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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죽음이 삶에게 가르쳐준 것들

by 김민식pd 2022. 5. 6.

(꼬꼬독 원고를 공유합니다.)


제 여성 지인 한 분이 앉아서 오래 일하다 어깨 통증이 심해 마사지를 받으러 갔는데요. 어깨 근육을 풀려면 뭉친 가슴 근육도 풀어야 한다며 가슴을 구석구석 마사지해주시던 분이 그럽니다. “왼쪽 가슴에 혹이 만져져요. 병원 한번 가보세요.” 40대의 나이에 병원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고 많이 놀랍니다. 2017년 기준, 기대수명(83세)까지 살 경우 우리나라 국민이 암에 걸릴 확률은 35.5%이랍니다. 생각보다 높네요.
암 판정을 받은 그분은 가장 먼저 서점으로 달려갔어요. 어떤 경험을 할 때마다 그와 관련된 책들을 구매해 관련 정보를 먼저 섭렵하는 습관이 있다고요. 저 역시 살다가 괴로움을 겪으면 책을 찾습니다. ‘나보다 먼저 이 시련을 겪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가 고난의 해법을 찾았다면 그는 책에 글로써 자신이 찾은 답을 남겼을 것이다.’ 
광화문의 한 대형서점에서 ‘유방암’을 검색어로 넣어 책을 찾고 암 관련 코너도 한참 둘러봤대요. 서울아산병원 유방암센터에서 펴낸 <유방암 환자를 위한 치료 안내서> 등 유방암 관련 책 4권을 사고요. 생존율 5%라는 말기 간암 진단을 받고도 기적적으로 암을 이겨낸 전 서울대병원장 한만청 박사가 쓴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도 샀어요. 그렇게 책을 읽고 자신의 암투병기를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분, 양선아 기자님이 제게 추천해준 책이 있어요.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김범석 / 흐름출판>

저자 김범석 선생님은 종양내과 의사이십니다. 만나는 환자들은 대부분 4기 암 환자로 완치 목적이 아니라 생명 연장 목적의 항암치료를 받는 분들입니다. 종양내과 의사로 일하며 많은 환자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봤어요. 그들의 삶을 통해 지금의 우리를 돌아봅니다. 누군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기억이 다른 이의 삶에 작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김범석 선생님은 책을 쓰셨어요.

일흔 살의 노인 암 환자가 의사에게 묻습니다.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요?’ 6개월 이상 장기 생존은 어렵다고 솔직히 답해주셨답니다. 그 말을 담담히 들은 환자는 그냥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을 해요. 얼마나 가능할지 모르지만 남은 시간 동안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다 해보고 떠나야겠다고 결심합니다.

‘그 후로 그는 정말 매주 하나씩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보기 시작했다. 들어보면 거창한 일들은 아니었다. 아내와 바닷가로 여행 가서 해산물 요리 먹기, 종일 바다 보기, 좋아하는 노래를 모아 자식들에게 선물하기, 손주들에게 편지 쓰기, 고향 친구들에게 밥 사 주기, 예전에 싸웠던 친구에게 연락하기 같은 일상적이면서도 소소한 일들이었다. 그는 매주 병원에 올 때마다 지난주에 자신이 했던 일을 소상히 늘어놓으며 즐거워했다. 진작에 이렇게 살았어야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갑자기 할 일이 많아졌고 사는 게 즐거워졌는데 얼마 남지 않아서 몹시 아쉽다는 이야기도 했다. 나는 그가 들려주는 별것 아니지만 특별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았다.’

그와 비슷한 연배의 또 다른 노인 환자가 있는데요. 그분은 자신의 기대여명을 듣고 10년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의사로서 판단하기에 환자의 상태로는 그해 추석도 넘기기 힘들 것 같아요. 그런데 환자는 자꾸만 ‘10년 만 더’를 말합니다. 그래서 물어봅니다.

‘“10년 더 사시면 뭘 하고 싶으세요?”
“….”
침묵이 흘렀다.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더 살게 된다면 해보고 싶은 일 없나요?”
“….”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가고 싶다거나… 손주가 중학교 들어갈 때 교복 한 벌 해주고 싶다거나 아니면 고향에 한 번 다녀와야겠다… 뭐 그런 거요.”
“….”
여러 번의 질문에도 끝내 그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는 막연히 좀 더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이나 소망 같은 게 없는 것 같았다.’

