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청춘의 시작은 여행이다

by 김민식pd 2018. 11. 8.

2018 자전거 전국일주 10일차 여행기


강릉 경포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 동해안 해돋이를 보며 자전거를 달립니다. 

새벽이라 아직 많이 춥습니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얼굴에 그대로 맞습니다. 자전거는 심지어 맞바람이지요. 바람이 전혀 없는 날도, 시속 20킬로로 자전거를 달리면 풍속 20km의 바람을 맞습니다. 맞바람 풍속이 20km라면 합이 40킬로의 역풍이 됩니다. 맞바람이 심할 땐, 오르막을 오르는 것과 같아요. 이럴 땐 기어수를 변속하여 천천히 갑니다. 괜히 바람과 맞짱뜨지 않습니다. "너, 바람? 응, 난 소심한 중년... 내가 천천히 갈게... 좀 봐주라..."

자전거길은 강릉 바우길과 나란히 달립니다. 길을 공유하기도 하고요.


보행자용 데크로 길이 따로 나뉘기도 해요. 강릉행 KTX가 개통했으니 언제라도 당일치기 바다 여행을 떠날 수 있어요. 다음엔 기차 타고 강릉에 가고 싶네요. 

이른 아침에 자전거로 달리니 좀 춥네요. 뜨끈한 국물 생각이 간절합니다.

해변 편의점에 들러 1150원짜리 튀김 우동을 사먹습니다. 오전 7시라는 이른 아침에, 단돈 1달러에 뜨끈한 국물과 면을 먹을 수 있는 나라, 많지 않아요. 한국은 여행하기 정말 좋은 나라입니다.

강릉 해변에 좋은 커피집이 많은데요. 보헤미안 로스터스 박이추 커피 공장이 여기에 있네요. 저는 상암 MBC 지점을 즐겨 갑니다. 커피를 즐기지는 않는데요. 굳이 사람을 만난다면, 여기 가서 아포가토를 시킵니다. 아이스크림 위에 커피를 부어주는데요. 커피를 마신다기보다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느낌?

해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니 콧노래가 절로 납니다. 

이것이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 행복이랴!

청시행 비치, 청춘의 시작은 여행이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자전거 전국일주, 정말 즐거웠어요. 시골 마을 회관에서 얇은 이불 하나 덮고 잤고요. 다리 밑에서 삶은 감자를 먹으며 배를 채웠어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던 시절, 돈 많이 들이지 않고도 여행은 즐길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청춘은 그럴 때 시작하지요. 가진 게 없어도 삶이 즐겁다는 걸 깨닫는 순간. 인생을 즐기려면 돈이든 직업이든 기술이든 반드시 가진 게 필요해라고 믿는 순간 노화가 시작되는 거 아닐까요?

지경공원 인증센터에 들러 스탬프를 또 한 장 찍습니다.

내 마음에도 도장을 찍습니다. "참 잘했어요."

자전거길 옆으로 마을 정자가 있습니다. 잠시 쉬었다 갑니다.

요즘 동해안 바다는 서퍼들의 천국이군요. 추석 연휴, 날이 꽤 쌀쌀해졌는데도 서핑 하는 이들이 많아요.

서핑이 강원도 여행의 새로운 테마인가 봐요. 이런 광고판도 있네요. 

보드 렌탈 샵도 많네요.

동해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는 청춘들이 부럽습니다. 저게 청춘의 특권이지요. 파도에 맞설 수 있다는 것. 여행을 즐긴다면, 나이가 들어도 청춘 부럽지 않다고 믿습니다.

대포항 가는 길입니다. 대포항에 가면 먹고 싶은 게 있어요.

바로 통새우 튀김입니다. 오늘의 점심은 치킨입니다. 바닷가에 와서 왠 닭타령이냐고요?

속초에 오면 저는 늘 만석 닭강정을 먹거든요. 

한 상자 사서 공원에서 먹습니다. 

남은 건 이렇게 자전거 뒤에 실고 갑니다. 오늘 저녁도 만석 닭강정이에요. 한마리 사서 점심 저녁에 내일 아침까지 세끼를 해결합니다. 가성비 짱!

속초에서 고성까지 가는 평화누리길입니다. 걷기 여행 코스가 정말 많군요.

오늘도 자전거 여행은 오후 3시를 기해 접습니다. 

바닷가 모텔에 방을 잡고, 깨끗이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한량처럼 바닷가를 어슬렁거리다 풍경 좋은 카페에 들어왔어요. 책을 읽다가 바다를 보다가 잠시 멍 때리다가 그렇게 시간을 보냅니다.

이제 자전거 여행 마지막 하루만 남았군요. 벌써 아쉬워집니다. 동해안 자전거 여행, 또 오고 싶어요.

 


추석 연휴에 다녀온 여행기를 11월이 넘어 블로그에 올리다보니 얼마전에는 방명록에 '현장감이 떨어져서 아쉽다'는 의견이 올라왔어요. 인정 합니다. 여행을 다니며 바로바로 여행기를 올린다면 생생한 느낌이 들어 더 좋겠지요. 

자전거 여행기를 실시간으로 연재하려면, 우선 자전거 패니어 가방에 노트북을 넣어 가야 합니다. 노트북을 넣는 순간, 충전기도 넣어야 하고, 짐이 무거워 질 거예요. 무엇보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넘어질때도 있는데요. 그때마다 노트북이 망가질까봐 걱정이 되겠지요.

종일 자전거를 탄 후, 피곤한데도 매일 저녁 글을 써야한다면, 부담이 클 거에요. 추석 연휴에는 블로그도 쉬어야지요. 휴가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 휴가중에는 블로그에 새 글을 올리지 않습니다. 기존에 써 둔 글을 발행만 해요. 여행할 때는 간단히 메모를 하거나 휴대폰으로 사진만 찍어둡니다. 여행이 끝난 후, 메모에 살을 붙이고 사진에 설명을 달며 글을 완성합니다. 자전거 일주가 끝난 한 달 후지만, 새벽에 컴퓨터 앞에 앉아 조용히 글을 쓰노라면, 그날의 즐거운 추억이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여행을 오래 즐기는 제 나름의 방법이에요. 여행 할 때는 여행만 즐기고, 글을 쓸 때는 글에만 집중합니다. 그래야 여행도 즐겁고, 글쓰기도 즐거워요. 저의 경우엔 그렇더라고요.  

직업이 드라마 피디라 일을 할 때 항상 시간에 쫓기며 삽니다. 일주일마다 꼬박꼬박 120분의 분량을 촬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드라마 끝나고 쉬면서 취미삼아 하는 블로그마저 시간에 쫓기듯 하고 싶지는 않아요. 즐거움을 위해 때로 포기하는 게 있어요. 그게 여행기의 경우, 시의성이지요. 철지난 여행기, 이 점에서 양해 부탁드립니다. 

즐거움을 유지하는 것, 그게 어떤 일을 꾸준히 오래 하는 비결이라 생각해요. 그게 영어 공부가 되었든, 글쓰기가 되었든, 독서가 되었든...


10일차

강릉 경포 해변 - 지경공원 - 양양 동호해변 - 속초 - 고성군 공현진 옵바위

총 85킬로미터 - 6시간 주행


하루 경비 

숙소 40000원 

점심 저녁 만석닭강정 17000원

커피 5000원

총 6만2천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