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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영어 스쿨

놀듯이 배우는 영어~

by 김민식pd 2011. 12. 22.
간만에 공짜 영어 스쿨~~~

나는 독학으로 영어 공부해서 외대 통역대학원에 갔다. 다들 날보고 독종이라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그냥 열심히 놀다보니 그렇게 된거다. 진짜다. 나는 영어를 머리 싸매고 공부하지 않았다. 영어 전공이나, 회화 학원, 어학 연수, 이런거 단 한번도 안해봤다. 그냥 영문 소설 읽고, 팝송 가사 외우고, 시트콤을 열심히 봤다.

소설을 많이 읽었다. 대학교 3학년 때 스티븐 킹에 빠졌는데, 당시에는 킹 소설이 한국에 많이 소개되지 않았다. 그래서 용산 미군 부대 옆 헌책방에 가서 페이퍼백을 권당 천원에 사서 읽었다.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신경쓰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에만 몰입했다. 고교 시절, 무협지 읽을 때 야한 대목만 스캔해서 읽듯이, 소설도 재미있는 대목만 골라 흥미 위주로 읽었다. 

팝송도 많이 불렀다. 대학 동아리방에서 늘 기타를 치며,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을 불렀다. 여자 신입회원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영어 가사를 멋지게 외워서 불렀는데, 신입생들은 들어오다가도 기타치고 노래하는 나를 보면 도로 나가더라... ㅠㅠ 'You light up my life' 'You mean everything to me' 'My girl' 같은 작업용 팝송을 다 외웠는데, 한번도 써먹을 기회가 없었다.  

시트콤도 즐겨봤다. 당시 하숙방에 흑백 중고 티비를 사놓았더니, 옆방 친구들이 와서 자꾸 볼려고해서 AFKN에 고정시켜놓고 로터리식 채널을 뽑아버렸다. 그러고는 매일 AFKN 시트콤만 봤다. 당시 AFKN에서는 청각 장애인용 영어 자막을 지원했다. 자막까지 녹화해서 보면서 안들리는 유머가 들리는 순간까지 수십번씩 반복했다. 그래서 요즘도 극장가면 웃기는 영어 대사는 용케 잘 들린다. 

영문 소설 수백권이 집에 쌓여가고, 팝송 대백과 한 권을 다 외우고, 시트콤 녹화 테잎이 100개에 육박할 무렵... 홀연히 깨달았다. 나, 어느새 영어의 고수가 되었구나. 그리고 무림대회에 나가서 피바람을 일으켰다. 독학으로 영어를 공부한 내가, 전국 대학생 영어 토론 대회에 나가 2등상을 탄 것이다. 

 
영어, 어렵게 공부하지 마시라. 즐기시라. 영어는 학문이 아니라 언어다. 언어는 이야기를 전달하고 뜻을 전달하는 수단이지, 무작정 외우고 이해해야하는 목표가 아니다. 재미난 이야기나 즐거운 노래를 통해 영어를 공부하시라.

무엇이든 즐겁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영어 공부가 즐겁지 않다면, 그냥 하지 마시라. 영어 안해도 된다. 자신이 즐겁게 공부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서, 돈 주고 통역사 쓰면 된다. 

만약 즐겁게 공부하는 분야가 하나도 없다면... 그래서 무엇이든 하나 붙잡고 즐겁게 공부해보고 싶다면... 영어를 한번 시도해보시라. 수학이나 물리, 역사, 이런거 다 못해도 영어 하나만 잘하면 밥은 먹고 살 수 있다. 

다같이 도전해보자, 공짜로 영어를 즐기는 세상!
 
ps.
며칠전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봤다. 내가 숨겨진 걸작 애니메이션으로 평가하는 '아이언 자이언트'의 브래드 버드 감독이 실사 연출로 데뷔했다. 역시 명불허전, 액션이 압권이었다. 영화를 보면 요원들이 행성으로 암호명을 만들어부르는데 그 중 하나가 자신의 암호명을 가지고 불평을 늘어놓는 대목이 있다. 
“Why do I have to be Pluto, it isn’t even a planet anymore?” 난 왜 명왕성이야? 더 이상 행성도 아니잖아?
“You can be Uranus.” 그럼 넌 천왕성할래?

난 이 대목에서 혼자서 웃음이 빵 터졌다. Uranus는 누군가의 암호명으로 부르기에 참 부적절한 이름이다. 왜? 발음이 Your anus거든... 암호명, 니 똥꼬... "니 똥꼬 나와라, 오바." "여기는 니 똥꼬!" 



이 장면, 참 멋있다. 난 보면서 '역시 브래드 버드!' 했다. 그는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일본 애니의 걸작 공각기동대의 첫 장면을 이렇게 써먹다니... 영화판 공각기동대 1탄 첫머리에서 쿠사나기 중령이 사라지는 장면은 위 화면 앵글과 똑같다.


영화의 그 장면을 찾을 수 없어 TV판 포스터를 대신 올린다.

너무 많이 본 남자... 나는 이런 소소한 재미를 찾아내는 데서 전율을 느끼며 산다. 왜? 나는 오타쿠니까. 나이 마흔 다섯에 이렇게 살고 있으니, 어찌 보면 참 한심한 인생이다. 그래도 이런 오타쿠를 피디로 뽑아주고 영화보라고 월급까지 주는 회사를 만나서 참 다행이다.  

올해 MBC 필기 시험에 '다음 중 뽀로로의 친구가 아닌 것은?'이라는 문제가 나왔단다. 출제위원의 센스에 박수를 치고 싶다. 참 잘 낸 문제라고 생각한다. 보기 중 루피를 보고, 이건 '원피스 주인공이잖아!'하고 답 체크 한 사람들이 많이 낚였을거다.

얘도 루피지만...

얘도 루피다.

물론 이 문제를 보고 화를 낸 수험생도 있을거다... '고시생이 뽀로로 볼 시간이 어딨어?'

미안하지만, 피디 지망생은 고시생이 아니다. 피디는 고시로 뽑는 직업이 아니다. 그냥 세상 모든 것이 재미있어서, 미친듯이 보다가, 어느날 문득, '나도 저런거 한번 만들어봤으면!' 그래서 도전하는 직업이 피디다. 

즐기지 못하면, 영어도 피디도 할 수 없다.
시작은 무엇이든 즐기는데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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