의사로서 환자의 여명을 더 늘려줄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저자는 환자에게 남은 시간을 알려드리고, 그 시간을 잘 채워가길 소망합니다. 대단한 것이 아니라도 일상에서 사소한 기쁨을 찾으며 그 시간을 보내셨으면 한다고요.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일 열 가지만 생각해오라고 숙제를 내주신답니다. 하루에 한 번 웃을 일 만들기, 핸드폰 사진 매일 찍기, 일주일에 세 번 산책하기, 자식들에게 하루에 한 통 문자 메시지 보내기, 아내에게 매일 고맙다고 말하기, 이런 소소한 것이면 충분하다고요. 그 환자분은 다음 외래에도 빈손으로 왔고요. 끝내 마지막에 주어진 질문에 대한 답은 빈칸으로 남겨둔 채 추석을 넘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고요.

“자, 당신의 남은 날은 ○○(땡땡)일입니다. 이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시겠습니까?”
오늘이 만약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요?


 
종양내과 전문의인 저자는 환자의 고통과 환자 가족의 어려움을 헤아리며 진료를 하고 상담을 하십니다.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아픈 사람을 매일 만나는 사람이 타인의 아픔에 계속 공감하며 산다는 게 쉽지는 않거든요. 저자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있어요. 저자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셨어요. 

26년 전 아버지는 지천명, 즉 쉰 살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폐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셨어요. 입원, 치료, 수술, 요양, 재입원을 반복하시며 고통으로 얼룩진 생을 마치셨다고요. 지금은 폐암이라고 해도 항암치료 방법이 다양하지만 그때만 해도 약도 별로 없고 이렇다 할 치료법도 없었습니다. 결국 수술 받으신 지 2년 만에 암이 재발해 변변한 치료도 못 받으신 채 허무하게 떠나셨는데요. 그 시절 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의 환자들을 보면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저자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담당 의사가 아버지에게 병원에서는 더 해 줄 것이 없으니 집에 가서 맛있는 것이나 먹고 요양이나 잘하라고 했어요. 그즈음 어머니가 집으로 웬 이상한 아주머니를 불러들여요. 색동 한복 차림에 진한 눈썹 문신을 하고 있었는데요. 무속인인 그분이 누워 계신 아버지를 진맥하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그래요. “폐에 암도 없는데 멀쩡한 폐를 괜히 떼어냈네!” 그 자리에 없는 의사들에게 욕을 퍼부어요. 간과 콩팥이 더 문제라 간을 보호하는 뜸을 놓아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아버지는 말없이 당신의 몸을 그 아주머니에게 내맡기셨고요. 아주머니는 곧 아버지 배 위에 뜸 봉을 올려놓고 불을 피웁니다. 집 안에는 쑥 냄새가 진동하지요.

‘그때였다. 안방 문을 빼꼼히 열고 구경하던 나와 아버지의 눈이 마주쳤다. 아버지는 배를 드러내고 누운 채 나를 향해 씽긋 웃으며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만들어 보이셨다.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상한 차림의 아주머니와 희게 드러난 아버지의 배, 그 위에서 소리 없이 타 들어가는 뜸과 진동하는 쑥 냄새…. 그 광경은 몹시도 낯설고 기묘한 것이었는데 아버지의 미소와 승리의 V가 나를 번쩍 정신 차리게 했다. 그 순간의 웃음은 일종의 안도감 같은 게 아니었을까?’
 
그 시기에 저자의 아버지는 몹시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내셨어요. 자식들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기 싫다며 폐암이라는 병명조차 숨겼던 분이 마지막 순간에는 고등학생 아들 앞에서 너무 아파 힘들어 무너지는 모습도 보이셨어요. 그러나 지금에 와 저자가 아버지를 기억에 떠올리면 암으로 고통스러워하시던 모습보다 그날 배 위에 뜸 봉을 올려둔 채 웃으시며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드시던 모습이 더 생생하게 떠오른다고요.

‘아버지는 알고 계셨을까? 그 순간의 그 미소가, 그 손짓이 아들이 살아가는 내내 힘이 되어주리라는 것을. 그날의 아버지가 떠오를 때면 문득 내 목숨은 내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암과 맞서 싸우는 오늘의 내 모습이 내일의 가족들에게는 살아가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이해할 수 없어도 언젠가는 오늘의 나를 가족들이 이해해줄 날이 반드시 온다. 내가 이만큼의 시간이 흘러서야 그때의 아버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듯이. 우리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서로 연결되어 있구나 싶다. 비록 인간의 생이란 유한하기에 언젠가는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지만 이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주어진 남은 날들을 조금 다르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종종 이 질문이 암이라는 병이 우리에게 주는 숙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종양내과 의사로서 저자가 목격한 삶의 마지막 모습은 때로는 정리되지 않은 돈이나 사람인데요. 고인이 정리하지 못한 관계들이 남아 있는 이들을 괴롭히는 경우도 많다고요. 그래서 저자의 습관 중 하나는 평소에 정리를 잘 하는 것이랍니다. 나의 흔적들을, 나의 관계들을, 나의 많은 것들을 오늘 집을 나서면 다시는 들어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살핀다고요.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여기고 지금의 내 흔적이 내 마지막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덜 어지르게 되고, 더 치우게 된다고 합니다.

