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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딴따라 글쓰기 교실

나이 50의 글쓰기 수업

by 김민식pd 2019. 2. 15.

제게 글쓰기는 공부입니다. 매년 하나의 주제를 정해 공부를 하고 그 결과를 책으로 냅니다. 첫해에는 그것이 외국어 공부였고, 둘째 해에는 글쓰기였고, 지금은 여행입니다. 세 번째 책을 쓰다 원고가 막혀서 고생입니다. 영어와 글쓰기 못지 않게 제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꾼 것이 여행인데요, 막상 이 좋은 여행을 다른 사람에게 권하는 일은 쉽지가 않네요. 글이 막힐 때는 글쓰기에 관한 책을 찾아 읽으며 다시 공부합니다. <글쓰기 수업> (최옥정 / 푸른 영토)이라는 책에 이런 글귀가 나옵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내가 존경할만한 구석, 배울 점, 매력이 있어야 그 관계가 오래 간다. 될대로 되라, 하면서 막 사는 사람을 누가 가까이 하고 싶겠는가. 산뜻하고 유쾌한 사람, 기분 좋은 사람을 모두 원한다. 

인간관계도 빈익빈 부익부다. 좋은 사람은 주변에 항상 사람들이 모여든다. 불쾌한 사람은 있던 사람도 떠난다. 나이 들수록 점점 고립된다. 돈이 많으면 뭐 하나. 쓸 데가 없다. 만날 사람이 없다. 잘 늙는 건 없다고 말했다. 젊어서부터 잘 살아야 잘 늙게 된다. 늙어서 갑자기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우리 삶의 하루하루가 모여서 인생이 되고 인격이 된다.

그 잔잔한 흐름을 따라가면서 기록하는 것이 글이다. 나의 육체는 그냥 인생을 살아가지만 나의 영혼은 글을 통해 내 육체가 지나간 길을 적어서 남긴다. 인생을 한 번 더 사는 셈이다. 육체가 모르고 지나쳤던 것을 영혼은 낚아 올린다.

(43쪽)


여행기가 그래요. 한번 몸으로 겪은 여행을 글로 쓰면서 다시 낚아 올립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두 개의 세계 속에서 산다고 말씀하십니다. 실제 삶의 세계와 창작의 세계. 생활인으로서는 어려움을 겪어도 자신의 글 속에서는 희망을 꿈꿀 수 있어요. 2016년의 제가 그랬어요. 현실에서는 유배지에 갇힌 몰락한 피디였지만, 블로그에서는 영어 학습서를 쓰는 작가의 삶을 꿈꾸고 있었지요. 책을 쓰는 것이 꿈인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작가가 꿈인 사람은 다음의 사항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작가로서 내 문장을 갈고 닦는 연마의 시간을 견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나 자문한다.

아마추어와 프로는 하늘과 땅 차이로 기대치가 다르다. 아마추어는 조금만 잘 써도 칭찬받고 팬도 늘어난다. 프로가 되는 순간 웬만큼 잘 써도 표시가 나지 않으며 조금만 허술한 글을 써도 비난 받는다. (중략)

둘째, 리스트를 만들고 계통을 세워 독서를 꾸준히 해서 인문학적인 토대를 탄탄히 쌓는다.

대장장이에게 연장이, 요리사에게 칼이 필요하듯이 작가에게는 지식과 언어감각이라는 도구가 필요하다. 둘 다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취미가 아닌 직업적인 성실함으로 꾸준히 독서를 해서 문사철은 물론 과학이나 천문학 등의 분야까지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한다. (중략)

셋째, 정식 절차를 밟아 등단을 하든 출판사를 물색해서 책을 내든 구체적인 실행을 한다.

가시적인 결과를 목표로 해야 능률이 오른다. 일 년, 이 년 시간을 정해서 등단을 목표로 작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낸다. 

(위의 책 66쪽)


스티븐 킹에게 어느 기자가 물었답니다. "어떻게 그렇게 다작을 할 수 있느냐고" 스티븐 킹은 이렇게 답했답니다.

"저야말로 궁금합니다. 다른 작가들은 글을 쓰지 않는 시간에 대체 무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요즘은 틈만 나면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글이 막힐 때는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거나 글쓰기 강의를 찾아듣습니다. 저자이신 최옥정 선생님도 정독도서관을 비롯한 전국의 여러 도서관에서 <2라운드 인생을 위한 글쓰기>를 강의하신다고 하네요.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싶어 인터넷에 검색을 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작년 9월에 지병으로 타계하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향년 54세. 투병 중에도 <글쓰기 수업> 등을 펴내며 소설 창작 공부에 매진하셨다는 기사에 잠시 멍해집니다. 

평생 사부님을 찾아다닙니다. 고미숙 선생님이나 강원국 선생님같은 스승을 책에서 찾아 그분들을 찾아가 가르침을 구하며 살아요. 그런데 최옥정 선생님의 가르침을 얻을 기회는 이제 사라졌군요. 

투병중에 이렇게 좋은 글쓰기 공부 책을 남겨주신 고인에게 감사합니다. 책으로 남기신 가르침, 잘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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