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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은퇴자의 노후 수업

by 김민식pd 2022. 4. 22.

(오늘은 꼬꼬독 원고를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좋은 삶 좋은 책! <꼬꼬독>의 김민식입니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1960년 53.7세에서 2011년 84.5세로 30.8세로 늘어났어요. 같은 기간, OECD 국가들 중 기대수명이 가장 많이 늘어난 나라죠. 50년 사이에 수명이 30년이 늘었다는 건, 한 세대를 더 살 수 있다는 겁니다. 나고 자라는 데 30년, 아이를 낳고 기르는데 30년. 60년이면 삶의 모든 과업을 완수한 것 같은데, 이제 30년이라는 시간이 보너스로 주어집니다. 우리 선조들 그 누구도 겪어 보지 못한 100세 시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우리는 이제 선구자처럼 살아야 합니다. 선구자란 어떤 사람인가. 모범답안이 없으므로, 스스로 해법을 찾는 사람입니다. 누구나 바라는 노후를 슬기롭게 준비하는 법, 책에서 한번 찾아볼까요?

<노후 수업> (박중언 / 휴)

신문기자로 일하던 저자는 1999년에 도쿄 특파원으로 일했어요. 당시 일본은 국민소득 기준으로 우리보다 3배 가까이 잘사는 나라였죠. 고령화가 가장 먼저 진행된 나라에서 숱한 노인들을 보는데 그 분위기가 왠지 꿀꿀해요. ‘부자 나라의 노인들이 왜 이렇게 불행해 보일까? 그렇다면 더 가난한 나라에 사는 나는 나이가 들면 어떻게 될까?’ 마흔이 채 되기도 전에 이런 질문을 떠올렸고요. 고민의 해법을 찾기 위해 20년 가까이 노년학을 공부합니다. 경제 월간지 부편집장으로 '노후경제학'을 연재하고 노후 관련 블로그 '에이지프리'도 운영해요. 그 결과로 묶어낸 한 권의 책이 <노후 수업>입니다.

'사실 모범답안은 이미 나와 있다.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기 위해선 잘 먹고 꾸준히 움직이면 된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돈 걱정은 줄어든다. 높은 수익률에 혹하지 않고 불필요한 씀씀이를 줄이는 게 안정된 노후의 지름길이다.'

(7쪽)

여는 글에 나오는 이 말씀이 정답이라 생각합니다. 수능 전국 수석의 인터뷰 같은 거죠. 수업 시간에 열심히 듣고,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 이게 정답이지만, 우리는 다들 족집게 과외를 바라고, 기출 문제집만 뒤적입니다. 힘든 정석보다는 쉬운 지름길을 찾지요. 노후에 수익률 대박 나는 상품에 혹하는 것처럼.

'행복의 기본방정식은 '가진 것과 갖고 싶은 것' 혹은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비율로 구성된다. 가진 것이나 할 수 있는 것이 크고, 갖거나 하고 싶은 게 작을수록 행복해진다. 이제 전자는 바꾸기 힘들다. 후자를 줄이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다. 그런데 위만 바라보면 욕망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노후의 불안과 불행에 기름을 붓게 된다.'

(35쪽)



제가 2020년 말에 MBC에서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뭔지 아세요?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가계부를 산 겁니다. 퇴직을 하면 수십 년 동안 꾸준히 받던 월급이 사라져요. 수입이 사라질 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출을 관리하는 겁니다. 은퇴하고 저는 매일 가계부를 쓰고요, 주간 결산, 월말 결산을 합니다. 결산을 하고 적자가 나면 지출을 줄이고 살고요. 그러다 다시 가계부가 흑자로 돌아서면 여유롭게 지냅니다. 수입의 한도 내에서 지출하며 사는 게 노후의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수입보다 지출이 적으면 돈은 남고요.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빚이 늘어요. 행복한 노후를 위해 빚은 줄이고, 돈은 남겨야 합니다.

