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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부를 능가하는 법

by 김민식pd 2011. 12. 9.
어려서 늘 왕따로 살았기에 난 친구가 별로 없다. 친구를 찾는 대신, 나는 스승을 찾아헤맨다. 어린 시절, 나를 가장 괴롭힌 건 끼리끼리 어울려 다니는 패거리들이었다. 그들을 보며 다짐했다. 술먹고 어울리는 친구보다, 나를 자극하는 라이벌, 나를 키워 줄 스승을 찾자고. 
 
대학교 때 영어 동아리에 들어갔을 때, 한 선배를 만났다. 그 선배는 독학으로 영어를 정복한 지독한 노력가였다. 그를 닮고 싶었고, 그를 능가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공부해도 공부벌레인 그를 능가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 역시 노력할테니, 이미 뒤처져 있는 내가 그를 이길 방법은 없지않은가?

어느날, 그 형을 능가할 방법을 찾았다. 1대1 비교는 무의미하다. 짬밥에서 밀리잖아? 대신 이렇게 생각했다. '저 형은 나이 스물 다섯에 토익 950을 땄구나. 그럼 나는 스물 셋에 950을 따겠어. 그리고 계속 노력한다면, 스물 다섯의 나는 스물 다섯의 형을 능가할 수 있어.' 그날 이후, 그 형은 나의 스승이자 나의 라이벌이 되었다.  

요즘도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언제나 그 분야의 최고 스승을 찾는다. 그리고 그 스승의 장점을 배우고, 그를 능가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노력하면, 스승을 능가하지는 못해도, 나 자신 성장할 수는 있다. 현실에 안주하게하는 친구보다는, 나를 자극하는 적이 더 낫고, 세상 사람을 적으로 삼기보다는, 스승으로 삼는 편이 더 낫다. 

싸부를 능가하는 법? 더 많은 시간을 갖는 길이다. 시간만 주어진다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1년에 연출 관련 서적 100권을 읽을 수도 있고, 1년에 시트콤 200편을 볼 수도 있다... 시간이 주어지고, 몰입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일도 배울 수 있고, 그 어떤 스승도 넘어설 수 있다. 

나이 마흔 넷, 요즘도 나는 스승을 찾아다닌다. TED 강의를 통해 전세계 고수들의 가르침을 배우고, 책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배운다. 배움의 자리가 있으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렇게 해서 최근에 만난 스승은 바로 권상민 님이다. 한겨레 TV '디어 청춘'에 갔다가, 그에게 유튜브 제작법을 배웠다.   

(관련 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9053.html
다음주에도 강연이 있다. 청춘 여러분께 강추한다. 신청 방법은 기사를 참고.)

예전에는 스승을 찾아내면, 그보다 더 젊은 나이에 스승의 자리까지 올라가는게 목표였는데...
젠장... 이번에 만난 스승은 나이가 스물 하나다.

이제 겨우, 스물 하나에 벌써 저런 멋진 일을 하고 있단 말이야?


한국의 마이클 무어, 권상민.

청춘은 당해낼 재주가 없다. 

공짜 피디 스쿨의 선생이지만, 나는 이곳을 찾는 학생 여러분이 더 부럽다.
아직 청춘인 그대들이 가진, 그 많은 시간과, 그 많은 기회가 부럽다.

나는 아직도 학생이다.
스무살 청년에게 배우는 마흔살 중년...
죽는 순간까지 배울테다.

공짜로 배우고, 공짜로 나누어 드린다. 공짜로 즐기는 세상~

부끄럽지만 권상민 학생의 강연을 듣고 만든, 동영상 두 편 올린다.




모든 공은 스승의 것이요, 모든 허물은 오롯이 나의 것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후다닥~ (창피해서 도망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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