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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일보다 삶이 우선이다

by 김민식pd 2024. 4. 26.

(지난번에 소개한 <워킹데드 해방일지> 리뷰에서 이어집니다.)

일만 하지 말고, 공부도 하고 여가활동도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의 색다른 면에 투자할 때 어려움을 더 잘 극복합니다. 반대로 어느 한 측면으로만 자신을 규정할수록 회복이 더디고요. 우리가 정체성을 다양화해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면 우리는 더 원만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다른 방식으로 이바지할 수 있고, 우리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 자아존중감을 기를 수도 있습니다. 취미와 관심사 그리고 일 이외의 열정을 지닌 사람들일수록 일의 생산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더 많이 벌고 더 적게 일하기’ 이게 인생 이모작의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더 많이 번다는 것은 총소득을 높인다는 게 아니라 시간당 임금을 높인다는 뜻입니다. 정규직 직장에서 받던 월급보다 수입이 더 높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시간당 임금만큼은 높일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저는 요즘 강의 요청이 올 때, 꼭 강사료를 여쭈어봅니다. 은퇴를 선택한 제가 일을 한다면, 적어도 좋은 보수를 받고 일하고 싶어요. 그렇지 않다면, 그냥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가고 싶은 곳에 여행을 다니는 게 낫겠지요. 

세상의 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좇아 직업을 선택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실적인 직업 전망이 없을지도 모르는 교육을 받느라 엄청난 빚을 질 수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예술가는 창작에 몰두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주택 임대료를 내지 못할까 봐 늘 불안하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자기 마음이 원하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세상의 가치만을 바탕으로 직업을 선택하면, 애초에 바란 적 없는 경력 사다리만 평생 오르는 삶을 살게 될지 모릅니다. 핵심은 자신의 가치와 세상의 가치를 함께 고려하여 자기만의 성공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입니다. “자신의 깊은 기쁨과 세상의 깊은 굶주림이 만나는 지점”을 알아내는 것. 

인생 이모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질문. “일하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다면, 당신은 일할 것인가?” 퍼스트 커리어에서 은퇴하기 전에 자산을 충분히 모아놓아 일하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도록 하는 게 경제적 자유의 확보고, 그럼에도 하고 싶은 일이 있어 노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다면 인생 이모작에 성공한 겁니다.



일하느라 좀비가 되어가는 워킹 데드들을 해방시키기 위한 전략 3가지를 저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1. 국가적 차원에서는 기본소득 도입. 
약간의 사회적 안전망만 갖춰져도 노동자들은 ‘그 정도면 괜찮지 않은’ 일자리를 그만둘 수 있습니다. 2021년 코로나 시국에 기본소득이 주어지자 노동자들이 일을 그만둔 이유가 있어요. 3가지 기준, 저임금에, 발전 기회가 없고, 직장에서 존중받지 못하는 일을 하는 이들은 그만 뒀어요. 일을 그만둔 이들은 결국 더 많은 임금, 더 유연한 노동 시간, 더 나은 복지 혜택이 보장된 일자리를 찾았습니다. 먹고 살 걱정이 사라지면 우리는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볼 수 있어요.

2 기업의 차원에서는 적절한 휴가 보장.
노동자들이 번아웃에 시달리고 잦은 이직을 하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휴가의 일수를 늘리고,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휴가 사용 권장을 말로만 하지 말고 실천해보여야 합니다. 저는 퇴사하기 전, 5년간은 매년 연차를 전부 소진했어요. 연차를 소진하며 여행을 다니고, 지방 강의를 다녔습니다. 그러다보니 문득, 퇴사하고 이렇게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차를 이용해 퇴직 후 세컨드 커리어를 계발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3 개인의 차원에서는 ‘그 정도면 괜찮음’에 대한 자기만의 정의를 내려라. 
직업이란 소명이자 천직이며 열정이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습니다. 그말은 맞지 않습니다. 직업은 노동과 돈을 서로 교환하는 일입니다. 일을 거래로 보는 방식이 고용인과 피고용인 모두를 해방시킵니다. 무엇보다 일을 삶의 전부가 아닌 하나의 생계 수단으로 취급하게 됩니다.

끝으로 책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어요.
‘일을 후순위에 두면, 삶이 선순위가 된다.’

아무리 일이 좋아도, 삶보다 우선해서는 안 됩니다. 삶이 우선입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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