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떻게 그 모든 일을 해내는가>를 보면, 로버트 포즌 교수는 삶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읽기, 쓰기, 말하기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발표와 강연을 잘 하는 요령에 대한 포즌 교수의 글을 읽다, 나도 내 나름의 요령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자 <한겨레 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강연을 듣는 걸 좋아한다. ‘저 사람이 수십 년을 전문가로 살아왔는데, 자신이 깨달은 바를 딱 2시간 동안 대중에게 전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 배움에 있어 이보다 좋은 기회가 없다. 틈만 나면 도서관 저자 강연이나 전문가 특강을 쫓아다닌다.
강연을 자꾸 듣다 보면 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그런데 불러주는 곳이 없다. 이럴 땐 돈을 안 주는 곳을 가면 된다. 잘 하지도 못하면서 처음부터 돈을 받으려고 하면 기회가 안 온다. 잘 하려면 자꾸 해봐야 하고, 빈도를 높이기 위해선 기준을 낮춰야 한다. 예산을 따지지 않으면 기회가 온다.
중고등학교 학사 일정 중, ‘직업인의 날’ 행사가 있다. 학부모 가운데 의사, 변호사, 공무원 등 아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와서 직업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이다.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도 많은데, 막상 연예인은 섭외하기 힘드니 대신 방송사 피디를 부른다. 학부모들이 재능기부로 하는 행사라 돈은 안 준다.
어느 시골 고등학교에 가니, 학생이 질문을 하더라. “그래서 아저씨가 김태호나 나영석보다 더 잘 나가는 피디인가요?” 아이들은 이렇게 뼈를 때리는 질문을 한다. 유명한 피디가 오는 줄 알고 기대했다가 실망했나보다. “아닙니다. 저보다 김태호나 나영석이 훨씬 더 잘 나가지요. 그런데요. 그 분들은 너무 잘 나가서 이런 학교 행사에 일일이 다닐 수가 없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나 오지요. 피디가 좋은 게요. 잘 나가지 않아도 피디는 피디에요. 앞으로는 방송사 피디가 아니라도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어요. 집에서 유튜브를 만들어도 피디거든요. 스타 피디가 되어야만 행복한 건 아닙니다. 유명하지 않아도 자신의 일을 좋아하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어요. 욕심을 줄이면 되거든요.” 그러니 너도 욕심을 좀 줄이라는 말까지는 하지 않는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그거지만.
교수와 전문가들 강연을 듣다 보면 의외로 재미없는 강연도 있다. 남들 강연을 재미삼아 들어본 적이 없는 탓이다. 교수는 학술회의장에서 다른 교수들 발표만 들었기에 다들 그렇게 재미없는 강연만 하는 줄 안다. 전문가란 대개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 재미난 일에 사람들이 관심이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에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말하는 사람의 재미만 생각하지, 듣는 사람의 재미를 고려하지 않는다. 강연을 잘 하려면, 다른 사람의 강연을 자꾸 들어 봐야한다. 일삼아, 공부삼아 들을 게 아니라 재미삼아 들어야 한다. 그래야 재미로 강연을 들으러 오는 청중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강연 끝에는 질의응답 시간도 넣는 게 좋다. ‘내가 수십 년 동안 배운 지식을 겨우 2시간 동안 어떻게 다 해?’ 주어진 시간을 넘겨 주구장창 자기 말만 하고 가면 안 된다. 공부는 상호작용이다. 들은 사람에게 말할 기회를 줘야 한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2시간이라면, 나는 강연을 1시간, 질의응답을 1시간 한다. 청중들의 질문을 통해 대중의 관심사나 궁금한 점을 배운다. 배우지 않으면 성장이 없다. 늘 같은 얘기만 반복하게 된다.
강연을 잘 하려면 양극단의 태도가 필요하다. 겸손과 ‘자뻑’. 어떤 사람에게든 배우겠다는 겸손한 마음이 있어야 경청할 수 있다. 겸손하기만 하면 강연을 하지는 못한다. 누가 강연 요청을 해도, ‘어유, 저 같은 사람한테 뭐 들을 얘기가 있다고.’하고 손사래를 친다. ‘내가 이것 하나만큼은 참 잘했어, 그래서 이건 꼭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이런 자부심이 있어야 무대에 설 수 있다.
강연에서 중요한 건 의미보다 재미다. 아무리 의미 있는 얘기라도 재미가 없으면 듣지를 않고, 사람들이 경청하지 않는 강연은 의미가 없다. 재미있게 할 자신이 없다면, 그냥 짧게 해라. 대부분의 강연자들이 말을 길게 하다 망한다. 어린 시절, 교장 선생님 훈화를 기억하라. 훌륭한 이야기를 하겠다는 욕심에 말을 오래 하니 아무도 안 듣는다. 짧게만 해도 본전은 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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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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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리랑 2020.01.21 06: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넵 !! 재미 없으면 말을 짧게 !!
    피디님 강연 넘 잼나요. 개콘 본 것처럼 웃어요. 그리고 여운도 길고요. 피디님의 세계무대 응원합니당~

