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글쓰기는 공부입니다. 매년 하나의 주제를 정해 공부를 하고 그 결과를 책으로 냅니다. 첫해에는 그것이 외국어 공부였고, 둘째 해에는 글쓰기였고, 지금은 여행입니다. 세 번째 책을 쓰다 원고가 막혀서 고생입니다. 영어와 글쓰기 못지 않게 제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꾼 것이 여행인데요, 막상 이 좋은 여행을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일은 쉽지가 않네요. 글이 막힐 때는 글쓰기에 관한 책을 찾아 읽으며 다시 공부합니다. <글쓰기 수업> (최옥정 / 푸른 영토)이라는 책에 이런 글귀가 나옵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내가 존경할만한 구석, 배울 점, 매력이 있어야 그 관계가 오래 간다. 될대로 되라, 하면서 막 사는 사람을 누가 가까이 하고 싶겠는가. 산뜻하고 유쾌한 사람, 기분 좋은 사람을 모두 원한다. 

인간관계도 빈익빈 부익부다. 좋은 사람은 주변에 항상 사람들이 모여든다. 불쾌한 사람은 있던 사람도 떠난다. 나이 들수록 점점 고립된다. 돈이 많으면 뭐 하나. 쓸 데가 없다. 만날 사람이 없다. 잘 늙는 건 없다고 말했다. 젊어서부터 잘 살아야 잘 늙게 된다. 늙어서 갑자기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우리 삶의 하루하루가 모여서 인생이 되고 인격이 된다.

그 잔잔한 흐름을 따라가면서 기록하는 것이 글이다. 나의 육체는 그냥 인생을 살아가지만 나의 영혼은 글을 통해 내 육체가 지나간 길을 적어서 남긴다. 인생을 한 번 더 사는 셈이다. 육체가 모르고 지나쳤던 것을 영혼은 낚아 올린다.

(43쪽)


여행기가 그래요. 한번 몸으로 겪은 여행을 글로 쓰면서 다시 낚아 올립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두 개의 세계 속에서 산다고 말씀하십니다. 실제 삶의 세계와 창작의 세계. 생활인으로서는 어려움을 겪어도 자신의 글 속에서는 희망을 꿈꿀 수 있어요. 2016년의 제가 그랬어요. 현실에서는 유배지에 갇힌 몰락한 피디였지만, 블로그에서는 영어 학습서를 쓰는 작가의 삶을 꿈꾸고 있었지요. 책을 쓰는 것이 꿈인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작가가 꿈인 사람은 다음의 사항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작가로서 내 문장을 갈고 닦는 연마의 시간을 견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나 자문한다.

아마추어와 프로는 하늘과 땅 차이로 기대치가 다르다. 아마추어는 조금만 잘 써도 칭찬받고 팬도 늘어난다. 프로가 되는 순간 웬만큼 잘 써도 표시가 나지 않으며 조금만 허술한 글을 써도 비난 받는다. (중략)

둘째, 리스트를 만들고 계통을 세워 독서를 꾸준히 해서 인문학적인 토대를 탄탄히 쌓는다.

대장장이에게 연장이, 요리사에게 칼이 필요하듯이 작가에게는 지식과 언어감각이라는 도구가 필요하다. 둘 다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취미가 아닌 직업적인 성실함으로 꾸준히 독서를 해서 문사철은 물론 과학이나 천문학 등의 분야까지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한다. (중략)

셋째, 정식 절차를 밟아 등단을 하든 출판사를 물색해서 책을 내든 구체적인 실행을 한다.

가시적인 결과를 목표로 해야 능률이 오른다. 일 년, 이 년 시간을 정해서 등단을 목표로 작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낸다. 

(위의 책 66쪽)


스티븐 킹에게 어느 기자가 물었답니다. "어떻게 그렇게 다작을 할 수 있느냐고" 스티븐 킹은 이렇게 답했답니다.

