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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과학책을 더 쉽게 접하는 방법

by 김민식pd 2022. 7. 1.

(오늘은 꼬꼬독 원고를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좋은 삶, 좋은 책, 꼬꼬독의 김민식입니다.

여러분은 어려서 학교 다닐 때 어떤 과목이 가장 어려웠나요? 저는 수학이랑 과학이 제일 어려웠어요. 특히 물리에서 무슨 무슨 법칙들 외우는 거 힘들었고요. 생물도 세포의 다양한 이름들이 어려웠어요. 그런데 나이 들어보니 이제는 과학을 취미 삼아 공부하고 싶어졌어요.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어떤 원리로 이루어졌는지를 알려주는 게 물리고, 내 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려주는 게 생물이잖아요. 즉 나와 세상의 관계를 공부하려면 과학을 알아야겠더라고요. 그래서 과학책을 즐겨 읽는데요. 과학책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해주는 잡지가 있어 소개합니다. 

과학 서평 매거진 <시즌>. 

과학책방 갈다에서 만든 잡지인데요. 창간호 부제는 ‘100세 시대, 길고 멋진 인생’입니다. 기나긴 노후를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과학책들을 소개하지요.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책을 쓴 이근후 선생님께 여쭈어봤어요. 재미있게 사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재미있게 살 수 있는 건 고통과 재미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고통이 없으면 성장할 수 없어요. 고통스럽지 않으면 우리는 생각하려 들지 않거든요. 편한데 생각할 필요가 뭐가 있겠어요. 

그래서 적당한 수준의 결핍이나 고통이 필요한 거죠. 고통을 계기로 현실을 직시하고 나면 그다음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돼요. 내가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지 파고들다 보면 깨달음에 이르러요. 내 마음을 끄집어내서 들여다보는 건데, 전문용어로는 자기객관화라고 합니다. 수도, 수행이라고도 하고요. 오래 살다 보니 이젠 고통 그 자체가 즐겁기도 해요. 지나고 나서 보면 고통이 나를 성장시킬 것임을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고통을 자양분 삼아 재미있게 살고자 하는 마음을 성장시켜온 셈이죠.”

제가요, 요즘 탁구를 배웁니다. 예전에 했던 운동들은 다 혼자 하는 것이었어요. 등산이나 자전거 타기, 산책 등. 혼자 하는 운동은 언제 어디서나 마음이 내키면 할 수 있죠. 탁구는 그렇지 않아요. 공을 받아주는 상대가 있어야 하는데요. 초보 시절에는 공을 주고받는 랠리가 이어지지 않아 파트너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탁구장에 가도 아무도 놀아주는 사람이 없어 혼자 거울 보고 라켓을 휘두르는 건 사회적 고통입니다. 하지만 그 뻘쭘함, 그 고통을 견디며 자꾸 가야 하고요. 창피를 무릅쓰고 고수들에게 같이 쳐달라고 부탁도 해야 합니다. 고통이 없으면 성장이 없어요.



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님의 인터뷰도 나오는데요. 진화 생물학자가 보기에 고령화 사회는 너무 신기한 현상이랍니다. 자연계를 통틀어서 우리 같은 종은 없어요. 다른 종들은 나이가 차면 다 그냥 죽어요. 나이가 찬다는 건 번식이 끝났다는 소린데요. 가장 극적인 건 연어의 경우지요. 연어는 간신히 상류로 거슬러 올라와 번식을 한 다음에 어미 세대가 죽고 새끼들은 어미 몸이 분해된 것을 영양분 삼아 자라나죠. 그런데 왜 인간은 번식이 끝나고 폐경기를 맞은 후에도 이렇게 오래 사는 걸까? 생물학자가 보기엔 너무 놀라운 현상인데요. 호모사피엔스의 화석을 살펴보면 침팬지나 네안데르탈인과는 달리 고령화 흔적이 역력하답니다. 우리 호모사피엔스는 고령화를 진화의 전략으로 삼은 거죠.

