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공채를 앞두고, 막바지 몰아치기 특강하느라 한동안 바빴다.
간만에 공짜로 즐기는 세상 이야기 하나.
 
세상을 제대로 즐기려면, 대접받을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난 외모도 별로지만, 평소 차림새도 허술하다. 명품으로 휘감고 사는 PD들 많은데, 나는 천성이 짠돌이라 죽어도 그런 행세 못한다. 

몇년전 촬영을 할 때 일이다. 보통 촬영장에 밴이 오면, 연기자는 안에서 대기하고, 코디나 매니저가 나와, 무슨 씬을 촬영하는지 물어본 후, 의상과 소품을 준비시켜서 나온다. 우리 촬영장에 처음 나온 코디였다. 두리번거리다 나한테 와서는 지금 몇 씬 찍느냐고 물어보길래 알려줬다. 이것저것 물어본 코디의 마지막 질문. "근데, 여기 감독님은 누구세요?" 

보통 이런 식이다. 촬영현장에서 난 주로 FD나 스탭으로 오해받는다. 하긴 어떤 배우는 나를 보고, '요즘은 드라마 스탭도 외국인 노동자를 쓰나보지?' 했단다. 뭐, 대충 이런 식이다. 

남들 시선 의식하면, 꾸미기도 하고 허세도 떨어야하는데 난 그런거 딱 질색이다. 왜 남들 보라고 돈 쓰나? 난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내 가족을 위해서만 돈을 쓴다. 직장 생활 20년이지만, 명절에 회사 상사에게 선물 한번 한 적 없다. 정말 예뻐하는 딸이 둘이지만, 돌잔치도 해 본 적 없다. 남에게 대접하기도 싫고, 대접받기도 싫다. 

 
(둘째딸 민서 돌사진. 난 돌잔치도 싫고, 꾸밈비도 싫다. 겉치레를 위해 왜 몇천만원씩 쓰나? 돌잔치 안해도 내 딸은 충분히 이쁘고, 충분히 사랑스럽다. 굳이 돈들여 남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말이다.)

난 남들 시선, 남들 의견 신경쓰지 않는다. 오로지 내 마음만 챙긴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욕을 좀 먹는다? 그럼 그만둔다. 왜? 나는 소중하니까. 프리랜서하고 살면 되지, 뭐. 더 재미난 직업을 찾고싶다? 그럼 일단 지원한다. 왜? 떨어져도 괜찮으니까. 지원하는 건 내 마음이고, 떨어뜨리는건 그들의 마음이다. 난 남들 마음은 신경쓰지 않는다. 무언가 하고 싶은 내 마음만 챙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거꾸로 한다. 무슨 일이 하고 싶어도 실패할까봐 아예 시도도 안한다. 즉 남들이 거절할까봐, 지레 겁먹고 자기 자신을 거절하는거다. 남이 나를 거절할 수는 있어도 나까지 나를 거절하면 쓰나!

정말로 스스로를 대접하려면, 남들 의견 신경쓰지 말고 들이대며 살아라. 떨어져도 상처받지 말고. 그건 그들의 의견일 뿐이다. 그런 일로 기죽기에 난 너무 소중하다. 남 눈치 안보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면, 정말 열심히 살 수 있다. 열정과 도전 정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일에서 보람을 찾아 진정으로 행복해진다. 

다른 사람 대접, 하지도 말고, 바라지도 마라. 그대 자신을 대접하라. 왜? 당신은 소중하니까!  
Follow your he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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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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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rystal 2011.11.02 11: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생각은있지난막상실천하기어려운달콤한유혹인거같아요 그런유혹을뿌리치고주관있게살아가시는모습보면서또맘에새기고갑니다아~~~~^^

  2. 채집자 2011.11.02 19: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히히 피디님!! 민서 사진 똘망똘망한 눈이 피디님하고 닮았어요^^* 전 힘들 때 동네 산부인과에 가요. 신생아실 가서 애들 보고 있으면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기거든요. 오늘은 민서가 힘을 주네요ㅋㅋ

  3. 민정 2011.11.03 21: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민서당ㅋㅋ 빼꼼하게 고개를 내민게 너무 귀여워요^^* 과자는 맛있게 먹었는지, 요새도 백설공주 놀이를 하는지 궁금하네요 +_+ 아유 귀여워ㅎㅎ

    • 김민식pd 2011.11.05 20: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언젠가 먼 훗날, 민서가 커서, 이 블로그를 찾아왔다가 이 글을 보고 하나만 느꼈으면 좋겠어요. 이 아빠가 민지와 민서를 정말 사랑한다는 것...

  4. 2011.11.04 14: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정말 신경이 안쓰이시는 거에요
    아님 신경안쓰려고 노력하시는건가요??
    저는 남들 시선 신경 안쓸꺼다 안쓴다 겉으로는 해도
    속으론 신경쓰이거든요
    신경안쓰이는게 진짜 가능한건지
    진짜 생각없이 사는 사람들은 신경안쓰겠지만.. ㅋㅋ
    남 시선을 정말 신경안쓰는 사람이 있는지 궁금해요 ㅋㅋㅋㅋㅋㅋ

  5. 섭섭이 2016.11.10 14: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전 이런 모습 때문에 PD님을 더 존경하게 된다니까요. ^^ . 멋지세요

    앞으로도 이 소신 계속 지키길 바라겠습니다.



    • 김민식pd 2016.11.11 05: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ㅎ
      섭섭이님이 좋게 봐주셔서 그렇지요.
      실수로 5년 전 글을 재발행했어요.
      사진을 찾다가...
      예전 글을 다시 보니 살짝 민망하네요.
      그 사이에 나이들어
      비겁해진 걸까요? 현명해진 걸까요?
      답은 제 안에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제 보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글을 써야겠어요. ^^

  6. 언터처블 2016.11.10 15: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어가는 주름이 자꾸 신경쓰여요.
    '대접'받고 싶은 마음일까요?
    ..
    피디님 글에 (있는그대로의) '소중함'을 깨닫고 갑니다.

    • 김민식pd 2016.11.11 05: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세월과는 싸워서 이길 수가 없더라고요. ^^
      그냥 마음 편하게 지려고요.
      나이듦에 대해서는 팟캐스트 벙커원 특강의 하지현 샘 강의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