"저야말로 궁금합니다. 다른 작가들은 글을 쓰지 않는 시간에 대체 무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요즘은 틈만 나면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글이 막힐 때는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거나 글쓰기 강의를 찾아듣습니다. 저자이신 최옥정 선생님도 정독도서관을 비롯한 전국의 여러 도서관에서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를 강의하신다고 하네요.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싶어 인터넷에 검색을 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작년 9월에 지병으로 타계하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향년 54세. 투병 중에도 <글쓰기 수업> 등을 펴내며 소설 창작 공부에 매진하셨다는 기사에 잠시 멍해집니다. 

평생 사부님을 찾아다닙니다. 고미숙 선생님이나 강원국 선생님같은 스승을 책에서 찾아 그분들을 찾아가 가르침을 구하며 살아요. 그런데 최옥정 선생님의 가르침을 얻을 기회는 이제 사라졌군요. 

투병중에 이렇게 좋은 글쓰기 공부 책을 남겨주신 고인에게 감사합니다. 책으로 남기신 가르침, 잘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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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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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수정 2019.02.15 06: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의 영혼은 글을 통해 내 육체가 지나간 길을 적어서 남긴다'

    이미 고인이 되셨다는게 무척 안타깝지만
    위의 책 내용처럼 글을 통해 본인이 지나간 길을 적어서 남기셨고,
    고인이 되신 작가님은 책 속에서 영원히 우리 곁에 남으셨네요.

    좋은책 소개 감사합니다.
    매일매일 선물 같은 하루, 오늘도 행복하세요^^

  2. 오또기 쭘마 2019.02.15 07: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분께서 너무 젊은 나이에 떠나셔서 안타깝네요.
    병과 싸우느라 지치고 힘드셨을텐데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도 좋은 작품을 남기신
    최옥정 작가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언젠가 찾아올 저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해보게 만드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3. 아리아리짱 2019.02.15 07: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우와~!
    <2라운드 인생을 위한ㅡ글쓰기수업>
    이 책 저한데 꼭 필요한 책이네요.!
    '삼년째 시작만하는 당신,이제는 끝마칠때'
    부제가 제눈에 콕 박힙니다.
    짧은 생을 마치신 저자의 삶이 안타깝습니다.

    하루에 한편씩 빈약하고 부끄러운 글이지만
    쓰레기라도 괜찮다는 뻔뻔함을 가지고, 블로그 글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아자아자! 아리아리!

  4. 보리랑 2019.02.15 07: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생각이나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블로그에 적으면서, 내가 늙었나 왜 이렇게 과거에만 살지 하는 의문이었는데 답이 되네요. 위로도 되요~^^

    "나의 육체는 그냥 인생을 살아가지만 나의 영혼은 글을 통해 내 육체가 지나간 길을 적어서 남긴다. 인생을 한 번 더 사는 셈이다. 육체가 모르고 지나쳤던 것을 영혼은 낚아 올린다."

    최정옥님 정말 뜨겁게 살다 가셨군요...

  5. 꿈트리숲 2019.02.15 08: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젊어서 잘 살아야 잘 늙게 된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오늘 잘 살아야 내일 잘 늙게
    되는거군요. 허투루 살면서 먼 미래 아름다운
    노화를 바라면 안되겠어요.

    아직 아마추어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저에게
    필요한 책 같아요. 읽고 지식과 언어감각의
    도구를 장착하고 싶어요.