고령화 사회를 개인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그 답으로 내놓은 책이 2005년에 최재천 교수님이 내신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입니다. 평균 수명 60세이던 시대에는 평생 하나의 직업으로 버틸 수 있어요. 하지만 100세 인생을 살려면, 하나의 직업만 하고 말게 아니라, 나이 50 이후에 인생 이모작한다 생각하고 새로운 커리어에 도전해야 한다고요. 

나이 50에도 공부를 시작하고, 나이 60에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고, 나이 70에도 현역으로 일하는 삶, 그게 고령화 사회를 사는 방법입니다. 나이 50에도 인생 이모작을 위해 공부를 한다면, 도서관은 우리의 학교가 되고, 책들은 새로운 교과서가 될 것입니다. 나이 50이 넘어가면 입시 경쟁에서 오는 공부 스트레스는 없고요. 취업 준비를 위해 재미없는 공부를 억지로 할 필요도 없습니다. 흥미가 생기는 분야를 찾아 공부하면 되니까요. 저는 요즘 과학책 읽는 취미를 기르고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물리나 생물 공부가 어려웠는데, 요즘은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내 몸의 작동 원리를 배운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도전하니, 즐겁습니다.

100세 시대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님은 <세월이 나를 예술가로 만든다>라는 글에서 노후에는 우리 모두 예술가가 되자고 말씀하십니다. 인간은 중년 이후에도 삶을 지속한 덕분에 인류가 문화를 창조하고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어요.

미국의 동물학자 베인브리지가 인생 후반의 진화심리학적 정체성에 대해 분석한 적이 있는데요. 중년 이후 사람이 머리가 빠지고 배가 나오고 성 기능이 약화되고 폐경이 오는 것에도 진화론적 이유가 있답니다. 시니어 세대의 신체적 변화는 이제 젊은이들과 섹스를 놓고 경쟁하기보다 문화에 몰입하고 이를 다음 세대에 대물림하는 데에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도록 진화한 결과라고요. 

시니어가 되면 기억력과 같은 인지 기능은 떨어져도 감성의 예민도는 증가합니다. 즉 문화에 대한 몰입력을 높일 수 있어요. 외롭고 슬프다고 느끼신다면, ‘아, 이제는 내가 예술가가 되었구나.’하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풍부해진 감성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더 섬세하게 느끼는 것이야말로 노년의 즐거움이라고 과학은 이야기하거든요. 

시니어 세대에게 주어진 예술가의 역할이란 문화와 예술을 창조하는 당사자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를 전수하는 매개자가 되거나 젊은이들의 문화적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멘토가 되는 것도 포함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법을 알아야 하는데요. 

일본의 만화가 야마다 레이지는 <어른의 의무>라는 책에서 일본 사회의 유명인 200명을 만나 인터뷰를 하며, 마음으로 존경할 만한 어른의 3가지 공통점을 찾았습니다. 꼰대가 되지 않고 나잇값을 하는 존경받는 어른의 의무로, 첫째, 불평하지 않기, 둘째, 잘난 척하지 않기, 셋째,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를 듭니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 기반한 디지털 문화는 우리의 삶을 전반적으로 풍요롭고 행복한 방향으로 이끄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빠르고 편리한 각종 도구의 장점을 누리되,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깊은 사고’를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만물 가운데 오직 인간만이 지닌 사색하는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따금 느리고도 진중한 아날로그적 삶으로 돌아가 감성에 충실한 시간을 보내며 뇌를 쉬게 하고요.

조금은 느린 속도로 즐길 수 있는 아날로그 매체인 책을 가끔 집어 드는 것도 이런 삶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왕이면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는 과학책을 읽는 것도 좋겠지요. 과학 서평 매거진 <시즌>을 통해 노화의 비밀을 풀어주는 책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고요. 모두 행복한 노후를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꼬꼬독 꼬꼬독,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https://youtu.be/9VXW48esD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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