죽음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고민이 계속 이어집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언젠가 나도 다다를 그 곳. 어떤 모습으로 나는 죽음을 맞이해야 할까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댓글14

  • 섭섭이짱 2022.05.06 09:07 신고

    안녕하세요.

    작가님 글 읽으며 죽음에 대한 내용이지만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네요.

    어떻게 살 것인가?
    어려운 질문이지만 계속 고민할 내용 같아요.
    생각거리를 던져주시는 글 감사합니다.
    답글

    • 섭섭이짱 2022.05.06 09:55 신고

      죽음에 대해 가장 기억에 남는 연설이 있는데요.
      어릴때부터 관심 있던 회사 대표이면서 좋아했던 스티브잡스의 스탠포드대학교 졸업식 축사중 죽음에 대한 내용을 공유해봅니다.

      ~~~~~~~~~~~~~~~~~~~~~~~~~~~~~~~~~

      제가 열일곱 살이었을 때, 이런 구절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만일 당신이 매일을 삶의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언젠가 당신은 대부분 옳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 저는 그것에 강한 인상을 받았고, 이후 33년 동안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제 자신에게 말했습니다. “만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는 것을 하게 될까?” 그리고 여러 날 동안 그 답이 ‘아니오’라고 나온다면, 저는 어떤 것을 바꿔야 한다고 깨달았습니다.

       제가 곧 죽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제가 인생에서 큰 결정들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 가장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모든 외부의 기대들, 자부심, 좌절과 실패의 두려움, 그런 것들은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을 남기게 됩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당신이 무엇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함정을 벗어나는 최고의 길입니다. 여러분은 이미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마음을 따라가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약 1년 전 저는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침 7시30분에 검사를 받았는데, 췌장에 종양이 발견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췌장이라는 게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의사들은 이것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종류의 암이라면서 제가 길어봐야 3개월에서 6개월밖에 살수 없다고 했습니다. 의사는 저에게 집으로 가서 주변을 정리하라고 충고했습니다. 그것은 내 아이들에게 앞으로 10년동안 해줘야 하는 말을 단 몇 달 안에 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임종 시 가족들이 받을 충격이 덜하도록 모든 것을 정리하란 말이었고 작별인사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하루 종일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날 저녁 늦게 저는 목구멍을 통해 내시경을 넣는 조직검사를 받았습니다. 세포를 췌장에서 떼어내 조사를 했습니다. 저는 마취상태였는데 나중에 아내가 말해주길 현미경으로 세포를 분석한 결과 치료가 가능한 아주 희귀한 췌장암으로 밝혀져 의사들까지도 기뻐서 눈물을 글썽였다고 합니다. 저는 수술을 받았고 건강해졌습니다.

       이것이 제가 죽음에 가장 가까이 간 경우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앞으로 몇 십 년간은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경험을 해보니 죽음이 때론 유용하다는 것을 머리로만 알고 있을 때보다 더 정확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누구도 죽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천국에 가고 싶다는 사람들조차도 그곳에 가기 위해 죽기를 원하지는 않죠. 하지만 죽음은 우리 모두의 숙명입니다. 아무도 피해 갈 수 없죠. 그리고 그래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이니까요. 죽음은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새로운 것이 헌 것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새로움이란 자리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머지않은 때에 여러분들도 새로운 세대들에게 그 자리를 물려줘야할 것입니다. 너무나 극적으로 들렸다면 죄송합니다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고 시간을 허비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한 결과에 맞춰 사는 함정에 빠지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의 견해가 여러분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가리는 소음이 되게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라가는 용기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당신이 진정으로 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은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다른 모든 것들은 부차적인 것들입니다.

  • 말순이 2022.05.06 09:44

    저도 결혼한 후 양쪽 부모님 네분과 친정 올케 두분 그리고 친구들과 이웃들의 죽음을 직접참여하면서
    죽음이 멀리있지 않음을 알게되었습니다.
    하루하루가 엄청 소중하고
    남편과 자식과 헤어진다고 생각하면 눈물이 .....

