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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딴따라 글쓰기 교실

오늘이 즐거우려면

by 김민식pd 2019. 4. 19.

고전 평론가이신 고미숙 선생님의 강연을 들으러 도서관에 갔습니다.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노예를 필요로 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노예다. 

타인을 쓰레기 취급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쓰레기다."

그렇죠,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을 부리는 사람은 그 자신 욕망의 노예일지 몰라요. 20세기 공부의 최고봉은 사법 시험이었을 거예요. 사법 시험에 합격하는 순간, 출세와 권력을 얻습니다. 권력을 얻은 순간, 공부를 다시 시작해아 합니다. 진짜 공부를 하지 않으면, 타인을 존중하지 않고요. 그럼 끝내 그 자신이 존중받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21세기의 공부는 바로 평생 공부입니다. 나이 40, 50에도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합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욕망을 통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과정입니다. 그것이 바로 수행이지요. 가장 좋은 수행은 글쓰기라고 말하십니다. 사람들이 노래방에 가서 마이크를 잡을 땐 부담이 없어요. 노래를 못한다고 내가 부족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글은 다릅니다. 글은 곧 나의 자아니까요. 글을 못 쓰면 부족한 내가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글쓰기가 부담스러운 이유는, 글은 나를 드러내는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노력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글쓰기는 최고의 수행입니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더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해야 하고요. 더 좋은 글을 고민하고, 쓰는 과정에서 나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고미숙 / 프런티어)에서 선생님은 '백수의 특권은 주유천하다, 집에서 탈출하라!'고 하십니다.

'바야흐로 '길'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20세기는 '집'의 시대였다. 삶의 중심이 온통 집으로 쏠려 있었다. '내 집 마련'이 일생일대의 미션이었고 집이 곧 정체성이자 자존감의 원천이었다. 이제 그만 그런 시대와 결별하기로 하자. 어차피 끝물인데, 우리가 먼저 작별을 고하자는 것이다. 백수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다. 정규직과 고액 연봉자는 감히 실천하기 어렵다. 노동과 화폐에 매여 사는 한, 여전히 집에 집착하고 부동산 투기에 골몰하게 될 것이다. 실패하면 하우스 푸어 아니면 골방의 좀비. 백수는 좀 다르다. 일단 집을 살 수 없다. 대출이 불가능하니까. 참 다행이다! 더 중요한 건 집을 살 생각이 아예 없다는 것. 집이 삶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해서, 본의 아니게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가 되었다.'

(위의 책 144쪽)   


조선시대, 자발적 백수의 삶을 산 연암 박지원의 생을 통해, 21세기 백수의 삶을 통찰합니다. 선생님은 21세기가 '백수가 백세 되는 시대'라고 하셨어요. 이런 시대에는 집보다 도서관을 더 귀하게 여기라고 하셨어요. 지난 수십년 간 도서관에 가는 건 학생들이었지요. 도서관 열람실에서 시험 공부하려고요. 대학 입시건, 직장 취업이건 시험 공부가 목표였어요. 시험을 통해 합격하면 사무직이 될 수 있었어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육체 노동자가 되었고요. 그 시절에는 공부가 출세의 방편이었어요. 21세기는 그렇지 않아요. 이제는 노동자 대분분이 사무직이에요. 육체 노동은 기계나 로봇이 대신하거든요. 고시의 시대가 끝났어요. 이제 진짜 공부를 위해 다시 도서관에 가야 합니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애용하던 도서관, 이제는 어른들의 평생 학습의 장이 되었어요. 앞으로는 도서관을 애용해야 합니다. 도서관 이외의 공간은 위험해요. 내 지갑을 털 거든요. 자본주의 시대, 모든 공간은 소비를 부추길 목적으로 존재하지만, 오로지 도서관만이 공부를 부추깁니다.

동네 도서관에 고미숙 선생님이 강의하러 오신다면, 꼭 달려가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백수 시대, 백세 시대,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재미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그런 기회가 없다면, 선생님의 책을 찾아 읽어도 좋고요.


강연에서 선생님이 하신 말씀으로 마무리할게요.

"살아있는 순간은 다 배워야 할 때다.

오늘을 살려면, 오늘이 즐거워야 한다.

오늘이 즐거우려면, 오늘이 새로워야 한다.

오늘이 새로우려면, 어제 몰랐던 걸 오늘 깨달아야 한다.

즉, 즐거운 삶을 위해서는 매일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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