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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짠돌이 건강 수업

아재도 춤추고 싶다

by 김민식pd 2022. 1. 26.

건강검진을 했습니다. 나이 50이 넘어가니, 검진을 할 때마다 숙제 검사를 받는 기분이에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결과지를 펼쳤는데, 뭔가 빼곡하게 지적 사항이 많네요. 40대 초반에만 해도 종합 소견난은 하얀 백지였는데... 술 담배 커피를 멀리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지만, 나이 먹는 건 어쩔 수 없나봐요. 내장 비만에 복부 비만도 있고요. 무엇보다 체성분 측정 결과 근육량이 적정 이하라고 떠서 놀랐어요. 자전거도 타고 산에도 오르지만, 근육량은 부족한가 봐요. 문득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던 책의 구절이 떠올랐어요.  

'정년퇴직 후의 삶은 굉장히 길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기간이다. 그런데 왜 이 기간 동안 몸을 노화되도록 방치하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퇴직 후에는 ‘건강 만들기’ 또는 ‘건강 지키기’라는 새로운 직장에 취직을 했다고 생각하세요. 직장에 다닐 때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일을 하지 않았습니까? 운동을 퇴직 후 새로 얻은 일이라고 생각하시고 매일매일 하세요.”'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 : 건강나이를 10년 앞당기는 최강의 근력 운동< (김헌경)

퇴직 후에는 출근하듯 운동하러 다니시란 말씀이 떠올라 다음 날 피트니스에 등록했어요. 운동 지도를 받고 열심히 근력운동을 하니, 다음날 아침에 온 몸 구석구석이 쓰리고 결리고 아프고 난리가 났어요. 안하던 헬스를 갑자기 열심히 해서 그런가 봐요. 이럴 땐 며칠 쉬어야한다고... 근력운동이 힘들다면 유산소 운동이라도 해야지. 뭘할까? 그때 헬스장 안내데스크의 GX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어요. '줌바' 수업이 있네요.

어려서부터 저는 춤 추는 걸 참 좋아해요. 소싯적에는 클럽 죽돌이였는데, 언젠가부터 춤을 출 기회가 줄어들더군요. 닌텐도 스위치를 사서 '저스트댄스'라는 게임을 하며 몸을 흔들기도 하지만, 여럿이 즐겁게 추는 춤의 흥겨움을 완전히 재연하기란 어렵죠. 아, 하고 싶다. 줌바... 근데 살짝 고민이 됩니다. 왠지 줌바는 아줌마들이 추는 다이어트 댄스 같잖아요? 

오늘의 질문 : 남자가 줌바를 해도 괜찮을까요?

줌바라는 이름이 오해를 부르기는 하지만, 줌바는 영어입니다. 미국에서 개발된 유산소 댄스 운동 프로그램이에요. 춤을 좋아하시고, 운동을 원한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물론 제가 간 줌바 수업에 남자는 아무도 없었어요... ㅠㅠ 동작을 하나도 몰라 첫날엔 엄청 헤맸습니다. 괜찮아요. 시간은 많아요. 꾸준히 하면 늘겠지요. 처음엔 강사님의 발만 봤어요. 스텝부터 밟아야 해요. 여럿이 줄을 지어 추는 춤은 스텝만 따라가도 민폐는 피할 수 있어요. 스텝부터 익힌 후, 팔동작을 따라합니다. 너무 헤매니까 처음엔 민망한데요. 다들 거울 속 강사님의 동작을 따라하느라 다른 사람 쳐다볼 겨를은 없어요. 스텝을 계속 밟다보니 부끄러움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어느새 춤의 흥겨움에 빠져들고 있어요. 아, 줌바! 재밌구나!!!

미친듯 흔들고 춤을 추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마 줌바를 배우는 50대 남자는 나밖에 없겠지? 난 왜 항상 어딜 가나 이렇게 고독한 길을 가는 걸까? 다시 정신승리로 마음을 다집니다. 난 고독한 게 아니라 용감한 거야! ㅋㅋㅋㅋㅋ

<인생을 바꾸는 세 가지 프로페셔널 시점>에서 윤정열 저자가 가장 먼저 바꾸라고 하는 건 자신에 대한 시점이에요. 스스로를 더 너그럽게 대해주고 자신의 잠재력을 믿으라고요. 절실함은 최고의 무기라고 말하는데요. 저는 춤에 몹시 진심입니다. 줌바를 계속 배우고 싶어요. 그렇다면 나는 자신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해요. 나는 줌바를 하는 이상한 아재가 아니라, 줌바도 하는 용감한 남자라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언제든 도전하는 사람.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즐거움을 우선시하는 사람. 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독특한 사람! 나 자신의 삶에 대한 관점이 바뀝니다. 나는 그동안 고독한 삶을 산 게 아니라, 용감한 삶을 살았구나!

