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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의 경제 공부

투자보다 연금이 우선이다

by 김민식pd 2024. 3. 22.

요즘 경제 공부하느라 유튜브도 종종 봅니다. 유튜브에서 배우고 싶은 저자나 읽고 싶은 책을 찾기 쉽거든요. 연금박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영주 작가님의 강연을 보다 책을 찾아봤어요.

<부의 진리 : 삼성전자를 사야 하는 이유> (이영주 저)

강연에서는 연금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하시던데 정작 책의 부제는 ‘삼성전자를 사야 하는 이유’로군요. 주식 투자를 한다면 대한민국에서는 어느 회사가 우량한지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력이 좋은 기업이 경영 능력이나 기술력이 좋은 기업을 이깁니다. 자본력이 막강한 삼성전자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요.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려면 강남 부동산을 사야 하듯이, 주식 투자를 하려면 어설픈 종목이 아닌 삼성전자를 사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럼 부동산은 왜 강남일까요?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2018년 <조선일보>에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17억 강남 아파트 구매자 79%는 대출 한 푼 안 받았다” 강남에 집을 사는 사람들은 대출을 받지 않고 현금으로 산다고요. 당연히 집을 살 때 현금으로 사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주택 구입자가 수억 원의 현금을 들고 있을 리 없으니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런데 강남에 집을 사는 사람들은 타 지역 사람에 비해 대출 비율이 훨씬 낮아요.

대출금리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는 현금으로 사나 대출로 사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대출을 이용해 집을 사면 레버리지 효과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도 있지요. 그러나 만약 경기가 나빠지거나 물가가 올라 연준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해 대출금리가 올라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출로 집을 산 사람들은 생활이 어려워지고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하나둘 집을 매도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매물이 늘어나면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데, 매물이 늘면 가격이 하락하니까요. 

현금으로 집을 산 사람들은 경기가 나빠지든 대출금리가 올라가든 전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런 문제로 집을 매도할 이유가 없어요. 어쩌면 앞으로도 집을 팔 계획이 전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현금으로 집을 사는 강남은 경기와 무관하게 점점 매물이 사라집니다. 매물이 사라진 강남 집값은 부르는 게 값이 되죠. 이것이 현금의 힘입니다. 

강남 부동산이 아무리 좋아도 과도한 빚을 내어 들어간다면, 일시적으로 하락장이 오거나 금리 인상이 닥쳤을 때 재앙이 됩니다. 경매에 넘어가 다른 사람에게 그 집은 넘어가겠지요. 현금을 가진 이가 헐값에 집을 인수하게 됩니다. 부익부 빈익빈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이유는 빈자가 부자가 되려고 어설프게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단언합니다.

‘돈을 벌려면 부자들과 똑같은 조건을 갖추거나, 아니면 아예 포기해라. 어설픈 노력과 어설픈 투자를 해봤자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마저 부자에게 빼앗기게 될 뿐이다. 이 말은 돈을 벌려면 부자와 같은 배를 타야 하기 때문에 어설픈 지역에 사지 말고 강남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어설픈 종목을 사지 말고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하라는 뜻이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차라리 포기하고 연금을 준비해 평생 즐겁게 쓰면서 사는 게 낫다.’



대한민국에서 현재 노후를 보내는 사람들 중에 가장 행복한 집단은 공무원 은퇴자들입니다. 젊은 시절 사업을 해서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노후가 행복한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공무원 은퇴자들은 모두 다 행복합니다. 평생 지급되는 공무원연금이 보장되기 때문이지요. 재산이 많은 공무원도 있고 재산이 적은 공무원도 있겠지만 재산에 관계없이 연금만으로도 이미 행복이 보장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씀에 100% 공감합니다. 제가 그런 실제 사례를 지난 30년간 봐왔기 때문이지요. 바로 저의 부모님들입니다. 1998년에 IMF가 터졌을 때, 국가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했고요. 당시 부부 교사로 일하던 부모님이 두 분 다 퇴직을 하셨어요. 퇴직금을 각자 종신 연금으로 수령하기에 두 분은 지금 각자의 삶을 아주 윤택하게 살고 계십니다.

연금 부자가 된 두 분에게는 두 번의 행운이 따랐어요. 첫째, 맞벌이가 드문 1970년대에 부부 교사로 일했다는 겁니다. 전 지금도 기억해요.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다 일을 나가시고, 다섯 살 어린 동생이 울면 제가 동생을 포대기에 업고 달랬는데요. 허리가 아파서 대문을 붙잡고 몸을 흔들며 아기를 달랬던 기억이 있어요. 학교에 다녀오면, 다른 집에서는 엄마가 기다리고 반겨주고 밥을 차려주는데, 저는 부엌에 있는 보자기가 덮인 상을 가져와 동생과 찬밥을 나눠 먹었던 기억. 그때는 엄마가 집에 없어 힘들었지만, 그 덕에 부모님은 둘 다 연금 수혜자가 되신 거죠. 그 시절의 연금은 한 사람이 받아 두 부부가 노후에 같이 먹고 살게끔 한 것인데, 각자 받아 쓰니 얼마나 좋으시겠어요.

