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짜로 즐기는 세상

자사고는 불공정하다

by 김민식pd 2019. 7. 14.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내고 만난 인연 중에 한겨레 신문의 양선아 기자님이 있습니다. 영어 공부를 시작하고, 댓글부대 정모까지 오셨지요. 한겨레에서 교육 관련 기사를 쓰시는 양선아 기자님이 최근 "경제력에 따라 다른 교육? 자사고는 불공정하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리셨어요. 함께 읽고 생각해보고 싶은 글이라 공유합니다. 

https://m.blog.naver.com/anmadang/221582926007?fbclid=IwAR3XYhc3SlSlLMqzwA-5KehH11UPOmvXtAf0omfdNrtuAMNzhyd0I-pAWPc

어제 쉬면서 내 생각과 경험을 정리해보았다. 너무 길어 앞부분 생략하고 내가 왜 상산고에 분노하는지에 대한 대목과 자사고 옹호하는 각종 논리에 대한 반박을 옮겨본다.

블로그에 좀 더 긴 글. 나의 아픈 가정사 이야기도 있지만 마흔 넘고 보니 그런 아픔이 날 성숙하게 만들어줬고 날 다른 사람과 '다른' 포인트를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이젠 아프지 않다. 나랑 비슷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이 더 교육 잘 받고 더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 만드는 기사 열심히 쓰면 된다고 생각한다.

블로그 글 중....



<앞 생략>

돈 때문에 느낀 서러움... 이렇게 쓰고보니 정말 많다.

그런데 단지 경제력이 있고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고 공부 좀 잘한다는 이유로 자사고라는 학교에 진학해 남들과 다른 교육을 받는다고?  그러면서 대학도 더 좋은 학교 가고 또 그들끼리 출신학교 따지면서 끼리끼리 뭉쳐다닌다고? 솔직히 자사고가 우수 학생들이 모여 있어서 진학 실적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학교가 교육을 잘해 진학 실적이 좋은 것인지도 알 수도 없다. 그러면서 좋은 학교 마크 달고 우수학생 뽑아보려는 저들이 교육자인가 싶다.

나는 자사고라는 체제를 보며 그것처럼 불공평한게 어디 있냐는 생각을 했다. 어릴 적 나로 돌아가 내가 중학생이거나 고등학생이라면, 이런 시스템에서 고입을 준비해야했다면, 얼마나 이 세상이 불공정하고 말도 안되는 신분 사회이며 세습 사회라고 느꼈을까.

내가 어느 집안에 태어나든 돈이 있든 없든 교육 받을 기회가 있다고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법에는 멋드러지게 쓰고 왜 현실 제도는 그렇지 않은지 나는 서럽고 또 서러웠을 것이다. 지금도 어딘가에는 그런 아이들이 존재하지 않을까?

만약 어떤 학교가 바로 우리 집앞에 있는데 교육과정도 좋고 유명한데 단지 돈이 없어서  또 선행학습을 안했다는 이유로 못가고 우리집에서 먼 다른 학교로 가야한다면, 그것처럼 화나고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지방에 있는 일반고 출신이다. 우리 지역엔 과고가 있었지만 뭐 나야 이공계열쪽은 애초부터 관심 없어서 관심도 없었다. 대다수 아이들이 나랑 비슷한 일반고에 가니 사실 중학교까지는 그렇게 공부 스트레스도 없었다. 고등학교 가서는 마음 아프고 지긋지긋한 고향을 떠나 서울에 가면 뭔가 길이 있을 것만 같아 공부를 열심히 했다. 목표도 뚜렷했고 뭐든 열심히 하는 성격이라 서울에 있는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다.

교육을 통해 나는 사회적 계층 이동을 했다. 또 사회학과 신문방송학이라는 교육을 통해 우리 가족의 계층적 삶도 분석할 수 있었고, 기자라는  꿈도 이룰 수 있었다. 나에 대해, 나의 삶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 젠더에도 눈을 뜨게 됐다.

학교는 공부 열심히 하면 성적장학금을 주었고, 과사에서 일하면 근로장학금을 주었고, 엄마의 사업 실패와 카드빚으로 힘들어 통곡하며 울고 싶을 때 무료로 상담을 제공해주고 진로에 관한 집단 상담도 제공해주었다. 또 저리로 등록금을 빌려주고 천천히 장기간에 갚도록 배려도 해주었다. 학교라면 그런 공간이어야 하지 않는가.

1년에 1천만원, 2천만원에 달하는 학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사교육비보다는 자사고가 덜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일부 주변 사람들을 보며 난 사람들이 타인에 공감하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는다. 마이너스 통장이라도 3천만원짜리를 만들어 아이 사교육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사회에서 중산층에 해당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정작 그런 사람은 자신은 자신이 중산층도 아니며  평범하다며  서민 코스프레를 한다. 그러먼서 왜 평범한 서민이 어떻게든 사교육비 덜 들고 빚이라도 내, 내 자식 좋은 교육 시키겠다는데 정부가 교육청이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뉘앙스의 말을 한다. 자사고 폐지한다고 일반고 교육이 좋아진다는 보장 있냐고 묻고 사교육비 더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따진다.

사람들은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은 보지 않고 남이 더 많이 가진 것만 본다. 나보다 덜 가진 사람들, 못가진 사람들은 보지 않는다. 그러면서 득달같이 달려들어 어떻게든 남보다 더 더 더 많은 것을 쟁취하려 한다.

그러나 그러한 삶이 행복을 보장할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사는 목적 중 하나가 행복일텐데, 그렇게 더 더 더 가지려고 하는 사람치고 난 행복한 걸 못보았다. 욕망과 욕심은 끝이 없다. 어차피 잠시 소풍왔다 가는 인생인데 , 그렇게 더더더 외치고 살다 결국 너무 외롭고 주변엔 아무도 없는 그런 경우를 봤다. 돈 있으면 뭐하나. 그렇게 외로운데..

자사고를 둘러싼 논쟁들을 보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타인에 대한 공감의식이 낮고 공동체의식이 낮은지 본다. 다들 자기 자식만 잘 키우면 되고, 돈 없는 사람들은 생각조차 안한다.

내가 상산고에 특히 분노하는 이유는 그 잘났다는 학교가 사회통합전형 비율을 겨우 3% 충족해놓고 큰소리 뻥뻥 치면서 왜 평가 점수 깎았냐고 따지기 때문이었다. 수능 중심에 돈 많은 중산층 자식들 의대 보내는 데 초점 맞추며 교육해놓고 부끄러운 줄 모른다. 도대체가 사회적 책무에 관한 의식이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그런 학교에서 좋은 교육이 이뤄질까. 어떻게 그런 학교에서 인재가 나올까. 교육 당국이 그런 학교가 존재 가치가 있다고 본다면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닐까.

자사고 문제는 교육부의 동의 절차가 끝나야 끝나는건데 난 교육부가 상산고 취소를 꼭 현실화했으면 좋겠다. 상산고 논리의 헛점을 어떻게든 찾아내고 국회의원들이 압박하더라도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해서 일반고로 전환했으면 좋겠다.

서울 자사고들이야 서울교육청이 철저하게 한 것 같아 걱정이 덜한데, 상산고가 불확실하다. 과연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