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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강연 수강일지

나는 어떤 문제를 풀고 있나?

by 김민식pd 2019. 8. 27.

'MBC 밸류업 특강'이라는 사내 교육 프로그램이 있어요. 외부 연사를 초청해 점심 시간을 이용해 강연을 듣는데요.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내 복지 프로그램입니다. 점심 시간에 가면 맛난 김밥과 후식, 커피를 주고요. 요즘 가장 핫한 전문가들을 모시고 통찰과 지혜를 전수받는 기회지요. 얼마 전, <트레바리>의 윤수영 대표가 와서 강연을 했어요. 



<트레바리>는 유료 독서모임인데요.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가 그 모토랍니다. 이런 모토를 통해 어떤 문제를 해결할까요?

우리는 어떤 문제를 풀고 있나

- 세상을 더 지적으로

갈수록 빠르고 복잡하게 변하는 세상에서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경제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도태된다


아, 저는 이 슬라이드를 보는 순간, 머리를 세게 맞은 느낌이었어요. 

'아,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정말 명쾌하게 설명하는구나.'

MBC PD로 일하면서 문제를 일으켜 회사를 나가는 선배를 몇 봤어요. 그중 어떤 선배는 억울하다고 했어요. "아니, 피디가 일을 하다보면 매니저랑 술 좀 마실 수도 있지!" 네, 그분은 접대가 문제가 되는 김영란 법을 모르는 거죠. "아니, 일하면서 여자 스태프에게 친밀감을 표현하다보면 스킨십이 있을 수도 있지!" 네, 이 분도 세상이 바뀐 걸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세상은 빠르고 복잡하게 변하고요. 이런 세상에서 자신의 지식과 가치관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도태됩니다. 도덕적으로 도태된 사람은, 시장에서 퇴출되고요. 이는 경제적 도태로 이어집니다. 이것이 우리가 책을 읽고 공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에요.

- 사람들을 더 친하게

기존의 커뮤니티들 (학연, 지연, 혈연, 종교, 평생직장...)은 갈수록 무너지고 있지만

새로운 커뮤니티들(가치관, 관심사, 취향...)이 등장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갈수록 외로워지고 있다.


인생의 행복은 자발성에서 옵니다. 혈연, 지연, 학연은 내가 선택할 수 없어요. 나를 낳아준 부모가 사는 동네에서 살다, 나라에서 정한 행정구역에 따라 학교에 가는 거지요. 혈연, 지연, 학연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없어요. 내가 좋아하는 건 직접 선택한 커뮤니티에서 하는 활동입니다. 동호회나 독서 동아리가 좋아요. 물론 그걸로 외로움의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겠지요. 

외로움은 인생의 기본 옵션 중 하나에요. 혼밥을 즐기고, 혼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일상을 즐깁니다. 사람들은 갈수록 외로워지고요, 이제는 외로움을 즐길 수 있어야 해요. 

윤수영 대표는 <다음 Daum>의 마지막 공채 기수랍니다. 입사한 후, '다음'은 '카카오'와 합병을 하는데요. 당시만해도 다음이 카카오보다 2~3배는 더 큰 매출과 조직을 가진 회사였어요. 그런데 이후 사명이 다음 -> 다음카카오 ->카카오로 변합니다. 이제는 카카오라는 이름만 남았지요. 이게 당시 신입사원이던 윤수영에게는 충격이었대요. PC기반의 사업을 하던 '다음'이 모바일의 강자 '카카오'에게 밀리는 걸 현장에서 본 거죠. 그때 느낀 점. '미래 가치가 중요하구나.' 

다양한 프로젝트에 자원해 일을 하는데요. 일 잘 한다는 칭찬을 많이 받았대요. 어느날 스스로 질문을 던집니다. 

'내가 지금 유능한 이유는 무얼까?' 

그 답은 '내가 조직에서 가장 어리기 때문이다.'였대요.

카카오와 합병을 한 후, 기존 다음을 이끌어오던 4,50대 선배들은 조직에서 뒤쳐집니다. 그들도 나름 벤처 1세대로 잘 나가고 똑똑한 인재들이었는데, 왜 모바일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걸까요? 젊은 시절 똑똑한 사람이 나이 들어 퇴행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직장에 안주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1년을 넘기고 퇴직금이 나오는 시점에 사표를 던지고 나옵니다. 미래 가치를 키우는 일을 하려고요.

유료 독서 모임 <트레바리>를 창업합니다. 이제는 소프트뱅크에서 투자를 받는 사업가가 되었어요. 독서 모임의 유료화를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던 시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거죠. 대학 다닐 때, 그는 독서모임을 많이 했고, 늘 즐거웠답니다. 직장인도 이런 독서모임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대요. 대학생 때 취미 활동이 창업에 도움이 된 거지요.

저는 퇴직 후, 전업작가가 되는 게 꿈인데요. 현업에 있을 때, 조금씩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없이 바로 창업에 뛰어들면,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어요. 현직에 있을 때 겪는 시행착오는 부담이 덜하지요. 그래서 취미삼아 블로그를 하고 책을 읽는 겁니다.


1시간 반 동안 강연을 듣고, 나오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봤어요.

'나는 어떤 문제를 풀고 있나?'

그 답은 제 블로그 이름으로 표현됩니다.

<공짜로 즐기는 세상>

저는 세상을 공짜로 즐길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공짜로 즐기는 세상을 위해, 돈 안 받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고요. 돈 안 드는 외국어 문장 암송을 취미로 삼습니다. 돈 안 드는 블로그 글쓰기로 이직을 준비하고요. 돈 안 드는 여행을 위해 서울 둘레길을 걷습니다.

결국 작가로서 제가 쓰는 책은 제 나름, 세상의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문제를 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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