  2. 더치커피좋아! 2020.01.21 07: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겸손한 마음과 자부심'

    강연뿐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마음가짐.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겸손한 마음으로
    남과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내가 할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정성을 쏟아야 겠습니다.

    재미와 유익함을 동시에!
    감동과 즐거움이 있는 피디님 강연!
    즐겨 찾습니다.^^

    겸손하지만,
    자부심 가득한 하루!

    피디님~파이팅!

  3. 섭섭이짱 2020.01.21 07: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제가 처음 피디님 강연 듣는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귀에 쏙쏙쏙 들어오는 멘트와 물흐르듯 흘러가는 스토리
    거기에 빵빵빵 터트려주시는 개인기 댄스 및 객그까지..
    이거슨 강연인가 개그쇼인가 ㅋㅋㅋ
    쉰나게 강연하시는 모습에 저도 같이
    쉬이난다신이나하면서 몰입하게 되더라는 ^^
    지금까지 알던 강연과는 너무 달라서
    그 이후로 피디님 강연 중독에 걸렸드랬죠
    김민식 피디님 강연을 안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들은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정도이니 ㅋㅋ

    그 동안 들은 강연자중 0순위인
    김민식 피디님의 강연 필살기...
    꼬오오오오옥 기억하겠습니다.

    1. 의미보다는 재미
    2. 재미가 없을거 같으면 짧게
    3. 청중의 질문을 통해 배우는 질의응답시간 배정

    감사합니다.

    - 2월 책 출간후 피디님 강연 소식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애독자로부터 -

  4. 꿈트리숲 2020.01.21 07: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날 저 세바시 강연 완전 레전드급으로
    재밌었어요. 배꼽빠지게 눈물나게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같이 갔던 딸은 자기가 화면에 나왔다며
    생각날때마다 돌려보는 영상이 됐지요.
    리액션이 대박이에요~~^^

    불러주는 곳이 없을 땐 공짜로 가고
    남들의 강의 재미삼아 많이 들어봐야 하고
    또 너무 겸손하면 안되고
    질의응답을 통해 대중에게 배우고
    무엇보다 짧아야 청중이 계속해서 불러주는
    강사가 되는군요.!!!
    강제로 TED진출 하시는 거 아닌감요?^^

    강의 할 일은 없지만 제 삶에 다른 방식으로
    적용해보겠습니다.
    오늘 레전드 영상 다시 한번 보면서 신나게
    웃어보고 싶어요.~~

  5. 제니스라이프 2020.01.21 07: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겸손과 자뻑!

    겸손만이 미덕인 줄 알고 살았는데
    자뻑이 없으면 정체성이 없어진다는 걸 알았습니다.

    겸손은 문화적으로 길러졌는데
    자뻑이 안되어서 후천적으로 개발하려 노력중입니다 ^^


    오늘도 모든 일에 겸손과 자뻑! 명심하고 갈게요!!!