    기대가 없어지고
    존재의 가치로 사람을 보게된것이 죽음을 통해 알게된것입니다.
    답글

  • 우연히 다녀 갑니다~좋은글 잘보았어요~~
    코로나 조심하시고!시간나실때 제블로그도 놀러오셔요^^
    즐거운 금요일 행복하세요~
    답글

  • 김은이 2022.05.06 10:57

    제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제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걸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나중에 하지 뭐. 나중이란게 있을 지 없을지도 모르면서 나중으로 미루기도 하구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소중한 걸 잊지 않고 사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답글

  • 보리랑 2022.05.06 11:07 신고

    많이 아프거나 시한부이면 그동안 집착한 모든 것이 소용없다 싶고 사회의 나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지니 정말 하고픈거 하는듯요 ㅜㅜ

    오늘이 마지막인듯 정리하는 삶~
    답글

  • 김주이 2022.05.06 12:29

    참 다양한 분야의 많은 지식을 주시는 작가님
    그리고 그 안에서 지혜까지 주시는 작가님
    오늘도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답글

  • 아리아리짱 2022.05.06 20:09 신고

    김민식 작가님 아리아리!

    죽음은 삶과 겹쳐있는데 종종 영원히 살 것만
    같이 착각하며 일상을 이어갑니다.

    유한한 삶, 살아있는 매순간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웁니다.
    Carpe diem!
    답글

  • ladysunrise 2022.05.07 10:12 신고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덜 어지르고 더 치운다.
    항상 마지막인것처럼 살면 후회가 덜 남을것 같은데
    너무나도 당연히 항상 내일이 있을거라 여기고 미루는 교만한 마음이 있습니다. ㅠㅠ

    오늘아침 피디님 글을 읽으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답글

  • 사람 사는 게 참 다르지않다고
    느꼈어요
    저희 엄마도 돌아가시기 1년 전
    가족들과 모여서 밥 먹기,
    여행가기, 형제들과 친구들과
    통화하기,살던 고향 집에 가기
    그 이상 바라는게 없으셨어요
    매일 할 수 있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졌던 일들
    지금 아들, 남편에게
    카톡해야겠네요
    언제 들어와 같이 밥먹자고
    내일은 친구에게 잘 지내냐고
    문자 한 통 넣을까 합니다
    답글

  • sara_yun 2022.05.14 11:49 신고

    읽는데 눈에서 눈물이 쥬르륵…. 부모님과 해외여행을 가는 게 꿈이에요. 어렸을때는 형편이 어려웠고, 크고나서 가려고 잡아놓으면 외삼촌 갑자기 돌아가셔서 못가고, 또 약속 잡아놨었는데 가족 중 한명이 아프고, 그래서 한번을 못갔어요 ㅋㅋㅋ쿠ㅡㅜ 제가 어서 취업할때까지 부모님이 건강하샸으면 좋겠어요 해외여행 너무 가고싶어요 ㅎㅎㅎ
    답글

  • 꿈트리숲 2022.05.14 16:08 신고

    암선고를 받고 알았어요 불행은 남의 일이 아니고 죽음도 바로 코앞 일 수 있다는 것을요. 숙연해지고 겸손해졌어요 제 운명을 자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직 병을 짊어지고 있긴 하지만 일상이 불행하진 않네요 아픈 것도 죽음도 살면서 누구나 겪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답글

  • 새벽부터횡설수설 2022.06.01 08:09

    해외에서 죽음을 경험했어요. 근사체험과 비슷했는데, 그때 삶을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삶은 유한하고, 그래서 더 아름답고 기적처럼 대해야 한다는 것을요. 정말 중요한 건, 물질이 아닌 관계,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 이 세상에 좋은 유산과 가치를 전하는 것입니다.
    답글

  • 섭섭이짱 2022.06.03 17:41

    안녕하세요.

    작가님 글에서 얘기해주신
    양선아 기자님이 책 출간하셨네요.
    그러면서 인터뷰 하신 기사가 있는데
    같이 읽으면 좋을거 같아 공유합니다.

    ~~~~~~~~~~~~~~~~~~~~~~~~

    http://m.ch.yes24.com/Article/View/50901

    2019년 12월, 양선아 <한겨레> 기자는 유방암 선고를 받았다. SNS 자기소개란에 “열정과 긍정이 삶의 모토”라고 적곤 했던 그는 평소 ‘에너자이저’로 불릴 정도로 삶을 긍정하며 살아왔다. 30대 후반부터 유방 엑스선 촬영은 물론 초음파검사까지 꼬박꼬박해왔기에 40대 중반의 유방암 선고는 충격적이었다. 암 진단을 받은 날, 의사는 다급하게 수술 날짜를 빨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는 동료 의학전문기자에게 조언을 구하고 곧장 서점으로 향했다. 한만청 박사가 쓴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를 시작으로 『유방암 환자를 위한 치료안내서』를 찾아 읽었고, 3대 표준치료라고 불리는 ‘항암-수술-방사선치료’를 무사히 받고 현재 회복 중이다.