    최옥정 선생님은 정말 생활인으로서는 어려움을
    겪으셨어도 선생님의 글 속에서는 희망을
    꿈꾸신 듯 합니다. 소중한 책, 꼭 읽어볼께요.^^

  6. 섭섭이짱 2019.02.15 08: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글쓰기 책도 참 많은데 이렇게 좋은 책을
    소개해주시니 피디님 블로그 팬이 될 수밖에 ^^

    인생을 한 번 더 살기 위해서라도
    글쓰기는 열심히 해봐야겠어요.
    이 책도 읽기 목록에 저장~~~

    아침에 눈뜨니 온 세상이 새하얗네요.^^
    기분좋은 하루가 될거 같습니다.
    피디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7. kuaile 2019.02.15 09: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사는 곳은 밤에 잠깐 비가 왔는지 땅이 젖어있고, 하늘은 회색 구름으로 그득 합니다.
    구름 사이로 살풋 보이는 푸른 하늘이 반가운 아침, 저는 블로그 댓글 쓰기로 글쓰기 연습을 하고 있네요^^

  8. 왕아치 2019.02.15 11: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팅 잘봤습니다.
    공감 누르고 갑니당 행복한 하루 되세요~~^^

  9. 루치 신 2019.02.15 13: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일매일 글쓸을 쓴다는게 쉬운일이 아니네요 독서도 많이 해야하고요 멀고도 험난한 여정같아요 여행책이 완성되시길 응원합니다!!!

  10. summerlover 2019.02.15 13: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일 아침 써봤니? 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글쓰기 책을 읽어 나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문사철, 과학, 천문학.. 우와 갈 길이 머네요

  11. 찬휘헌 2019.02.15 14: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님 안녕하세요? 얼마 전 보라런치에서 함께 식사했던 심원입니다.

    작년 9월에 돌아가신 저의 외숙모님 책을 오늘 김민식작가님 글에서 보게 되네요. 외숙모님 살아 생전에 저는 등단한 작가 정도로만 단순히 생각했었는데, 쓰신 책을 보니 대단하셨던 분이었네요. 이 책도 처음 보게 되서.. 정말 부끄럽습니다.ㅠ.ㅠ

    직장이 광화문이라 종종 정독도서관 강좌를 듣는데, 이 주제로 더 이상 수강할 기회가 없어서도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이 책을 구입해서 읽고, 배우며, 외삼촌과 만나서 외숙모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12. luvholic 2019.02.15 22: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저의 관심사 '글쓰기'와도 연결되는 책이네요!
    올해는 문장력을 높이기 위해 필사를 시작했어요..^^
    머리 속에 떠오르는 무심한 생각들은 많은데
    그걸 가지를 쳐서 정리하기가 어렵네요.
    유치한 메모일지라도 꾸준히 써 보려구요..ㅎㅎ
    계속해서 글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PD님의 글들이 큰 힘이 됩니다~^^

  13. 샘이깊은물 2019.02.15 22: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맙습니다.^^
    넘쳐나는 책들 중에 읽고 싶어 지는 책, 맛있는 책을 발견하는 것은 큰 기쁨이에요. 피디님 덕분에 ‘최옥정’이라는 한 세계를 또 만날 수 있겠네요.
    글을 쓰는 동안 영혼에서 일어나는 일이 신비로워요. 반추하며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흘러간 시간을 다시 사는 셈이라는 표현이 와닿습니다.

  14. 농업사랑 2019.02.16 09: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엔 무림의 고수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정보 공짜로 얻어갑니다. 감사합니다.

    아는 거랑 가르치는 건 다르고, 머리에만 있는 거랑 손과 발로 하는 거도 하늘과 땅 차이더라구요.

    오늘도 글쓰고 걷는 하루가 되도록 할려고요.

  15. 혜린 2019.02.16 17: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윗 분 말씀처럼 이렇게 좋은 글들을 공짜로 접할수 있다니! 저도 누군가에게 제가 받은 위안과 감동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16. H_A_N_S 2019.02.17 15: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54세면 너무 이른 나이에 돌아가셨네요. 볼펜 한 번 잡기도 힘든 세상에 그나마 블로그 하는 사람들은 축복인 거 같아요ㅎㅎ

  17. 하루트래블 2019.09.01 18: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 글 너무 잘 봤습니다!

    글쓰기 돈 버는 방법 3가지 대해서 소개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세상을 바꿀까 생각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매일 하루 새로운 지식을 받아보세요.

    http://haru1ste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