬박 빚을 갚아야 하는 사람이 됩니다. 빚을 갚는 것보다 돈을 모으는 것이 정신건강에 더 이롭습니다.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보다 (이번 달에는 카드 대금이 많아 자동차 할부를 못 갚으면 어떡하지?) 효능감을 맛볼 수 있어요. (야, 이번 달로 드디어 저축액이 2천만 원을 넘겼네? 무슨 차를 살지 슬슬 찾아볼까?)
‘돈은 과대평가되고 있다.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데는 별로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만약 그렇다면 오로지 억만장자들만 새로운 것들을 발명할 텐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돈이 부족한 사람들이 대부분의 획기적인 것들을 발견해낸다. 획기적인 발견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라면 부자들이 샀을 것이다. 새로운 것의 발명에는 돈보다는 열정, 끈기, 믿음, 독창성이 필요한데 이는 흔히 가난하고 젊은 사람들에게 많은 자질이다. 그러니 계속 갈망하라.’
과학 기술 문화 전문잡지 <와이어드>의 창간인이자 편집장답게 케빈 켈리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해줍니다. 역시 창업자들의 멘토는 달라요.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돈보다는 갈망입니다. 나의 결핍에서 새로운 갈망이 만들어지고, 그 갈망이 도전과 성과로 이어집니다. 나는 무엇을 갈망하는가, 그걸 계속 들여다보고 나의 갈망이 세상에서 쓰임새를 찾는 방법을 고민해봅니다.
‘일반적인 부동산 구입 전략은 가장 좋은 거리의 가장 나쁜 건물을 구입하는 것이다.’
싼 동네의 비싼 집 대신, 비싼 동네의 싼 집을 사라는 조언, 많은 책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부동산 관련 조언입니다.
‘요청이 수반된 칭찬은 칭찬이 아니다.’
이건 이 책 덕분에 새롭게 배운 점입니다. 칭찬과 요청은 거리가 멀수록 좋습니다. 칭찬은 평소에 자주 해두고 가끔 요청을 하세요. 그 편이 좋습니다. 요청할 일이 없을 때는 아예 칭찬을 하지 않는 건 너무 티 나거든요.
‘전화로 하는 권유나 제안에는 절대로 응하지 마라. 긴급함을 위장한 사기다.’
저는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는 받지 않습니다. 대신 ‘문자를 남겨주세요.’하고 답을 드립니다. 강의 일정을 잡는 게 급하다며 통화를 하자고 하면 메일 주소를 남깁니다. 전화 통화로 일정을 잡을 경우, 기존 스케줄과 중복이 될 수도 있고, 통화가 끝난 후 메모하는 과정에서 착각으로 혼란이 생기기도 쉽습니다. 메일로 온 경우, 정확한 소통이 가능하고요, 기록으로 남길 수도 있습니다. 업무에 관련한 중요한 연락은 글로 하는 게 저는 편합니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기력 회복을 위해 20분간 낮잠을 자는 법을 배워라.’
저는 회사에 다닐 때도 점심 약속 대신,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조용히 책을 읽다 사무실 한쪽에서 눈을 붙이는 습관을 길렀어요. 창의성이 중요한 사람은 종일 지친 상태로 달리는 것보다 낮에 잠깐 휴식을 취하는 습관이 좋습니다. 특히 저처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는 사람은 더 그래요.
‘하루에 한 가지씩 감사한 일을 적는 것은 가장 저렴한 심리 치료법이다.’
저는 하루 일과를 보내다 즐거운 일이 있을 때마다 사진을 찍습니다. 직접 만든 김치전, 새로 산 책, 극장에서 본 영화, 등등. 아침에 일어나 전날 찍은 사진 중 한 장을 골라 인스타그램에 #내가오늘행복한이유 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올립니다. 전날 내가 배운 것을 점검하는 과정인데요. 이보다 더 저렴한 심리 치료도 없다니, 계속 해야겠네요.
‘한 현자가 말했다. 말하기 전에 세 개의 관문을 거쳐라.
첫 번째 관문에서 “이 말이 사실인가?” 자문하라.
두 번째 관문에서 “필요한 말인가?” 자문하라
세 번째 관문에서 “친절한 말인가?” 자문하라.’
가끔 제 유튜브 영상에 달린 악플을 보고 상처받을 때가 있는데요. 앞으로는 힘들 때마다 이 세 가지 질문을 떠올려보려고요. 나에게 상처를 주는 이 댓글은 ‘사실인가? 필요한 말인가? 친절한 말인가?’ 내가 하는 말을 거르기도 좋지만, 남이 한 말을 거를 때도 필요한 조건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고른 원픽!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조언을 소개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일처럼 보이지만
당신에게는 놀이인 일을 더 많이 하라.’
일처럼 보이는 놀이, 무엇이 있을까요? 제게는 독서와 글쓰기, 외국어 공부가 그렇습니다. 남들은 1년에 200권의 책을 읽는 게 과중한 노동처럼 보이겠지만 제게는 놀이고요. 매년 새로운 외국어를 공부하거나 하나의 주제를 골라 책 한 권을 쓰는 것도 그렇습니다. 저에게는 즐거운 도전이자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무엇보다 하루의 일과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루틴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놀이처럼 보이는 걸 일처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박, 게임, SNS 활동에 과도하게 많은 시간을 쏟는 게 그렇지요. 놀이를 일처럼 하는 경우를 세상에서는 중독이라 부릅니다. 도박 중독, 게임 중독, SNS 중독. 일처럼 보이는 걸 놀이처럼 하며 살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평생 피디로 살며 즐거웠던 건, 시트콤 연출이나 드라마 제작이 제게는 놀이처럼 재미난 작업이었기 때문이고요. 이제 남은 평생, 공부와 일과 놀이의 구분이 희미해지는 그런 일을 하며 살고 싶어요. 독서, 여행, 강연, 집필이 다 제게는 그런 일들입니다.
<현실적인 인생 조언>. 짧은 아포리즘 같은 글들로 가득 한 책인데요, 깊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오늘도 책에서 배울 수 있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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