    『끝장난 줄 알았는데 인생은 계속됐다』는 양선아 기자가 <한겨레> 토요판에 연재했던 ‘양선아의 암&앎 시리즈’를 엮은 책이다. <한겨레>에서 20여 년간 기자로 일하며 웹진 <베이비트리>를 기획, 운영하기도 한 양선아 기자는 암 진단 뒤 ‘욕망 다이어트’를 하는 중이다.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며 “암을 완치하고 인생을 즐기는 할머니가 되는 것”을 꿈꾸는 양선아 기자를 서면으로 만났다.

    유방암을 발견할 수 있는 자가 검진법

    『내 아이를 위한 엄마의 감정 공부』 이후 두 번째 단독 저서를 쓰셨어요. 투병하며 글을 쓰는 일이 쉽지는 않으셨을 텐데요. 출근하는 기자가 아닌 투병하는 한 사람으로 글을 써본 경험은 어땠나요?

    암 진단 초기에 블로그에 '유방암 내 삶의 일부'라는 카테고리를 열고 글을 쓰기 시작하니, 토요판 팀장을 비롯한 구성원들이 문병을 와서 신문에 글을 싣자고 하셨어요. 그런데 당시는 항암하면서 도저히 마감 시간을 지킬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치료하는 것 자체도 힘든데 내가 신문 연재글을 마감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항암-수술-방사선 치료까지 마친 뒤인 어느 날, 토요판 개편을 하면서 다시 연재글을 써보자는 제안이 왔습니다. 치료를 하는 과정 내내 제가 예측하지 못한 일이 터졌고, 그런 일을 겪으면서 삶의 지혜를 많이 배웠습니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서 투병 과정을 정리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 싶었고, 또 암 진단 받고 “내 인생이 끝장났다”고 절망했던 저 같은 이들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연재를 시작했고, 그 연재글을 묶어 책까지 출간하게 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제게는 너무나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기자들은 취재를 하고 취재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해요. 제 개인적 감정이나 느낌보다는 객관적 진실이나 사실이 더 중요하지요. 그러나 투병기에는 객관적 사실도 들어가지만 저의 감정이나 느낌도 많이 들어갔어요. 또 제가 ‘암’이라는 질병을 통과하며 깨달은 것들도 담았는데요. 연재가 나가고 나니 정말 많은 분들의 응원과 피드백들이 쏟아졌고, 네이버 댓글도 ‘선플’이 많아 신기하기만 했어요. 신문에 글이 실린다는 것의 파워도 실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1년 전에 정기검진을 하셨을 때는 괜찮았고 마사지를 받으면서 발견하게 되셨다고요. 40대 여성부터 유방암이 많이 발생하는데, 1년에 한 번 하는 건강검진 외에 유방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유방 초음파와 같은 정기검진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에 자신의 유방을 아니 자신의 몸을 자세히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유방이 작은 편이어서 유방암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고 제 마음대로 생각했어요. 그러나 유방의 크기와 유방암은 아무 관련성이 없더라고요.

    유방암을 발견할 수 있는 자가 검진법이 있는데요. 매월 생리가 끝난 후 일주일 안에는 유방이 가장 부드럽다고 합니다. 그 시기에 유방을 내 눈과 손으로 만지며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거울 앞에 서서 양쪽의 유방의 모양은 어떤지 변화는 없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유방에 움푹 들어간 부분이 있거나 볼록 나온 부분이 있거나 피부에 주름이 생기거나 하면 가까운 유방외과에 가서 정밀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로는 서거나 앉은 자세, 또 편하게 누운 자세에서 촉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촉진할 때는 한쪽 팔을 들어올리고 반대편 손가락 검지, 중지, 약지의 넓은 면을 이용해 원을 그려가면서 촉진을 하는 것입니다. 혹시 가슴에 멍울 같은 것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죠. 유두를 살짝 짜서 분비물이 있다면 그것도 정밀검진 신호라고 봐야 합니다.

    유방암 진단을 받고 처음 간 곳이 서점이었다고요. 동료 의학전문기자에게 병원을 추천 받으셨고요. 진단을 받은 초기에 한 일 중에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고, 더 알지 못해 아쉬웠던 것은 무엇인가요?

