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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딴따라 글쓰기 교실

쓰는 사람이 되자

by 김민식pd 2018. 9. 5.

지난 봄, 동네 도서관에서 열린 강원국 선생님의 글쓰기 강연에 갔어요. 그때 선생님은 이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어떤 사람이 살아남는가?'

수십만년 동안 수렵채취로 살아온 인류 중 누가 살아남았을까요? 잘 보는 사람입니다. 사바나 초원에 풀잎이 흔들리는데, 그걸 무심코 보고 지나치는 사람은 사자에게 물려죽고요. 미묘한 수풀의 움직임에 위험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살아남았지요. 결국 잘 보는 게 중요한 시대가 수십만년이었어요.

인간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면서 수만년 동안 잘 듣는 사람이 살아남기 시작합니다. 문자가 아직 나오기 전에는 정보와 지식을 이야기 형태로 모아 전하거든요. "옛날에 말이야. 밤에 저 산 고개를 넘어가는데 말이지." 산에 호랑이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잘 들은 사람은 살아남고요. 그걸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낸 사람은 죽습니다. 결국 후손을 남기는 건 잘 듣는 사람이에요. 

5천년 전, 문자가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보는 것, 듣는 것, 이상으로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이걸 권력자들이 독점합니다. 거북이 등껍질에 쓰여진 신의 계시를 읽는 것도 소수의 전유물이었고요. 왕의 기록을 남기고 보는 것도 양반이나 귀족들만이 할 수 있었지요. 

자, 인간은 진화를 통해 발달해왔기 때문에 가장 오래된 행동이 가장 쉽고 자연스럽습니다. 무엇을 보고 듣는 게 쉽고, 쓰고 읽는 것은 부자연스러워요. 지난 수십년 동안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문자의 역할이 크게 평가받습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데 집중합니다. 책을 읽어 그 정보를 이해하고 암기하는데 최선을 다하지요. 읽고 듣기만 하는 사람은 이해력이 뛰어난 우등생이 될지는 몰라도 나의 것을 만드는 창의성은 떨어집니다. 읽고 듣기만 한다는 것은 남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만 하거든요. 말하고 쓰는 행위는 나의 것을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는 일입니다. 듣고 읽기만 하는 사람보다 이제 말하고 쓰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에요. 

읽고 듣는 행위는 이해력과 분석력을 키웁니다. 이건 남의 것을 베끼고 쫓아가는 시대에 먹히는 능력이에요. 앞으로는 말하고 쓰는 행위를 통해 표현력과 창의력을 키워야합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필요한 창의, 융합형 인재가 되려면 말하기와 쓰기의 능력이 필수입니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에서 말씀드렸듯이, 우리의 영어 실력이 부족한 분야는 읽고 듣기가 아니에요. 말하고 쓰기지요. 영어로 읽고 듣는 건 내 것이 아니에요. 말하고 쓸 수 있는 것만 나의 것입니다. 우리는 남의 말을 알아듣는 것만 노력하지, 자신의 말을 표현하는 공부는 낯설어합니다. 영어가 힘들게 느껴지는 건 수동적 학습 태도에 오래 길들여진 탓인지 모릅니다. 

인간에게 보고 듣는 게 익숙한 행위이다보니, 앞으로도 영상과 음성에 최적화된 콘텐츠가 사람들의 눈과 귀를 독점할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콘텐츠의 기반은 글입니다. 다들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볼 때, 혼자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이 앞으로는 능력자로 인정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남이 만든 것을 보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욕구가 있거든요.

나의 것을 만드는 창작 활동, 그 첫걸음이 바로 글쓰기입니다.

글을 쓰는 것은, 인류 발달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에 이뤄진 활동이고, 아직도 힘들고 괴로운 과정임에 틀림없습니다. 글쓰기를 즐길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게 많아집니다. 모든 사람이 가는 길보다, 가는 이가 적은 곳에 길이 있으니까요. 

오랜 시간, 글쓰기 강연을 다니신 선생님이 그 내공을 모아 쓴 책이 <강원국의 글쓰기>에요. 동네 도서관에서 선생님의 강연을 들을 수 없다면, 이 책을 통해 고수의 가르침을 들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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