퇴직한 후에는 돈을 버는 게 쉽지 않습니다. 5,60대 장년층의 경우, 고용 형태는 절대다수가 파견, 계약직, 시급제구요. 직장에서 받던 월급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은 돈, 최저임금에 준하는 급여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후에 주 40시간 근무로 최저임금을 번다고 가정해보자. 연간 수입은 2천만 원 남짓이다. 퇴직한 5060에게 1년​이라는 시간의 시장가격이 그 정도인 셈이다. 단순하게 계산해 2억 원 남짓이면 10년의 자유가 보장된다. 기존 자산과 연금으로 노후 생활이 가능한 사람에겐 그 돈보다 시간이 우선이다.’

(54쪽) 

우리는 30년이라는 긴 노후의 시간을 선물로 받은 축복받은 세대입니다. 지난 30년간 직장에서 돈을 벌고 또 모으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이제는 돈을 모으는 데 연연하지는 않습니다. 매일 가계부를 쓰는 남자로서 저의 목표는 ‘적자’만 모면하자, 입니다. 언젠가는 수입이 줄어 적자가 날 때도 오겠지요. 괜찮아요. 곶감은 빼먹으라고 있는 것이니까요. 

자산이나 예금 잔고가 줄어드는 불안을 피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웬만하면 집이나 자산을 잘 보존해서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도 부모 욕심이고요. 있는 자산을 지키겠다는 욕심에 일이나 투자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면 노후가 몹시 피곤해집니다. 그런 부담감에서 벗어나는 것이 행복한 노후의 비결이에요. 저금리 시대에는 아무리 예금액이 많아도 이자만으로 살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고 죽을 때까지 쓰겠다면 그리 모자라지 않은 돈이에요. 1억의 예금이 있다면 1년에 이자가 200만 원도 안 나오는데요. 10년 동안 해마다 1천만 원씩 나눠 쓸 수 있는 거금이에요.

''다 쓰고 죽는다.' 라테 머니를 모으고 가계부를 쓰는 것도 자신이 원하는 데 제대로 쓰기 위함이다. 그것이 노후를 풍요롭게 하는 길이다. 불안에 눌려 장롱 속에 현금 다발을 신주단지처럼 모셔놓고 고독사하는 일본 노인과 같은 노후는 개인은 물론 사회로서도 불행이다. 우리 돈 2경(조의 1만 배)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금융자산의 3분의 2를 보유한 고령자의 돈이 집 안과 은행에서만 맴돌고 있으니 성장이 멈춘 일본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 힘들다.'

(107쪽)

"재산을 모두 써버리고 빈털터리로 죽기로 마음먹는다면, 우리는 살아 있는 내내 적절한 부를 누릴 수 있다." <다 쓰고 죽어라>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라는데요, 정말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긴긴 노후를 즐겁게 보내기 위해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친구입니다. 노후에는 돈을 모으는 대신, 친구를 사귀어야 해요. 

'미국의 시니어비즈니스 전문가 메리 펄롱 박사는 '노후의 친구는 가족'이라고 강조했다. 나이가 들면서 가족과 친구의 구분과 경계가 희미해지는 '가족의 재구성'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같은 집에 살던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가 느슨해지는 반면에 주변 사람의 존재 가치가 커진다. 노부모가 세상을 떠나고, 자녀는 독립하고, 배우자는 친구처럼 바뀌는 시기와 맞물려 벌어지는 현상이다. '절친'은 "자신이 선택한 가족"인 셈이다.'

(238쪽)

좋은 친구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무언가 좋은 걸 보면, 같이 나누고 싶은 사람이죠. 친구에게도 알려주세요. ‘친구야, 절친은 내가 선택한 가족이란다. 우리, 자식들한테 물려줄 욕심 너무 부리지 말고 곶감 빼먹듯 모아둔 돈으로 맛있는 거 사 먹고 좋은 구경 같이 다니며 30년이라는 노후를 축복처럼 여기며 살자.’ 라고요. 

노후에도 긴 시간, 행복하시길, 굿 라이프와 함께 하시길, 소망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꼬꼬독, 꼬꼬독,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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