    암 진단 사실을 알게 된 그날 가만히 집에서 앉아있을 수 없어 부랴부랴 달려간 곳이 집 근처 서점이었습니다. 진단을 받은 초기 가장 잘한 일입니다. 암이라는 사실을 안 순간 머리 속에서는 각종 시나리오가 펼쳐집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드라마 주인공이 되면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게 되지요. 두려움에 벌벌 떨고, 완전히 혼자서 고립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내가 놓인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죠.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저보다 앞서 투병한 사람들이 각종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이 쌓은 투병 노하우를 써놓은 책, 또 객관적 사실과 질병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책들을 만났습니다. 그런 책들이 아니었다면, 저는 두려움에 질식돼 투병 과정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때도, 지금도 가장 잘 한 일은 책들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지식과 지혜를 만나고 거기에서 배우고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쉬웠던 점이라기보다 후회하는 것인데요. 암 진단 직전 해에 보험비가 많이 든다며 해지한 보험들이 있습니다. 보험을 해지한 뒤 이런 일을 겪으니 아쉽더라고요. 암 진단을 받으면 중증 혜택을 받아 치료비의 5%만 지불하긴 하지만, 항암 후유증 치료도 받고 제대로 된 먹거리 등을 사려면 돈이 많이 들어요. 독자분들도 실비 보험, 암 보험 등 평소에 꼼꼼하게 챙기면 좋겠습니다.

    근로자가 질병, 부상으로 인해 일을 하지 못할 때 최저임금의 60% 정도를 지급하면서 소득 보전을 해주는 한국형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데요. 이런 상병 수당 제도가 빨리 정착되면 좋겠습니다.

    규칙적인 운동, 적당한 수면, 햇빛 쐬기

    신문 칼럼을 연재하며 많은 이메일을 받으셨다고요. 자신의 질병을 오픈하는 것이 실제로 투병에 도움이 된다고 알고 있는데요. 기자님의 경우는 어떠셨나요?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의료 사회학자 아서 프랭크는 『아픈 몸을 살다』라는 책에서 “암을 무서운 병으로 만드는 것은 질환이 아닌 사회다”라고 말합니다. 질환의 이름을 말하기조차 꺼리는 문화 안에 암에 대한 특별한 공포가 있다고 말하죠. 이러한 문화 속에서 암 환자가 낙인 찍혔다는 느낌에서 벗어나려면 자꾸 숨지 말고 다른 사람들 앞에 나타나 자신의 경험을 증언하라고 말합니다.

    제가 암 진단 받은 사실을 숨겼다면, 제가 힘든데도 힘들다고 말을 못하고 아파도 아프다고 말을 못했을 겁니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입니까. 그러지 않아도 됐으니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질병을 공개하고 나니 유방암을 극복한 분들이 어떻게 투병을 해야 하는지 정보도 알려주시고, 같은 질병을 가진 환우들과 경험을 공유하며 연대할 수 있었어요. 또 지인들의 응원과 배려를 받을 수 있어 투병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겨레> 직원들이 보내 온 편지와 모금액, 정말 큰 감동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책에는 수많은 선후배 지인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들 중에 아플 때, 가장 위로가 됐던 말은 무엇인가요?

    “고통은 삶의 본질에 더 집중하게 만들고, 왜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주제에 천착하게 만들기 때문에 고통 속에서 배움을 얻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과 다른 단단함이 있다”고 말한 한 선배의 말이 아직도 마음 속에 있습니다. 항암할 때,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할 때, 수술 전날 등이 가장 외롭고 힘든데 그때마다 함께 해주었던 선배인데요. 이 선배는 행복에 대해 천착해 『행복을 묻는 당신에게』(올 어바웃 해피니스)라는 책을 쓴 김아리 작가입니다. 고통과 행복이라는 주제에 천착했던 선배이기에, 제가 고통의 터널을 통과할 때 그 의미를 제대로 읽어주고 함께 해주었던 것 같아요. 아리 선배에게 여전히 감사한 마음 갖고 있습니다.

    암 환우와 함께 살고 있는 가족들에게 환자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없나요?

    암 환자 가족들은 암 환자만큼 매우 힘든 시기를 통과할 수 밖에 없으므로 자신의 몸과 마음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고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가족의 정신 상태는 환자의 정신 상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가족이 극도의 스트레스에 처해 있고 육체적으로 지나치게 피곤하다면 환자에게 제대로 된 보살핌을 제공할 수 없어요. 암 투병은 매우 길고 긴 장기 마라톤과 같은 여정입니다. 그러니 지치지 않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살피시라고 당부하고 싶어요.

