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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부여 걷기 여행

by 김민식pd 2019. 3. 12.

한국전통문화대학에서 메일이 왔어요. 신입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해달라는 청탁이었어요. 살짝 고민이 됩니다. 저는 학교나 기업 강연보다 도서관 강연을 좋아합니다. 싫어도 억지로 듣는 사람과, 스스로 시간을 내어 달려온 사람은 반응이 다르거든요. 평일 낮에 지방에 가려면 하루 연차를 쓰는데요. 그렇게 갔다가 학생들이 강연 도중 잠을 자거나 수다를 떨면 유리 멘탈에 상처를 입죠. 그런데 메일을 읽다가 '음, 여기에는 가야겠군.'했어요. 메일을 쓰신 대학 실무자께서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읽고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을 사서 60강까지 외우셨다고 하더군요. 제 책을 읽고 나니 학생들에게도 꼭 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요. 선생님의 글에 감동을 받아 넙죽, 가겠다고 했어요. 다만 이럴 때, 저는 안전장치를 답니다. 막상 강연에서 학생들에게는 상처를 받을 수 있어요. 소중한 하루를 날린 기분이 들지요. 저의 안전장치는 여행을 겸한 출장을 가는 겁니다. 한국전통대학을 네이버 지도에서 검색하고, 근처에서 여행지를 찾아봤어요.   

남부터미널에서 8시 10분 버스를 타니 9시 50분에 충남 부여군 터미널에 도착했어요. 

터미널에서 걸어나오니 근처에 부여 중앙시장이 있어요. '백제 담은 중앙 시장', 백제의 도읍지다운 문구네요.

터미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정림사지입니다.

6세기 중엽에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정림사지 5층 석탑. 백제는 불교 문화가 융성했던 곳이지요. 일본으로 불교를 전수한 나라이기도 하고요.

정림사지 박물관에 들러 탑의 유래와 제작 과정을 살펴봅니다.

다양한 자료를 통해 탑의 건립 과정을 잘 보여줍니다.

도보 여행하듯 느긋이 박물관을 거닐며 구경합니다.

나와보니 5층석탑 앞에서 어린 학생들이 무술 시범을 보이고 있었어요.

이제 다시 걸음을 옮겨 부소산성으로 향합니다. 1킬로 거리라 천천히 걸어가면 됩니다.

부소산성 입구에 특이한 건물이 있어 뭔가 하고 보니 가상체험관이에요.

3D 영화, VR 비행 체험, 백제 문양 그리기 등 부여의 유적을 설명하는 다양한 콘텐츠로 가득한 곳입니다. 신기하면서도 즐거웠어요. 전통 문화 유산을 최신 영상 콘텐츠로 소개한다는 게 참 신선한 시도네요. 

아이들이 좋아할 공간이에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민서랑 같이 오고 싶습니다.

부소산성 산책에 나섭니다.

멋진 정자가 언덕위에 자리잡고 있는데요.

이곳이 백제 패망의 슬픈 역사를 담은 낙화암입니다. 절벽에서 뛰어내린 궁인들의 모습이 꽃이 지는 것 같았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죠.

낙화암 아래에 있는 고란사. 그렇죠, 슬픈 역사 뒤에는 그들의 넋을 기리는 절이 있어야죠. 

사비길,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이 길도 걷고 싶네요. 이제는 지역에 가면 어디든 도보 여행 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어 좋아요.

경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신라 시대 유적지는 친근한데, 정작 백제 유적지는 처음 온 것 같아요. 한국 내에서도 봐야 할 게 이렇게 많은데 말이죠.

2시간 반 정도 걸으며 부여를 돌아본 후, 강연하러 갑니다. 다행히 그날 강연은 반응이 좋아, 학생들도, 저도 모두 즐거웠어요. 강연은 쌍방향 소통인지라, 청중의 분위기가 꽤 큰 몫을 하거든요. 

제가 꿈꾸는 노후입니다. 일과 놀이와 공부의 삼위일체. 평소에는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요. 불러주시는 곳이 있으면 달려가 일을 하고요. 그러면서 근처에서 여행을 즐깁니다. 하루 휴가를 내어 퇴직 후의 삶을 예행연습삼아 살아보니 참 즐겁네요. 이렇게 또 여행자로 사는 하루가 저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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