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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

한 수 밀렸다...

by 김민식pd 2011. 12. 11.
피디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판을 읽는 능력이다.
 
나는 나름 판을 잘 읽는다고 자부한다. 며칠 전 필기시험 예상문제를 뽑을 때도, 내 나름 최선을 다해 판도를 읽었다. 내 생각에 올해 대중 문화계 판도 변화는 4가지로 요약된다.

1. 나꼼수로 대두되는 소셜 미디어의 약진.
2. 피디들의 잇따른 종편행, 그럼에도 부활한 개그콘서트.
3. 케이팝 아이돌 전성시대를 가져온 한류의 새로운 물결.
4. '나는 OO다'로 정의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진화.

그래서 며칠 전 내가 블로그에 올렸던 예상 문제는 다음 4가지였다.
    
'나는 꼼수다'
'MBC 판 개그콘서트'
'케이팝 아이돌 활용 방안'
'나는 OO다'에서 빈칸을 채워 프로그램 기획안을 만드시오.

사실, 위 4가지 작문 주제에 대한 답변은 프로그램으로 바로 활용가능하다. MBC 예능의 기회는 코미디, 새로운 오디션 프로, 그리고 케이팝 한류 활용에 있다고 생각한다. 공채도 하고, 기획안도 받고, 나름 1석2조라고 생각해서 뽑아본 예상문제다.

그랬는데, 2011 MBC 공채 필기시험 예능 작문주제는... '한류'였단다.

그 얘기를 듣고, 무릎을 탁 쳤다. '아, 내가 한 수 밀렸구나.'
케이팝 보다는 한류가 더 포괄적인 주제니, 작문 과제로는 한 수 위다.

완벽히 수를 읽지는 못했지만, 며칠전 내가 낸 주제어 4개로 작문 연습을 해 본 예능 지망생이라면... '한류'라는 주제가 아주 낯설지는 않았을 것이다.  

방송 피디는 허공에 대고 활을 쏘는 사람이다. 과녁은 마음속에만 있다. 허공으로 쏘아보낸 전파가 누군가의 가슴에 감동의 화살을 박아넣기를 바랄 뿐이다. 블로그를 통해 내가 허공에 대고 쏘는 화살 중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과녁을 명중시키는 필살의 일발이 되기를 바랄뿐이다.

자, 이제 필기는 끝났다. 수험생 여러분은 무조건 마음 편하게 놀기 바란다. 지나간 시험 결과를 가지고 고민해봤자, 수심만 늘어간다. 다가올 면접을 고민해봤자 걱정만 늘어간다. 지금 필요한 자세는... 그냥 마음 편히 노는거다.

내가 오디션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여유있는 자세다. 오디션에서 긴장하는 배우는, 카메라 앞에서 100% 긴장한다. 피디 면접도 마찬가지다. 면접에서도 긴장하는 사람을 촬영현장에 감독으로 내보낼 수는 없다. 

평소에 긴장하지 말고, 여유를 길러라. 그 비결은? 잘 놀면 된다. 잘 노는 사람은 항상 얼굴에 여유가 넘친다. 명심하시라. 배우가 긴장하면, 그걸 시청자보다 먼저 알아채야 하는게 피디의 일이다. 면접장에서 쫄면 100% 면접관인 피디에게 읽힌다.

면접에선 무조건 여유를 즐겨라. 

연출이란, 남에게 사랑, 미움, 분노 등을 끄집어내는 사람이다. 스스로에게서 여유도 끌어낼 수 없다면 어떻게 배우에게 연기를 끌어내겠나?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나꼼수 캐롤을 들려드리며 마무리하련다. '쫄면 안돼! 쫄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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