    그리고 가족들에게 부탁 하고 싶은 것은 암 치료 과정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입니다. 항암 치료를 할지 말지, 수술은 어떻게 할지, 복원 수술을 할지 말지 등등 결정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요. 또 암에 걸렸다고 하면 주변에서 이것이 암에 좋다 등등 쏟아지는 정보도 많습니다. 환자는 암에 걸렸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힘든데 많은 정보 가운데 옥석을 가려야 하고 또 뭔가를 선택해야 해요. 그럴 때 가족이 함께 정보를 찾아준다면 환자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또 항암 치료 과정에서 각종 부작용을 겪을 수 밖에 없는데, 그 부작용에 대해 미리 숙지하고 그때그때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이 좋겠지요.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나요?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모든 암을 예방하는 방법과 동일합니다. 암은 내 몸의 세포가 어떤 요인에 의해 돌연변이 세포로 변해 마음대로 증식할 때 발생합니다. 따라서 일단 몸에 나쁜 것들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나친 음주나 흡연을 자제하고, 가공 식품, 암을 유발할 수 있는 탄 음식 등을 멀리하는 것이 좋지요. 몸에 나쁜 것은 하지 말고, 좋은 것은 더 많이 하면 좋겠지요. 채식 위주의 식사와 물 충분히 먹기도 도움이 됩니다. 채소는 DNA 손상을 막아 돌연변이 세포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주고요. 적당량의 물을 먹어야 혈액 순환도 잘 되고 세포도 활성화됩니다.

    두 번째로는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운동은 정말 남는 장사입니다. 약간 숨이 차고 땀을 흘릴 만한 운동을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한다면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골고루 섞어서 한다면 금상첨화이겠지요. 혈액 순환부터 스트레스 해소, 암 예방까지 운동처럼 암 예방에 좋은 것은 없습니다. 이미 많은 논문으로 입증된 사실입니다.

    셋째, 햇빛 쐬기와 적당한 수면 시간 확보도 중요합니다. 햇빛을 쐬면 비타민D가 피부를 통해 체내에 합성되는데요. 비타민D가 부족하면 다양한 암이 유발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도 암 진단 뒤 혈액검사를 해보니 비타민D 수치가 현저하게 낮더라고요. 비타민D 수치도 꼭 확인해보시고 햇빛도 하루 15분 이상 쐬세요.

    암 진단 전에는 하고 싶은 것은 많고 시간이 너무 부족해 잠을 줄였습니다. 새벽 3~4시에 일어나 보고 싶은 책을 보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어요. 그런데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수면 시간이 부족 하다 보니 면역력이 떨어져 암까지 온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충분히 이완하고 몸이 회복할 수 있는 수면시간 확보가 중요합니다.

    블로그 글쓰기는 계속 하고 계시죠. 최근에 2년 후의 나에게 쓰는 편지를 쓰셨더라고요. 이 편지를 쓰는 마음에 대해 말씀 부탁 드려요.

    2019년 12월 암 진단을 받았고 2년 뒤면 완치 판정을 받는데요. 최근 완치 판정 받을 나에게 편지를 써보았습니다. 암 진단을 받고 얼마 안됐을 무렵, 32살의 제가 42살의 저에게 쓴 편지를 받았습니다. 회사에서 타임 캡슐 프로젝트로 10년 뒤 자신에게 편지쓰기를 했는데 그때 제가 참여했더라고요. 우연히 그 편지를 받게 됐는데, 32살의 양선아가 42살의 양선아에게 해주었던 말이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몰라요. 뜨거운 눈물을 줄줄 흘리며 그 편지를 읽었지요.

    그때의 경험으로 완치될 양선아에게 미리 편지를 쓰고 마음껏 축복하고 축하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2년을 어떻게 살지도 생각해보았고, 완치 판정 받을 시점에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점도 다시 적어두었습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평범함 일상을 되찾고 나서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던 마음 그걸 잊지 말라고 당부했고, 완치 판정 받더라도 해이해지지 말고 몸과 마음을 잘 살피라고 당부했습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잖아요. 어느 순간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까먹고 불평 불만이 스물 스물 올라오고 또 남과 나를 비교하게 되지요. 인생에서 진짜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이 뭔지 잊지 않기 위해 편지를 썼습니다.

    의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세요

    요즘 컨디션은 어떠신가요? 복직 날짜는 정해졌나요?

