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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의 경제 공부

내가 선택한 고통

by 김민식pd 2024. 5. 10.

어느 미국의 유튜버가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로 규정한 영상이 화제가 되었어요. 뜨끔하면서도 의아했어요. 누가 그런 해석을 내놓은 걸까? 저자인 마크 맨슨은 한국을 “급속 성장에 대한 압박과 그로 인한 사회구조적 병폐”로 지쳐가는 나라라고 했어요. 앗, 마크 맨슨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신경 끄기의 기술>의 저자? 문득 그의 책을 다시 읽고 싶어 찾아봤어요. 예전에는 오디오북으로 읽었기에 블로그에 제대로 된 리뷰를 남기지 못했더군요. 오늘은 <신경 끄기의 기술>을 읽고 느낀 점을 공유할까 합니다.

경제학의 기본 개념 중에 ‘기회비용’이라는 게 있습니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포기해야 하지요. 모든 걸 가지려는 사람은 아무것도 잃지 않는 인생을 살려고 하는 것과 같아요. 어떤 부족함도 용납하지 못하는 태도, 모든 걸 가져야 한다는 믿음이 인생을 ‘지옥의 무한궤도’에 빠지게 만듭니다. 

한국 사회가 힘들어진 이유가 무엇일까요?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모든 것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말도 서툰 미취학 아동에게 영어 조기 교육을 시키고, 초등학교 교실에서 배우는 수학도 어려운데 중학교 수학을 선행으로 공부합니다. 수능만 준비하는 것도 힘든데 수시를 위해 내신을 관리하고 다양한 경험까지 쌓아야 하고요. 취업을 위해서는 정작 일터에서 필요할지 알 수 없는 무수한 자격증과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서히 지쳐갑니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경 끄기의 기술’이 아닐까요? 삶의 방향을 재조정하고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게 해주는 단순한 기술인데요. 가장 먼저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은 삶이 늘 어느 정도 고통스럽다는 사실입니다. 즉 우리가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든 인생은 실패, 상실, 후회를 수반하고 마지막엔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삶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엄청난 고난들을 순탄하게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천하무적이 될 수 있습니다. 단언컨대 고통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고통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예전에 이 책을 읽고 ‘불교의 가르침을 미국식 자기계발서로 포장한 책이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2500년 전 싯다르타 왕자와 현대 미국의 작가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궁궐에서 화려한 삶을 살지만, 자신이 생로병사의 고통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왕자는 고행을 떠납니다. 21세기, 자본주의 사회 미국에서 모두가 물질적 풍요를 누리지만 상대적 박탈감이 주는 허무와 불안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들이 늘어났어요. 

우리는 외로움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스마트폰 속 사회적 관계망에 집착합니다. 우울과 불안으로부터 달아나려고 자본주의 세계에 만연한 다양한 즐거움을 탐닉합니다. 고통을 피하려다 오히려 우리는 중독의 고통에 빠져듭니다. 이제 우리는 고통을 피하기 보다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어떤 고통을 받아들여야 할까요? 좋은 고통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내 삶을 성장시키는 고통.

저자가 던지는 2개의 질문이 있어요. ‘당신은 어떤 고통을 원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기꺼이 투쟁할 수 있는가’. 

사람들은 멋진 몸매를 원합니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서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찾아오는 고통과 육체적 스트레스를 견디지 않는 한, 식단을 세심하게 짜고 식사 때마다 양 조절을 하지 않는 한, 그런 몸매는 얻을 수 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창업을 원합니다. 하지만 위험, 불확실, 반복되는 실패, 무익할지도 모르는 일에 눈 딱 감고 바친 시간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면, 사업가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많은 이들이 부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현재의 즐거움 대신 미래의 행복을 위해 돈을 아끼고 모으는 고통을 감내해야 합니다. 당장 내 눈앞의 세상이 외치는 소음, ‘너에겐 이게 필요해. 이걸 당장 사야 해.’라는 소리로부터 귀를 막고, 머리를 도리질을 치며 ‘아니야. 난 그게 없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어.’라고 해야 합니다. 짠돌이로 사는 고통을 지금 견뎌야 언젠가 부자가 됩니다. 

