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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자전거로 울진에서 삼척까지

by 김민식pd 2018. 11. 2.

2018 자전거 전국일주 8일차 여행기


예전에 자전거로 안면도에 간 적이 있는데요. 당시엔 국도변을 자전거로 달렸거든요. 나중에 차 타고 가족여행을 가면서, "전에 이 길을 자전거로 달렸지." 했더니 아내가 놀라더라고요. "차가 이렇게 많은 길을 자전거로 달렸다고? 다시는 그런 짓 하지마." 자전거 전국일주를 한다니까 아내가 걱정하더군요. 약속했어요. 이번엔 오로지 자전거 길로만 달리겠노라고. 해운대에서 동해안으로 올라갈 계획인데, 국토종주 자전거길 안내 사이트(http://bike.go.kr/nation/75_1) 찾아보니 자전거길은 고성에서 울진까지 이어졌더군요. 차도로는 자전거를 달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버스를 타고 울진까지 갔어요.

버스비는 해운대에서 포항까지, 8600원. 포항에서 울진까지 14000원.

자전거를 버스 짐칸에 실을 때는 앞바퀴를 분리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렇게 납작하게 눕힐 수 있어요.

여행에 앞서 자전거 점포에 가서 미리 요령을 배워두셔도 좋아요.

버스에서 미국 아가씨를 만났어요. 시카고 근교에서 왔대요. 동대구 사는 친구를 만나고 강릉으로 돌아가는 길이랍니다. 아버지가 한국에 선교사로 일하러 오셨대요. 자신은 아버지 목회하시는 곳에서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대요. 그 아버지가 참 부럽네요. 아버지 일을 돕기 위해 이국만리까지 날아오는 딸도 있고. 

어린 시절 저는 차멀미가 심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멀미 때문에 수학여행도 못 갔습니다. 가뜩이나 학교에서 왕따라고 주눅들어 지내는데, 버스에서 멀미하고 토하고 그러면 아이들에게 더 놀림을 받을 것 같아서 아예 안 갔어요. 어차피 수학여행 가봤자 아이들과 놀기는 커녕 놀림만 받을 게 뻔하니까.

어려서는 버스 타는게 너무 힘들어 꿈이 자전거 타고 전국일주하는 것이었어요. 대학 1학년 여름방학이 되자 자전거 전국일주를 떠난 건 그런 이유고요. 대학생이 되자 좋더군요. 어려서 하고 싶었던 건 이제 마음껏 할 수 있잖아요? 나이 들면서 무뎌진 탓인지 차멀미가 사라졌어요.

울진 버스터미널에 내려 무조건 바다쪽으로 달려갑니다. 해변 어딘가에서 자전거 길 표식을 만날 수 있어요.


바다를 따라 위로 가면 강릉 삼척, 내려가면 포항 부산이 나옵니다. 


동해안 자전거 도로, 로맨틱 로드라고 하지요. 낭만가도. 삼척에서 고성까지 가는 길인데요. 최고의 드라이빙 코스이자 자전거 길이에요.


이번에 장거리 여행하느라 자전거 패니어 가방을 짐받이에 장착하고 나왔어요. 갈아입을 옷이며, 숙소에서 읽을 전자책이며, 충전기며 다 가방에 넣어서 가지고 다녔지요.

제게 접이식 자전거를 준 후배가 있어요. 후배가 준 자전거를 타고 수원 화성에 자전거 여행을 다녀와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렸어요. 


그 글을 보고 '집에서 안 쓰던 자전거였는데, 선배님이 잘 활용하시는 모습을 보니 보기 좋습니다.'라고 하더니 어느날 회사로 자전거 가방을 가져 왔어요.

"선배님, 언젠가 자전거 전국일주 하실 거라 했죠? 그럼 이 가방이 필요할 거예요. 저는 여행할갈 시간이 없어 안 쓰고 있거든요."

그래서 뒷바퀴 짐받이 양옆으로 장착하는 가방을 공짜로 얻었어요. 저는 항상 꿈이 있으면 사람들에게 자꾸 떠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럼 그 꿈을 밀어주고 도와주는 은인들이 나타나거든요. 덕분에 장기 여행도 편하게 다닙니다.

  

동해안 자전거길 인증센터입니다. 삼척 한재공원에 있어요.


중간에 목이 말라 어머니가 싸주신 식혜를 마십니다. 어머니가 직접 만든 식혜는 쌀 반 물 반이에요. 갈증 해소와 허기 극복을 동시에~^^

아침에 버스로 이동하느라 시간을 쓴 탓인지, 몇시간 달리지 않았는데 벌써 어둑어둑해집니다. 산골의 밤은 빨리 찾아옵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를 찾아야 합니다.

포항도 멀고, 강릉도 먼 탓인지, 해변에 숙소가 잘 보이지 않아요. 이럴 땐 다시 도시의 버스 터미널을 찾아갑니다. 삼척 터미널 근처 모텔에서 방을 잡습니다.

한국의 모텔은 어디나 깨끗한 것 같아요. 커플들을 배려한 공간이기 때문일까요? 저같은 중년의 자전거 여행자가 혼자 자기엔 좀 황송하지요. 


하루 경비

숙박 5만원. 

점심은 자장면 곱빼기 5000원.

저녁은 순대국 7000원. 

버스비 24000원 포함,

총 85000원 가량 썼군요.


9일차 여행기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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