두 번째 행운은 퇴직금 일시불 수령이 아니라 종신 연금 수령을 선택했다는 겁니다. 당시에는 일시불 수령한 분들이 많았어요. IMF가 터지고 은행금리가 15%를 넘겼습니다. 퇴직금 3억원을 일시불로 받아 은행에 넣어두면 매달 이자만 300만원씩 나오던 시절이었어요. 아버지 친구가 그러셨대요. “너는 왜 바보처럼 그 돈을 나라에 맡겨두냐. 찾아서 은행에 넣어놓으면 목돈도 생기고 따박따박 이자도 받아먹을 수 있는데.”

당시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아서 사업을 해봐야지.”라거나 “자녀들 결혼할 때 좀 보태줘야지.”라고 했던 사람들은 다 불행해졌어요. 연금 없이 하루하루 힘든 노후를 보냅니다. 일시금을 받아서 자녀에게 보태줬지만, 이제는 그 자녀들이 부모에 대해 불평을 하죠. “다른 공무원들은 연금 받아서 잘 살던데, 우리 아버지는 일시금으로 받은 연금을 다 날려서 우리가 부양해야 하니 힘들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두 개의 행운은 다 평생 짠돌이로 사신 아버지의 삶이 가져온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충청도에서 태어나 경상도로 내려와 자수성가한 아버지는 그 과정에서 이를 악물고 돈을 벌고 모으셨어요. 힘들어도 1970년대에 둘이 맞벌이를 하셨고요. 매달 저축을 수백만 원씩 하셨어요. 그런 분이 굳이 퇴직했다고 목돈이 필요할까요? 이미 아버지에게는 수억 원의 예금이 있는데 말이지요. 마침 아들도 지독한 짠돌이에 MBC PD니 경제적으로 도와줄 이유가 없고요. 그냥 당신 노후에 마음 편하게 살자 싶어 연금을 선택하셨고요. 그 결정은 신의 한 수였어요. 당시 일시불로 수령한 아버지 친구 중에는 자녀 유학 자금이나 결혼 자금에 보태느라 퇴직금을 다 쓰고 나이 80에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시는 분도 있어요.
 
연금박사 이영주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목돈과 연금의 열 가지 차이점>

1. 목돈은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이고, 연금은 나를 지켜주는 것이다.
2. 목돈 가진 사람은 불안하고, 연금 가진 사람은 꿈이 있다.
3. 목돈 가진 사람은 현재 부자, 연금 가진 사람은 평생 부자다.
4. 목돈 가진 사람은 “왕년에 내가~”라 하고, 연금 가진 사람은 “나는 앞으로~”라 한다.
5. 목돈 까먹는 데는 한도가 없지만, 연금은 까먹어도 한도가 있다.
6. 목돈을 날리면 평생이 힘들지만, 연금은 날려도 한 달만 참으면 된다.
7. 목돈 가진 사람은 호구가 되고, 연금 가진 사람은 갑이 된다.
8. 목돈 가진 노인은 일찍 가는 게, 연금 가진 노인은 오래 사는 게 자녀를 도와주는 것이다.
9. 목돈은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 연금은 삶을 준비하는 것이다.
10. 목돈은 금융자산이지만 연금은 사회제도다.

정말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고요. 한 문장 한 문장 다 가슴에 팍팍 와서 꽂힙니다. 

“강사님, 돈이 있는데 연금에 가입하는 게 좋을까요,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게 좋을까요?”
“개인연금 수익률이 낮은데 연금을 깨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저자가 노후 준비와 투자를 동시에 강의하다 보니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답니다. 필자의 답은 항상 같아요.
“노후 준비와 투자는 다릅니다. 노후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주식에 투자하시면 안 됩니다.”
어차피 삼성전자 주식에 투자한 돈을 노후에 쓰면 되니까 연금보다는 주식 투자가 더 낫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수익률만 보면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노후연금과 주식 투자는 절대로 같은 선상에서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연금은 노후에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에 직업을 선택하고 일을 해서 고정적인 소득을 얻는 게 중요하듯, 일을 하지 않는 노후에도 고정적인 소득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으로 노후에 꼭 필요한 생활비를 확보하는 것이 투자보다 우선입니다. 연금으로 기본적인 노후 준비가 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남은 자금으로 투자를 해도 좋아요. 하지만 기본적인 노후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그럼 이 좋은 연금을 어떻게 모으고 불릴 것인가?
짠돌이의 연금 공부, 다음 시간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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