    내년 2월 말 복직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희 회사는 3년 동안 병가 휴직을 할 수 있는데, 복원 수술을 마친 2년 차에 복귀할까 하다가 3년 동안 충분히 쉬고 복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간 수치도 아직 안정적이지 않고, 최근 갑상선 초음파 검사에서 결절이 발견됐는데 추적 검사도 필요합니다. 아무래도 직장에 복귀하면 식단이나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에서 지금보다는 엄격하게 못할 테니, 차근차근 또박또박 회복하고 복귀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요즘 컨디션은 매우 좋습니다. 많이 걷고 많이 웃습니다. 책이 출간되니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이 만나자고 연락이 와 많이 만나고 있는데요. 5일 연속 사람을 만나니 다크써클이 발 아래까지 내려오고 입이 부르트더라고요. 암 진단 이전의 체력만큼은 회복되지 않구나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체력을 키우기 위해 더 노력할 생각입니다.

    회사에 다시 출근해서 가장 하고 싶은 취재 또는 글쓰기는 무엇인가요?

    Now & Here. 암을 통과하며 제가 배운 것은 지금과 여기를 소중히 생각하며 살자는 것입니다. 현재는 사회정책팀 소속인데요. 그때 사정팀 상황이 어떻게 될지, 또 편집국 전체 상황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어요. 그래서 제가 복직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겠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때 상황에 맞춰, 또 그때 저의 몸 상태에 따라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과거에는 내가 계획한 대로 인생이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살다 보니 인생이 절대 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더라고요. 파도의 흐름대로 서핑하듯 맡겨보겠다는 생각이고, 체력을 키우고 몸과 마음을 더 건강하게 하기 위해 지금, 여기에 집중하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암 환우들에게 추상적인 응원이 아닌, 현실적인 팁과 위로의 이야기를 해주신다면요.

    첫쨰, 의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세요. 나는 강하다, 약하지 않다, 잘 견딜 수 있다라는 생각만으로 혼자 그 힘든 시기를 통과하려고 하지 마세요. 최근 어떤 기사에서 암은 교통사고와 같다라는 표현을 썼더라고요. 교통사고가 나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주변의 도움을 받듯이, 암 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변에 적절하게 의존하고 도움을 요청하면서 이 힘든 시기를 잘 지나시길 빕니다. 내 마음을 터놓고 도움을 받을 사람이 많으면 좋겠지만, 사실 단 한 명만 있어도 인간은 일어설 수 있습니다. 암을 통해 어쩌면 나에게 진짜로 중요한 사람이 누군인지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단 한명이라도 내가 의존할 대상을 찾으세요.

    둘째, 내가 의존하고 싶어도 의존할 만한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다면, 그땐 자기 자신이 자신의 가장 열렬한 응원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암 치료는 장기전입니다. 항암-수술-방사선 치료가 끝났다고 괜찮아지는 것은 아니죠. 여러 후유증이 있고,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재발과 전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들도 해야 합니다. 그 긴 과정에서 나를 끝까지 응원하고 다독일 사람은 나입니다. 가족마저도, 친구마저도 어느 순간 내가 암 환자라는 사실을 잊어요. 내 몸과 마음을 끝까지 살필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나를 믿고, 나에게 다정하게 해주세요. 아픈 것도 힘든데, 자꾸 내가 나를 평가하고 비난하고 남과 비교하지 마세요. 또 내가 주체가 되어 암 공부를 하면서 암 치료에도 암 예방에도 임하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암 투병을 하는 이 시기도 우리의 삶이라는 것입니다. 암에 완전히 정복돼, 온통 암 생각으로 내 삶을 채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암을 만났지만 햇빛을 쬐며 걸을 수 있다면 걷고, 나무 그늘에 앉아 시원한 물 한잔도 마실 수 있습니다. 가족과 눈맞춤을 하며 정답게 얘기할 수도 있고, 친구들과 전화 통화도 할 수 있습니다. 온통 암 생각으로 소중한 삶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일을 분별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과 가고 싶은 곳,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 등에 집중하며 ‘지금, 여기’의 삶을 충분히 누릴 권리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환우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 세 권을 소개해 주세요.

    『아픈 몸을 살다』 - 암으로 많은 것을 상실하겠지만, 또 암으로 인해 얻는 것도 많을 것이라는 관점의 전환을 만들어준 책입니다. 의료 사회학자답게 질병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또 질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4기 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의사 김범석 교수의 에세이입니다. 죽음을 앞둔 다양한 사람들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루는데, 개인의 삶 하나하나가 한 편의 드라마 같습니다. 삶과 죽음에 대해 제대로 질문해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책입니다.

    『걷는 사람, 하정우』 - 걷기의 매력에 풍덩 빠질 수 있게 만들어준 책인데요. 걷기의 매력과 효능에 대해 이토록 매력적으로 쓴 글은 없을 겁니다. 책꽂이에 꽂아놓고 운동에 소홀해질 때면 책을 펼치고 다시 봅니다. 그러면 다시 걷기에 대한 동기 부여가 뿜뿜 생겨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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