  6. 오달자 2020.01.21 08: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삶의 무게를 재미에 두게 된다면...
    때론 힘든 삶의 무게가 좀 줄어들지 않을까요?

    피디님과의 영화관람이후 피디님강연을 여러번 들어봤지만....매 번 재미있었어요.
    피디님의 자학 개그도 피디님의 암울했던 과거 사진조차도 그 재미난 강연을 빛나게 하는 소스가 됐지요.

    재미있는 일은 계속 해도 질리지가 않죠.
    누구나가 재미있는 일만 하고 살 순 없지만,
    누구든지 재미있는 일은 하고 살 수는 있을겁니다.

    오늘 하루도 재미있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7. 아프리칸바이올렛 2020.01.21 08: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강연 동영상 틀고 출근길 걸으면
    재밌어서 그런지 어느 새 직장에
    도착해있어요
    피디님은 듣는 사람들을 보고
    마음의 주파수를 맞추시는게 느껴집니다
    새해엔 시간내어 강연장에서 자주 뵙길
    블로그 글도 재밌지만
    강연에서는 비언어적인 것까지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을테니까요

  8. 미니마우스 2020.01.21 08: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예전에 들었던 강연을 다시 들으니
    더 재미있고 이번엔 고수의 품격까지 느껴져서
    많이 웃으면서 잘 봤습니다. ^^

    근데 모두들 어떻게 그렇게 빨리들
    하시는지 정말 놀랍고 부러울 따름입니다.

    저는 신인이 너무 진지한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네요 ㅋㅋ

  9. 아리아리짱 2020.01.21 08: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아리아리!

    강연자의 필수 태도는 '겸손과 자뻑'이라는
    말씀 격렬히 공감합니다.

    강연 뿐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꼭 필요한 자세 라고 생각합니다.

    부산이라 피디님의 현장 강연을 자주 참석 할 수 없음이
    안타깝지만, 그나마 유튜브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의미보다 재미를 선사하려 애쓰는
    피디님 강연 쭈~욱 이어지길 응원합니다.

  10. 아솔 2020.01.21 09: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삶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읽기, 쓰기, 말하기 실력을 높이는 것! 요즘 하고 있는 것들이라 뿌듯하네요. 피디님의 강의는 언제 들어도 참 재밌습니다. 용인도서관에서 처음 강의 들었던 날을 잊지 못해요^^!

  11. 김주이 2020.01.21 1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문가의 인생철학을 2시간에 녹여내는 일
    강연!
    서두에 확 공감이 가네요.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도 강연을 들어야하는 이유도 이 문장으로 모두 설득이 됩니다.^^
    오늘도 더 많이 배우고 깨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12.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01.21 10: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산을 생각하면 강연을 하기가 수월한거군요!
    공짜 강연을 어떻게 홍보해야 될까요? 방법을 고심해봐야겠습니다 ㅎㅎ

  13. 쭌강사 2020.01.21 12: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현직 직업전문학교 강사인데요?
    내용이 참 좋아서 댓글 남깁니다.
    '유명하지 않아도 자신의 일을 좋아하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어요.'
    위의 말이가장 와닿네요~ 감사합니다.

  14. 인대문의 2020.01.21 12: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pd 님 글이 잘 올라왔는데 왜 pd 님의 새 글이 안 뜰까요?

    티스토리 앱을 다시 로그인해도 안 뜨네요. (폰,컴퓨터 피드에 안뜨네요)

    그래도 즐겨찾기 해놨기에 pd 님 글을 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ㅎㅎ 호시탐탐 성공한 미래에 강연을 하는 모습을 그려보고 있는데 새겨듣고 나중에 써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5. 아빠관장님 2020.01.21 12: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강연을 잘 하려면, 다른 사람의 강연을 자꾸 들어 봐야한다. 일삼아, 공부삼아 들을 게 아니라 재미삼아 들어야 한다. 그래야 재미로 강연을 들으러 오는 청중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
    오늘의 명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