이제 아재도 흥겹게 춤을 추러 다닙니다.

즐거우니까 춤을 추는 게 아니라, 춤을 추니까 즐거운 겁니다.

 

댓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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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 줌바를 시도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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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순이 2022.01.26 09:44

    엄청나게 용감하시네요. 아재 작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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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글 포스팅 잘보고 공감 꾸욱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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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상희 2022.01.26 11:02 신고

    와우 줌바가 쉬우면서 어렵고 힘들면서 재미있는건데 ㅎ 화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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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롬나드 2022.01.26 11:10 신고

    줌바 남자 회원들도 많아져야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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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현 2022.01.26 12:25

    우와~~~멋져요!!!
    작가님처럼 멋진 분은 울 남편 빼고 최고에요.ㅎㅎ
    오늘도 즐거운 인생 나눠주심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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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디님!! 저 줌바 3년 다녔는데요 가뭄에 콩나듯 남자회원들 오셨는데 아무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아요.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 ㅋㅋㅋ그리고 줌바 워낙 힘들고 할수록 새로워서 선생님쳐다보느라 바뻐서 남 허우적대는거 쳐다볼 틈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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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dysunrise 2022.01.26 16:32 신고

    줌바도 하는 용감한 남자!!! 김민식 작가님 응원합니다.
    사진 멋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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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리칸바이올렛 2022.01.26 18:15

    줌바도 하시는 용감한 작가님
    멋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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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이 2022.01.26 22:00

    우와 작가님 사진만봐도 정말 즐거워요.
    작가님이 근육부족에 체지방이 많다니 너무 충격입니다. 먹으려던 야식 오늘은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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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인자 2022.01.27 08:18

    ^^
    피디님은 증말로! 동기부여가이십니다.
    저도 당장 줌바댄스 학원에 등록하고 싶어졌어요.

    방송댄스반에 이틀 다니다 손도 발도 모두 꼬여 포기했는데
    피디님 도전에 저도 다시 시도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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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리아리짱 2022.01.27 09:28 신고

    김민식 작가님 아리아리!
    오우~
    줌바에 대한 급관심이 생깁니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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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가연 2022.01.28 13:35

    용감하고 멋지신 작가님, 오늘도 미소를 머금게 하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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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운의봄 2022.01.29 06:01

    고독한게 아니라 용감한 거 맞죠^^
    작가님 팬이 얼마나 많은데 고독하다뇨..
    작가님 흥이 있잖아요.
    줌바댄스 영상도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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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빛마리 2022.01.29 08:12 신고

    와! 작가님 ^^ 사진 한 장만으로 저에게 에너지를 주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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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ra_yun 2022.01.29 12:16 신고

    ㅋㅋㅋㅋㅋ 와피디님진짜멋찌다ㅠㅡㅜㅠ 저도옛날에 뇌는춤추고싶다 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춤을 추는게 몸에도 뇌에도 좋대요! 저는 쑥스러워서 그런거 잘 못했는데!! 피디님을 보고 저도 춤을 배우고싶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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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트리숲 2022.01.30 09:53 신고

    와~~~ 대박!!!
    시원하게 우상향우로 쭉 뻗은 춤선 좀 보소^^
    소싯적 춤실력이 어디 안갔네요 ㅎㅎ
    춤의 진심이신 분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언제나 새로운 영역의 진입장벽을 낮춰주셔서 감사해요
    흥부자 김민식 작가님의 줌바 라이프 격하게 응원합니다!! Ye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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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리봉맨 2022.02.02 10:12 신고

    "난 왜 항상 어딜 가나 이렇게 고독한 길을 가는 걸까?" 빵 터졌습니다ㅋ 작가님, 넘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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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쁜별 2022.03.08 14:52

    저도 춤추는 삶을 동경하는데 작가님 글 보며 역시! 하며 동지를 만난 느낌이네요~ 아직 저는 즐기지 못하는 중이지만 곧 시작해야겠다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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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깡나 2022.03.19 13:32 신고

    춤 좋지요~ 화이팅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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