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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프리덤' 제작기 2. 립덥 뮤비 이렇게 만들어요~

by 김민식pd 2012. 2. 21.
자 이제 본격적으로 립덥 뮤비 제작 방법을 알아보아요.

1. 캐스팅
먼저, 출연자가 필요해요~
출연자의 조건은 하나에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기획의도에 동의해주는 사람들이에요. 여러분과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면 되요. 우리 동아리를, 우리 학교를, 우리의 뜻을 세상에 알리자, 이런 취지에 동의하는 사람들만 있으면 돼요.

'MBC 프리덤'은 파업 홍보 뮤직비디오니까 당연히 전 조합원이 출연해요. 현재 파업에 참가중인 조합원은 어제 기준 677명, 거의 700명 가까운 인원이에요. 이 사람들을 다 동원해서 뮤비를 찍는건 쉽지 않아요. 수백명을 모아놓고 노래만들고 안무짜고 연습시키고... 이거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드라마를 찍을 때, 제일 어려운 게 수백명을 동원해서 결혼식 장면이나 콘서트 장면 찍는 일이에요. 대규모 군중씬 찍는 노하우, 간단해요. 어려운 역할이나 연기는 주연 몇 명에게만 몰아줘요. 그리고 주연들만 붙잡고 연습을 많이 시켜요. 엑스트라는 최소한의 디렉션만 줘요. 박수나 환호, 간단한 몸 동작만 하도록 하면 돼요.

주연 캐스팅을 어떻게 할까. 다행히 MBC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막강 노래패 '노래사랑'이 있어요. '손석희' 선배가 원년 멤버였어요. 항상 파업때마다 선봉에 서서 문화 행사를 이끄는 이들이에요. '노래사랑'이 뮤비의 주연이에요. 




2. 음악 선곡
캐스팅이 끝나면, 음악 선곡에 들어가요. 노래패와 함께 회의를 해서 노래를 골라요. 후렴구를 다같이 부르기 쉬운 노래가 립덥에는 좋아요.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도 중요하구요. 무엇보다 '프리덤'이라고 반복되는 가사가 너무 좋아 '이태원 프리덤'을 골랐어요. 우리가 지금 싸우는 이유는 결국 언론 자유니까요.

선곡이 끝나면, 음악 녹음을 해서 AR을 만듭니다. 음악 프로그램을 녹화할 때, 음원은 두가지가 있어요. MR과 AR. MR은 Music Recorded, 반주만 들어있어 가수가 라이브로 노래할 때 필요한 소스구요, AR은 All Recorded, 반주와 노래가 다 들어있어 흔히 립싱크를 할 때 쓰는 음원이에요. 립덥 뮤비는 당연히 립싱크로 노래를 하니까 AR을 만들지요.

('촛불이 빛나는 밤에' saveourmbc.com에서 실시간 청취, 가능합니다~ 해적 라디오 방송^^)

3. 장소 헌팅
AR이 만들어지면, 촬영을 담당할 친구랑 장소 헌팅을 나가요. 음악을 플레이하면서 걸어봅니다.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까지 가느냐. 립덥은 원테이크 촬영이니까 여러 개의 문을 지나 새로운 장소가 계속 나오는 동선이 좋습니다. 원래 촬영 계획은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세트장에서 시작하는 것이었어요. '하이킥' 세트장에 사람들이 시체처럼 널부러져 있다가 한 명이 벌떡 일어나며 "Hey, Where  is 공정방송?" 하며, UV 신드롬 뮤비의 첫 장면을 패러디하려고 했죠.

막상 촬영 당일날 '하이킥'의 녹화가 있어 이 콘티는 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플랜 B로 세트장 앞 복도를 누비며 노래하는 걸로 바꿨어요.

연출은 항상 대안과 차선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머리 속에 들어있는 단 한가지 콘티에만 집착하면 일하기 쉽지 않아요. 물론 무조건 타협하고, 포기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립덥 뮤비를 만들때 최고의 자세는 즐기는 것입니다. 다같이 즐기기 위해서는 연출의 유연한 자세가 필요해요. 원씬 원테이크는 속성상 현장에서 여러가지 돌발상황이 많이 생깁니다. 그럴 때마다 대안과 차선을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둬야합니다.

립덥 뮤비용 장소 헌팅을 할 때 한가지 유념할 점. 후렴구를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 솔로 보컬이나 랩은 한 명씩 파트를 나누어 부르지만, 떼창이 나오는 후렴구는 군무를 보여줘야 뮤비에 리듬감이 생깁니다. 'MBC 프리덤, 공정방송 사수, 오오오~'하는 대목에 여러 사람이 군무를 펼질 여유로운 공간을 찾아야죠.

제일 쉬운 방법은 역산입니다. 드라마 촬영할 때 써먹는 방법인데요. 연인들이 밤거리를 걸어가며 대화를 하다 갑자기 멈춰서서 키쓰를 할 때, 유난히 예쁜 건물 조명이 배경에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야, 한참 대화하다 딱 섰는데, 어떻게 저런 기가 막힌 장소에 얻어걸리지?' 요령은 간단해요. 역산입니다. 걷기 시작하는 장소를 정하기보다 키스씬을 찍을 장소를 먼저 정합니다. 그런 후 나 혼자서 대사를 중얼거리며 역방향으로 걸어봅니다. 대사가 끝나는 지점, 거기가 배우들이 걷기 시작하는 위치가 됩니다. 립덥도 마찬가지, 군무를 출 공간이 있으면 거기에서 음악을 스타트해서 출발점으로 돌아갑니다. 후렴구가 나오기 시작하는 위치가 바로 립덥 뮤비 촬영 시작 위치가 되는거지요.

자, 글을 쓰다보니 어느새 또 시간이~~~ 내일 제작기는 이어서 올릴게요.

바빠요, 바빠~~~ 집회하랴, 뮤비 찍으랴, 콘서트 하랴, 촛불 라디오 팟캐스트 하랴~~~
그래도 블로그는 빼먹지 않으려고 합니다.

왜? 재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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