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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의 경제 공부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

by 김민식pd 2024. 4. 8.

평생 살면서 돈에 대해 제가 깨달은 점 다섯 가지를 공유합니다.

1.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 
20대에 깨달았어요. 비록 가진 게 하나도 없어도, 도서관에서 책만 읽어도 행복하더라고요. 대학 1학년 때 자전거를 타고 전국 일주를 했는데요, 한계령을 넘는 것도 좋고, 동해안을 따라 달리는 것도 즐겁지만, 그냥 한강 자전거길만 달려도 가슴이 뻥 뚫리고 너무 행복했어요. 아, 즐겁게 살기 위해 돈이 꼭 필요한 건 아니구나. 이게 첫 번째 깨달음이고요.

2. 돈 없이도 행복한 사람은 불행을 견디며 살 이유가 없다.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깨달은 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행복이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게 행복입니다. 외부 영업을 뛰는 것도 힘든데 직장 내 괴롭힘까지 견디며 사는 건 죽을 맛이었어요. 나를 갈구던 상사에게 사표를 내던 순간의 통쾌함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 돈을 벌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고, 그 괴로움을 잊기 위해 돈을 쓰고, 구멍 난 통장을 메우기 위해 또 일해야 하는 악순환은 피해야 합니다.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에 이런 말이 나와요. ‘자신이 누린 행복보다 자신이 피한 재앙에 주목하라.’ 건강이 중요한 이유는요. 질병이나 고통이 찾아오면 그 이외의 모든 즐거움은 사라집니다. 하나의 고통이 모든 즐거움을 상쇄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기에 앞서 불행을 피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돈 없어도 행복하다고 믿는 사람은 불행을 견딜 이유가 사라집니다. 이게 진짜 행복입니다. 지금 아픈 곳 없이 건강하다면,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다고 믿어야 합니다. 만약 몸 어딘가 통증이 있다면, 통증은 살아있다는 신호라 믿고 반겨야 합니다. 더 많은 것을 추구하기 보다 지금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사는 삶을 소망합니다.

3. 남보다 더 열심히 하면, 남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영어를 열심히 했더니, 통역사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어요. 남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면, 혼자만의 차별화가 가능하고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이 생기거든요. 어떤 일을 좋아하면 열심히 합니다. 영업과 통역 중 통역이 더 좋잖아요? 그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서는 희생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어려운 일은 힘들게 이루어지거든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열심히 하다 보니 더 많은 돈을 벌게 되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악순환을 끊고 나니, 좋아하는 일도 하고, 돈도 버는 선순환이 시작되었어요.
 
4. 돈보다 재미를 좇으면 선순환이 가속 페달을 밟는다.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돈 버는 재미에 빠질 수 있어요. 조심해야 합니다. 통역 일을 할 때 제가 그랬어요. 1995년에 하루 일당 40만 원 주는 알바는 없어요. 그런데 통역만 나가면 40만 원씩 받으니까 돈에 쉽게 중독되더라고요. 문득 생각해봤어요. ‘이렇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는데, 남은 평생 돈만 벌고 살아야 하나? 더 재미난 일을 찾아보면 어떨까? 이를테면 방송사 예능 피디에 한 번 도전 해볼까?’ 떨어져도 손해 볼 건 없잖아요. 그럼 다시 프리랜서 통역사로 일하면 되니까. 그런데 덜컥 붙었어요. 해보니까 심지어 일도 재밌었고요. 계속 열심히 했더니 이제 내 인생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생겼어요. 통역사와 방송 피디. 처음 MBC 입사했을 때 수습사원 한 달 급여가 80만 원이었어요. 통역사 이틀 치 일당이었지만, 어차피 통역사 시절 돈은 많이 모아두었으니 일단 피디라는 직업에 계속 도전할 수 있었어요. 아껴서 모아 놓은 돈은 인생의 새로운 도전에 있어 윤활제가 됩니다. 

2010년 블로그 개시하고 6개월 동안 하루 방문자가 50명을 밑돌았어요. 괜찮아요. 어차피 MBC 월급도 있는데 굳이 블로그로 수익을 올릴 생각은 없어요. 조회수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썼습니다. 덕분에 훗날 책까지 냈고요. 이제 내 삶의 선택지는 더욱 늘어났어요. 번역, 연출, 집필, 강연. 새로운 일을 선택할 때마다 돈보다 재미를 중시했더니 행복의 선순환이 더욱 가속화되더라고요.
 
5. 돈을 좇으면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살다보면 고난과 시련이 찾아오는 건 상수입니다. 내가 아무리 잘 살아도 세상 일은 뜻대로 되지 않고요, 또 때로는 내가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거든요. 그럴 때 세상이 당신에게 고난을 주는 방법은 일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지요. 나이 마흔에 드라마 피디가 되면서 저의 꿈은 스타 피디가 되고, 잘 나가는 프리랜서 감독이 되는 것이었어요. 대장금을 연출한 이병훈 감독님은 60이 넘어서도 방송사를 넘나들며 스타 피디로 사시더라고요. 하지만 노조 부위원장으로 일한 후, 그런 기회가 사라졌어요. 회사는 제게 시련을 안겨 줬지요. 돈을 더 벌 기회가 사라졌을 때, 마음고생을 그나마 줄일 수 있는 건 돈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돈에 연연하면, 과거에 내가 했던 선택에 대해 후회를 할 수 있고요, 후회는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집니다. 반성은 자책과 자학으로 이어지기 쉽거든요. 세상이 나에게 돈 벌 기회를 빼앗아 가면 반성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다만 그게 괴로움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반성에서 성찰을 하고 성장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돈 벌 기회가 사라졌을 때, 괴롭지 않으려면 돈을 벌 수 있을 때 충분히 모아두면 됩니다. 그리고 돈이 벌리지 않는 동안은 다시 첫 번째 깨달음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돈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 징계를 받고 유배지를 떠도는 동안 저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서울 둘레길을 걸으며 마음 수양을 했어요.

모쪼록 돈 때문에 괴로운 악순환보다, 재미나게 일하고 돈도 버는 선순환의 삶을 사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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