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덥 뮤비를 어떻게 찍는가, 촬영 당일 저의 행적을 팔로우합니다~

4. 드라이리허설
오전 9시, 일산 MBC 드림 센터 도착, 노래패와 플래쉬 몹 팀이 모여 있어요. 눈에 총기가 가득한 입사 2년 이내 신입 사원들이에요. 전투력과 투지, 패기가 짱이어요. 전날 사전답사한 2층 스튜디오 복도를 걸어가며, 전체 동선을 보여줘요. 1절은 노래패에게 맡겨요. 보컬과 랩이 많아서 가사를 잘 아는 노래패가 적합해요. 한 사람씩 파트를 나눠 등장하다가 후렴구가 되면, 전원이 한데 모여 군무를 펼쳐요.

2절은 플래쉬 몹 팀에게 맡겼어요. 2절 후렴구는 전 조합원이 계단에서 하는 걸로 미리 짜 두었어요. 한가지 문제가 생겼어요. 1절 노래패와 2절 플래쉬 몹 팀 사이에 짧은 간주가 있는데 그걸 할 사람이 없었어요. 



5. 사전 교육 및 추가 오디션
오전 11시, 여의도에서 달려온 전 조합원을 모아놓고 집회를 시작해요. '성공회대 립덥 뮤비'를 보여주며 우리가 오늘 찍을 게 뭔지 설명해요. 전체 율동과 안무를 연습하고, 단독 출연 지원자를 찾아요. 아무도 손들지 않아요. 할 수 없이 추천 받은 몇 명을 불러내어 음악을 틀고 춤을 추게 해요. 대낮에 회사 로비에서 수백명의 동료들 앞에서 춤 추는거, 참 민망해요. 

이렇게 민망한 거 남한테 시키기 미안해서, 결국 내가 하기로 해요.^^ 노래패는 단체 티가 있고, 플래쉬 몹도 빨간 망토로 단체 설정이 있어요. 나는 그런게 없어요. 어떻게 할까? 지나가는 행인으로 출연하기로 해요. 열심히 핸드폰 문자를 확인하며 오다 갑자기 달려드는 카메라를 보고 놀라 뒷걸음치며 허둥지둥 사라지는 역할로...  

6. 카메라 리허설 및 모니터링
오후 1시, 점심 먹고 모여서 카메라 리허설을 해요. 이때도 노래사랑과 플래쉬 몹 팀만 불러요. 전조합원을 대기시키고 계속 연습시키면, 다들 일찍 지쳐요. 전 조합원을 동원한 촬영 시간은 길어야 1시간이에요.

카메라로 리허설 장면을 찍어요. 플래쉬 몹 팀의 랩 파트는 계단 앞 넓은 2층 로비인데, 카메라 감독님이 넓은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둥글게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 출연자들을 빙글 빙글 돌며 촬영하는 콘티를 고안했어요. 역시 일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최고에요.
 
리허설 장면을 촬영한 후, 출연자들에게 모니터로 보여줘요. 그럼 다시 노래패가 자신의 출연 장면을 보며 동작이나 연기를 수정해요. 아마추어 연기자들과 일할 때는, 찍은 장면을 같이 모니터하는 게 중요해요. 말로 하나 하나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여주는 게 효율적이에요. 드라마 촬영도 마찬가지에요. 초반에는 한 컷 한 컷, 찍을 때마다 배우에게 보여줘요. 그럼 좋은 배우들은 대부분 스스로 감을 잡아요.  



7. 촬영
오후 2시, 드디어 촬영 개시. 전 조합원을 모아놓고, 카메라 리허설 촬영 영상을 보여줍니다. 다들 노래패의 춤과 노래에 열광해요. 마지막 계단에서 전조합원이 등장하는 장면은 빈 계단을 훑으며 내려가는 카메라로 보여줘요. 자신들이 해야할 역할을 바로 이해해요. 계단을 가득 채우고 신나게 'MBC 프리덤'을 합창하면 되요. 마지막에 구호를 선창하는 정영하 위원장님께도 위치를 잡고 마지막 최종 리허설을 해요.

MBC 최고 춤 짱으로 알려진 서인 아나운서가 덤블링을 하며 브레이크 댄스를 선보이겠다고 해서, 간주 파트를 나누어요. 2절 후렴구에 계단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벌떡 일어나며 군무를 펼쳤는데, 그랬더니 앞에 선 사람 때문에 뒤에 선 수많은 사람이 보이지 않았어요. 카메라 감독이 제안해서, 다들 앉아서 학익진을 펼치고 춤을 추고, 카메라가 지나가면 일어나서 마지막에는 전원이 기립해서 구호를 외치는 걸로 마무리해요.

촬영은 테이크 세번만에 끝났어요. 첫 번은 제가 엔지를 냈고,(다행히 연출한테 혼나지는 않았어요. 왜? 내가 연출이니까.^^) 두번째 테이크는 좋았어요. 두번째 테이크가 오케이 컷이었지만, 저는 조합원들에게 이렇게 말해요. "두번째 테이크, 좋습니다. 하지만 그냥 끝내면 아쉬울까봐 한번만 더 찍을게요. 이번에 NG나면 방금 전 테이크를 쓰면 되니까, NG 걱정하지 마시구요. 마지막 촬영이니 여러분이 가진 열정을 다 쏟아주세요!"

예상하시는대로, 3번째 테이크가 가장 좋았어요. '마지막'이라고 하면, 최선을 다하고, 이미 오케이컷이 있다고 하면, 홀가분해져서 밝고 즐거운 표정이 나오거든요. 

어떤가요? 립덥 촬영, 별로 어렵지 않죠? 여러분도 한번 도전해 보세요. 
여러분이 직접 출연하고 찍는 'MBC 프리덤' 영상을 공모합니다.
공정방송 사수를 위해 싸우는  MBC 노조를 응원해주세요.
촬영을 위해 음원 파일이 필요하신 분은 비밀 댓글에 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자작 뮤비 'MBC 프리덤'을 올려주신 분 가운데, 최다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한 팀에게는 대박 상품(!!!진짜루!!!)도 드립니다. 상품과 곁들여 여러분이 지목한 MBC 조합원의 재능기부까지! (아나운서 조합원의 '아나운서 되는 법' 특강이나, 새내기 기자의 '입사시험 논술 준비 요령', 피디들의 연출론 특강까지, 다 상품으로 겁니다!)

오늘의 보너스 영상, 송중기씨가 직접 나레이션한(?) 'MBC의 눈물'입니다.


여러분, MBC의 눈물을 닦아 주세요.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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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윤재리 2012.02.23 07: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박웃겨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1:30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RHK 2012.03.14 07: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디어가 너무 반짝이네요 처음 앞부분 정말 ㅋㅋㅋ 참신해서 재밌었어요 퀄리티가 좋습니다

  3. 2012.04.25 01: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