20대부터 저는 항상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을 찾아 꾸준히 습관으로 바꾸어왔어요. 매일 영어 문장 10개를 외우는 건 고통입니다. 밤을 새워 드라마를 찍는 것도 고통입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블로그에 글 한 편을 올리고 출근하는 것도 고통입니다. 매년 한 권씩 책을 쓰는 것도 고통입니다. 피디로 일할 때는 시청자 게시판에서 조롱을 당하고, 책을 쓰고 유튜브에 나가 인터뷰를 하면 악플에 시달리기 일쑤입니다. 그런 고통을 견디는 것이 피디나 작가의 삶입니다.

힘들게 일하면 대신 금전적 보상이 주어집니다. 월급날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는 순간 행복합니다. 이 돈으로 무엇을 살까 생각만 해도 짜릿합니다. 하지만 그 돈을 바로 소비하지는 않습니다. 적금 통장으로 자동이체를 걸어 월급을 받자마자 돈은 미래의 나에게로 전해집니다. 현재의 나는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도서관에 들어올 때까지 견뎌야 하고, 가고 싶은 해외 여행이 있어도 주말에 한강 자전거 여행으로 대신합니다. 하지만 다 감당할 수 있는 고통입니다. 당장 사지 못해 죽을 것 같이 괴로운 건 없어요. 다만 저는 통장에 늘어나는 잔고를 보며 남몰래 뿌듯합니다. 지금의 불편함이 언젠가 내게 경제적 자유를 선물할 것이라는 걸 아니까요.

지난 5월 4일 노들섬에서 열린 서울 서커스 페스티벌에 갔습니다. 무료 관람이란 기사를 보고 바로 달려갔어요. (저는 공짜에 진심입니다. ^^) 그날 <우리 사이의 공기>라는 공중곡예를 보았습니다. 

사고로 장애를 얻어 가슴 밑으로 감각이 없는 벨과 어려서부터 댄서가 되는 게 꿈이었던 로프터스, 두 사람이 만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늘을 나는 공연을 보여줍니다. 휠체어를 타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은 장관입니다. 


휠체어를 탄 파트너와 연기를 한다는 게 힘들지 않았을까요? 왜 안 힘들겠어요. 휠체어를 탄 채 공중곡예를 배우는 건 두렵지 않았을까요? 왜 안 두려웠겠어요. 다만 그들은 선택을 한 겁니다.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허물고 하늘로 날아올라 새가 되기로. 그런 선택에 뒤따르는 건 고통입니다. 치열한 훈련과 끝없는 자기 관리로 무대를 완성 시켜야 한다는 고통. 저는 그 공연을 보며 이렇게 생각했어요. ‘인간에게 시간과 의지가 주어진다면, 마법도 가능하구나.’

(해외 아티스트를 초빙해 멋진 공연을 선물해주신 서울 서커스 페스티벌 관계자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는 평생 짠돌이로 사는 고통을 감내한 덕분에 50대에는 경제적 자유를 누리며 삽니다. 하기 싫은 일은 더 이상 하지 않고요. 매일 매일 일용할 설렘을 찾아다닙니다. 대신 이를 위해 긴 시간 참아야 했던 게 많아요. 대학 시절에는 당구를 쳐 본 적도 없고요. 직장 생활을 하며 술 담배 커피를 하지 않았어요. 평생 명품이란 걸 직접 사본 적이 없어요. 그렇게 살았어요. 그게 자유를 얻기 위해 제가 선택한 고통이거든요. 

성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나는 무엇을 즐기고 싶은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입니다. 당신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나요? 

(참고로 서두에 언급한 맨슨의 기사를 보시려면 아래 링크로~)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26288.html#cb

 

“가장 우울한 나라” 원인은 합숙·경쟁·유교…미 유명작가 ‘진단’

책 ‘신경 끄기의 기술’로 국내에도 유명한 미국의 작가 겸 유튜버 마크 맨슨이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로 규정한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급속 성장에 대한 압박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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