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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강연 수강일지

칼럼이란 무엇인가?

by 김민식pd 2019. 7. 2.

한겨레 신문에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블로그 글쓰기와는 또다른 무게를 느끼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매일 아침 받아보는 종이신문에 제 글이 실려 마냥 좋았는데요. 요즘은 조금씩 부담이 커집니다. 이럴 때는 칼럼 담당하시는 기자님을 만나 이런 저런 말씀을 들어봅니다. 어떤 글을 쓸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고, 칼럼을 쓰는 자세에 대해 조언도 구하고요. 헤어질 때 담당 기자님이 제게 프린트 두 장을 주셨어요. '추석이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칼럼니스트 김영민 교수님이 언론재단에 오셔서 기자들을 상대로 칼럼 쓰기 특강을 하셨대요. 그 내용을 직접 정리한 글을 고수의 무림비급인양, 소중하게 품고 집에 왔어요. 

김영민 교수님의 강연을, 한겨레 황보 연 기자님이 정리하셨고, 그 내용을 다시 풀어씁니다. 저는 미련한 탓에 한번 읽는다고 다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남의 말과 글을 제 블로그에 옮기며 공부를 다집니다. 오늘 저의 공부에 화두를 주신 황보 연 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1. 칼럼 쓰기는 '인식의 쇄신'이다.

김영민 교수님은 강연 중 소동파 그림을 연속해서 보여주셨대요. 소동파는 동파육 레서피도 개발하고, 중국 미술사에서 족적을 많이 남긴 흥미로운 예술가입니다. 그림을 보면 시기별로 그리는 포인트가 다르답니다. 전기에는 사물을 안정적인 위치에서 바라보며 정확하게 묘사하는데 반해, 후기로 갈수록 한발짝 떨어져서 떠오르는 것을 빠르게 묘사하는 식으로 바뀐답니다. 칼럼을 쓰는 목적은 '인식의 쇄신'입니다. 현재 일어나는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쓰는 건 기자가 기사에서 할 일이고, 칼럼은 일어나는 사태에 대한 인식의 쇄신을 보여줘야 한답니다. 누군가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는 걸 굳이 다시 글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는 거죠. 

2. 칼럼은 주장이면서 주장이 아닌듯 해야 한다. 

이미 나와있는 다른 주장들과 내 주장과의 관계를 따져봐야 합니다. 칼럼은 기본적으로 주장이지만 동시에 주장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읽혀야 한다는 군요. 독자가 칼럼을 읽고 의미 파악이 한번에 되는 글은 쓰지 말아야 합니다. 독자가 한번에 100% 소화했다는 느낌을 갖지 않아야 합니다. 생각할 거리를 새롭게 던져줘야 가능한 경지이지요. 

3. 글을 잘 쓰려면 현대미술 전시를 보라.

글의 모든 형식 요건을 갖추더라도 글이 밋밋하고 재미없을 수 있어요. 학생들이 자신의 글이 재미없다고 하소연을 하면 "네가 좀 더 풍부하고 재밌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해준답니다. 그럼 학생이 반문하죠. "어떻게 해야 그런 사람이 됩니까?" 교수님은 현대미술 전시를 보러 가라고 하신다는군요. 이미 테크니컬하게 훌륭한 건 고전에 나와있고, 현대미술의 목적은 인식의 쇄신이랍니다. 누가 더 미친 생각을 하는가의 경쟁이지요. 

기자님이 주신 강연 요약본을 읽다, '아, 맞다. 이 말씀을 나도 들은 적이 있지!' 했어요. 저도 김영민 교수님의 도서관 강연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때도 같은 조언을 해주셨어요. "뒤샹이 변기를 갖다놓고 '샘'이라고 이름 붙인 걸 보라. 같은 걸 보고, 다르게 생각하기. 현대미술은 인식의 쇄신이다. 누가 가장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것인가?"

지난번 을숙도 여행 중 부산 현대미술관에 들렀어요. 저는 원래 미술관 관람은 취미가 없습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문학을 좋아해요. 둘 다 이야기거든요.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데, 그림이 제게 말을 걸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경험은 없었어요. 그랬던 내가 부산 현대미술관을 들른 이유? 그때는 몰랐는데, 글을 읽다 문득 깨달았어요. 김영민 교수님이 특강 중 하신 말씀이 은연중에 머리에 남았나봐요. 그래서 을숙도에 갔다가 현대미술관을 본 순간 들르게 된 거죠. 

저는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강연을 듣는 것도 좋아해요. 강연 중 들은 말씀은 어떤 식으로든 내 삶에 영향을 미치고요. 이전에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을 시작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이 글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제가 다닌 강연에서 배운 것들을 나누는 글도 올려볼게요. 취미가 남의 강연 듣는 것인데요, 언젠가 내 강연을 하는 게 특기가 되는 날까지, 열심히 배울랍니다.

세상에는 스승이 많아요. 그분들께 가르침을 구하며 사는 삶은, 하루하루가 다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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