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파이어족 시나리오> (바호(이형욱) 지음/한국경제신문사)를 보면 한국형 파이어족에는 4가지 유형이 있답니다. 자산형, 현금 흐름형, 밸런스형, 쓰죽형. 하나하나 들여다볼게요.
1. 자산형 파이어족
자산형 파이어족은 기본적으로 자산을 불리는 데 남들보다 큰 보람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자산이 늘어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싶지만, 자산형 파이어족의 특징은 미래 가치를 위해 기꺼이 현재의 변동성을 감수한다는 점이지요. 규칙적인 현금 흐름에 집착하지 않고, 투자가치가 있는 자산에 투자를 하고 있어야 안심하는 성향입니다. 기회가 왔다고 판단되면 레버리지를 어떻게든 동원해서라도 집중 투자를 해야만 직성이 풀립니다. 투자에서 얻은 성취에 만족감이 크므로 투자를 취미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고요.
이런 분들은 적은 돈이라도, 보너스든 급여 소득이든, 돈이 생기는 대로 어떻게든 투자를 합니다. 펀드를 들거나, 주식을 하거나, 코인을 하면서 자산에 투자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지요. 그렇게 꾸준히 모은 자산을 든든한 뒷배 삼아 은퇴를 결정하는 이들이 자산형 파이어족입니다.
2. 현금 흐름형 파이어족
현금 흐름형 파이어족은 경제적 안정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경제적인 문제에 늘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매사 안정적이고 차분하게 행동하는 것이 이들의 DNA이기 때문에, 쉽게 부화뇌동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할 일을 해나가는 데 능숙합니다. 큰 수익을 얻을 기회가 있더라도 위험이 크다면 신중하게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이들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많은 현금 흐름형 파이어족은 규칙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해야만 발 뻗고 잘 수 있는 사람들이며, 변동성을 지켜보는 것을 어려워하는 측면이 있다는데요. 콱 찔립니다. 제가 이렇거든요. 평생 주식투자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이유는 투자를 통해 큰 차익을 얻는 것도 좋지만, 투자 수익을 얻는다는 기대감보다 투자금을 잃는다는 불안함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제게는 마음의 평화가 세상 그 무엇보다도 더 소중한 가치입니다. 위험을 담보로 하는 투자에 선뜻 나서지 않으니 크게 얻는 일도 적지만 크게 잃는 일도 거의 없다는 얘기에 이거 딱 나네, 싶었어요.
현금 흐름형 파이어족을 꿈꾸신다면 여러분이 가야 할 길은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것입니다. 직장에서 일을 해서 몸값을 올리거나 부업을 하는 거지요. 급여 소득 외에도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회사를 나와서도 꾸준히 소득을 올릴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MBC PD로 일하면서도 매일 아침 블로그에 글을 올리거나 매년 한 권씩 책을 내거나 주말에는 도서관 특강을 다니면서 적은 수입이라도 꾸준하게 버는 훈련을 했고요. 급여 외 소득이 급여 소득을 초과한 어느 날, 파이어 선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줄임말이기도 하지만 제게는... ‘이제 나는 내 인생에서 회사를 해고합니다.’라는 뜻이었어요. 40대에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3. 밸런스형 파이어족
밸런스형 파이어족은 다양한 경제적 시나리오에 대처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미래에 벌어질 다양한 상황에 대해 계획하는 것을 좋아하며, 미리미리 대비 방법을 준비해놔야 마음이 편안합니다. 그 어떤 투자 상품에 대해서도 한 번씩은 의심하고 위험을 따져보는 성향은 밸런스형 파이어족의 대표적인 특징이라고요. 단순히 자산이나 현금 흐름 중 하나가 많더라도, 위험에 취약한 자산 배분이 있다면 예상하지 못한 경제적 시나리오에 순식간에 망가질 수 있거든요. 자산이든 현금 흐름이든 잘 배분된 포트폴리오와 함께할 때만 밸런스형 파이어족의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저는 친구들을 만나 밥을 살 때가 있습니다. 은퇴하고 돈도 없는데 무슨 밥을 사냐, 라고 하면 이렇게 답합니다. “나는 3가지 돈이 많아. 과거의 돈, 현재의 돈, 미래의 돈. 즉 과거에 모아놓은 돈, 현재 벌고 있는 돈, 미래에 자동적으로 들어올 돈.” 이 세 가지는 각각 자산, 소득, 연금을 뜻합니다. 평생 매월 급여의 절반을 꼬박꼬박 저축한 덕분에 자산이 많고요. 퇴사 하기 전 10년 전부터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며 매년 200권 이상 책을 읽고 매년 한 권씩 책을 낸 덕분에 지금 들어오는 인세와 강연료 수입이 충분하고요. 주식이나 부동산보다 연금 저축을 더 선호한 저의 특성상, 앞으로 받게 될 연금 자산이 많습니다. 이 3가지 돈이 많은 사람은 노후에 경제적 고민은 줄어듭니다.
자, 만약 이렇게 미리 준비해둔 부업이나 자산이 없다면 어떻게 하느냐, 마지막 4번째 길이 있습니다. 그냥 지금 있는 돈 다 쓰고 죽자는 쓰죽형 파이어족이지요. 경제적인 불안으로 미래 대비를 하느라 지금을 낭비하는 것을 싫어하는 게 쓰죽형 파이어족입니다. 자산을 계속 관리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현재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에 반대하며, 차라리 그 에너지를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데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이들은 무엇보다 미래 자산에 대한 욕심이 크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한때는 자산 축적의 욕심과 미련이 있었지만, 이제는 현재를 즐기는 시간의 자유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미래를 위해 현재의 자유를 포기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죽을 때 남는 것은 쌓아둔 자산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마지막을 정리해줄 약간의 비용과 기억에 남을 만한 멋진 경험과 같은 정신적 유산이라고 말하는 이들.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서 많은 돈을 모으거나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적은 돈으로 즐겁게 사는 자세라고 생각하는 게 쓰죽형 파이어족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가요? 여러분은 이 4가지 중 어떤 시나리오가 더 마음에 끌리시나요? 저는 넷 중에서 밸런스형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쓰죽형이 되기엔 조금 소심하고, 자산형이 되기엔 너무 불안하고, 현금 흐름형이라고 하기엔 그렇다고 월세나 배당금 받는 투자를 해 둔 것도 아니고... 그냥 소소하게 여기저기 다리를 걸쳐둔 느낌이네요. ^^
경제적 자유와 조기 은퇴를 달성하고 파이어족이 되는 것은 0에서 1이 되는 것처럼 갑작스럽게 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진정한 목표가 무엇인지를 계속 고민하고, 자신을 탐구해가는 과정이 훨씬 중요합니다. 파이어족이 된다는 것은 기존 삶의 틀에서 벗어나, 행복을 찾아나가는 치열한 고민의 과정과 함께 점진적인 변화를 끊임없이 해나가는 여정이거든요. 언젠가는 여러분 모두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파이어족으로 사시기를 소망합니다.
짠돌이의 경제 공부, 다음 시간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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