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강연 수강일지

재수없다 할까봐 겁나요

by 김민식pd 2020. 9. 3.

방구석 돈벌기 카페에서 온라인 강연을 했어요. <매일 아침 써봤니?>를 소개하면서, 매일 블로그를 하기 위해서는 매일 즐거워야 한다고 말했어요. '오늘 하루의 삶이 즐거워야 해요. 오늘 내가 읽은 책이 재밌어야 하고, 오늘 내가 가본 여행지가 멋있어야 하고, 오늘 내가 맛본 음식이 좋아야 해요. 그래야 내일의 내가 그것에 대해 글을 쓸 수 있어요. 매일 나의 일상을 자랑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면, 블로그가 즐거워요.'

그랬더니 이런 질문이 올라왔어요.

'재수없다 할까봐 겁나요.'

그 분께는 죄송하지만, 저 그 순간, 빵 터졌어요.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아, 그런데 왜 나는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사람들이 내 블로그를 보고 재수없다 할까봐 겁이 났다면, 저는 아마 10년 째 이렇게 글을 쓰지 못했을 텐데. 나는 이 생각을 왜 못했지? 그 순간, 깨달았어요. 제가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보고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었던 거예요. 

"혹시 선생님께서 평소 다른 사람 블로그 보면서 이런 생각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남들도 내 블로그 보고 똑같이 생각할까봐 겁나는 거 아니에요?"

그 분이 막 웃으셨어요. 

"아, 제가 그러나봐요."

무례한 말씀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웃어넘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매년 한 권씩 책을 내지만, 책을 낼 때마다 부끄러운 게 사실이에요. '나 따위가 뭐라고, 감히 책을 쓸까....' 그럼에도 책을 쓰는 이유... 매년 200권 넘게 책을 읽으며, 다양한 저자의 생각을 만나는 게 즐거운 거예요. 책을 읽으면서 제가 하는 생각은 '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와, 이런 이야기도 책으로 낼 수 있구나.'하는 감탄이지, '에이, 뭐 이런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그래, 재수없게.'는 아니었던 거죠. 

결국 우리가 두려워하는 건, 내 안의 나에요. 내가 남에게 친절하지 않은 걸 기억하기에, 남도 나에게 똑같이 대할까봐 두려운 거예요. 이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내가 평소에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면 됩니다. 누가 블로그에서 잘 난 체를 해도, 함께 기뻐하고, 좋은 책/여행지/맛집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하는 겁니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부러워하는 마음은 나의 행동을 부채질합니다. 나도 그렇게 좋은 책/여행지/맛집을 경험하고 글을 쓰고 싶어 지거든요.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아, 난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

참 좋은 분들을 만났구나. 

 

고맙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오늘도 글쓰기가 즐거워요.  

 

 

 

 

반응형

'공짜로 즐기는 세상 > 짠돌이 강연 수강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보지 않은 길  (10) 2021.12.06
세바시 온라인 북클럽 안내  (16) 2020.10.14
오래 살아야 할 이유  (18) 2020.08.25
오랜만에 강연 공지 올려요~  (17) 2020.07.23
피디가 강연하는 법  (14) 2020.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