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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의 경제 공부

나의 꿈은 연금술사

by 김민식pd 2024. 4. 15.

2024년 1월 유튜브 채널 <시니어 클라스>에 출연했을 때 피디가 물었습니다. "노후대비는 언제 시작하셨나요?" 문득 저도 궁금했어요. 언제 시작했더라? 그런데 마침 정확하게 한 날짜가 떠올랐어요. 그즈음 저는 55세 생일이 지났기에 개인연금 수령을 개시했거든요. 하나는 보험사에서 든 상품으로 가입일이 2002년 1월 16일. 또 하나는 은행상품으로 2002년 6월 26일 가입. 

매제가 당시 외국계 보험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요. 처음에 찾아왔을 때는 종신보험에 가입했어요. 수령자가 아내였지요. 당시 저는 신혼이었는데요. 내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남은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싶어 가입했고요. 다시 찾아왔을 때는 연금보험에 가입했어요. 2001년 봄에 첫 딸이 태어났는데요. 귀여운 딸의 반짝이는 눈망울을 보며, 이 아이를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무엇일까 생각하다, 연금을 붓기로 했어요. 아빠가 경제적으로 더 여유로운 노후를 보내는 것이 딸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 생각했거든요. 

당시 저는 5년 넘게 회사에서 급여를 받으면 주거래은행에서 적금을 붓고, 연말에 보너스를 타면 상담 창구에 가서 금리가 높은 예금 상품에 가입했어요. 제가 저축액이 꽤 많은 걸 알고 있는 창구 직원이 어느 날 개인 연금 가입을 권유했어요. 세제 혜택도 있다고요. 어차피 저축하는 거 연금 상품에 해도 괜찮겠다 싶어서 가입했고요. 그 덕분에 쉰다섯의 나이에 벌써 개인연금을 받게 되었어요. 이제 남은 건 수명과 싸움이에요. 오래 살기만 하면 됩니다. 

얼마 전에 영국에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러 간 딸이 연락이 왔어요. 친구들과 아이슬란드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혹 여행 경비를 조금 보조해줄 수 있냐고. 바로 그달에 받은 연금 중 일부를 딸에게 보냈어요. '아, 이러려고 내가 20년 전에 연금 저축을 했구나.' 

회사에서 사귄 친구들을 자주 봅니다. “퇴직자가 무슨 돈이 있냐, 내가 밥 사줄게.”라는 고마운 친구도 있는데요. 얻어먹기도 하지만, 제가 사기도 합니다. “내가 말이야. 평생의 꿈이 연금술사거든?” “연금술사? 물로 금 만들려고?” “아니, 연금 받아서 술 사는 사람. 근데 내가 술을 안 하니까 밥을 사는 걸로 할게.”

첫째가 태어났을 때 연금 저축에 가입했다면, 둘째가 태어났을 땐 부업을 찾기 시작했어요. 마흔에 늦둥이를 얻었는데요. 제가 정년퇴직할 때까지 회사에서 버텨도 둘째가 대학 졸업을 못하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어요. 늦둥이 아빠로서 나는 60이 넘어서도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구나. 

두 딸을 만났기에 연금 저축도 하고 자기계발에 박차를 가했어요. 요즘 저는 노후에 두 딸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일본어를 공부하고 피아노를 연습하며 치매 예방에 노력을 기하고요.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장요근 운동 3종 셋트를 매일 매일 반복합니다. 근감소증 예방이 노후에 자립적인 노인으로 사는 필수 요건이거든요. 

2002년 1월, 매제가 연금보험 계약서를 들고 왔을 때, 연금수령 개시일을 봤어요. 2024년 1월. 그때는 과연 그날이 올까 싶을 정도로 까마득한 미래였는데요. 요즘 매월 꼬박꼬박 통장에 꽂히는 연금을 보며 신기합니다. 20년 전 나의 선택을 대견해 하며 속으로 쾌재를 부릅니다. “연금술사 만세!” 

(앞부분에 언급한 <시니어 클라스> 유튜브 영상 주소는 여기로~)
https://youtu.be/1Tvc-jvr3SA?si=DbJXfjojbrHRft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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