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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나와 아이를 위한 7가지 약속

by 김민식pd 2018. 10. 19.

전철을 타고 책을 읽고 있었는데, 참 괴로웠던 적이 있어요. 옆자리에 고교생 남자애들이 서서 대화를 나누는데 말끝마다 욕인 거예요. 워낙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 안 들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화가 나거나 뭔가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일상적 대화인데 형용사는 다 욕인거죠. 옆에서 말끝마다 욕이 나오니, 책에 집중하기 참 어렵더군요. 그러다 어느 순간,

"아, *발, 그 교수 **가 말이야. 졸라 재수없게 구는 거야. 수강 신청하는데, *발."

놀라서 다시 봤어요. 고등학생인줄 알았는데 대학생이군요. 고교생 아이들이 욕을 많이 쓰는 건 알아요. 하지만 대학 가면 그런 버릇은 고쳐지는 줄 알았거든요. 일단 연애를 하려면 말투부터 고쳐야 하니까요. 대학생이면 지성인이니까, 그런 말을 쓰면 안 될 것 같은데... 요즘은 대학생도 일상에서 욕을 쓰는군요. 


문득 궁금해졌어요. 왜 욕을 할까? 아마 고교시절 욕을 일상 대화에서 섞어 쓰는 게 익숙해졌겠지요. 대입 수험생 시절에는, 욕을 해도 되고, 또 욕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니까요. 누구나 수험생의 눈치를 봅니다. 입시 스트레스가 심해 욕으로 푼다고 이해하지요.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김규항 / 전자책나무)이라는 책에 이런 대목이 나와요.


오늘 우리 아이들이 욕을 입에 달고 산다는 걸 아는가? 하긴 어느 아이도 제 부모 앞에선 그렇게 하지 않지만, 아이들은 마치 옛날 양아치들처럼 아무런 이유도 감정도 없이 욕을 한다. 드라마 속의 일본인이 입을 벌릴 때마다 "아노"하듯 그들은 입 만 벌리면 "씨발"한다. 폭력적인 미디어가 문제라고? 싱거운 소리 마라, 아이들이 무슨 앵무새더냐. 그게 다 신음이고 비명이다. 아이들 사는 꼴을 봐라. 그 정처없음이 입에 욕이라도 달지 않으면 하루라도 견디겠는가? (중략)

한국의 아이들은 19년의 인생을 잃어버렸다. 놀아야 할 시기에 놀지 못하는 아이들, 조화로운 인격과 사유하는 능력을 키워야 할 시기를 생물학적 생존에 필요한 시간을 빼곤 모조리 경쟁에 바친 아이들이 정상적인 사람으로 성장한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우리는 이미 언어의 9할이 욕인 초등학생들, 일상적인 대화가 어려운 중학생들, 스펙을 기준으로 이성 친구를 고르는 고등학생들, 교수에게 "엄마에게 물어봐야 해요"라고 말하는 대학생들에 대해 듣고 있다. 

(책중에서)


한 해에 수능을 보는 아이들은 대략 60만명이랍니다. 그중 명문대를 가는 이들은 3만명, 5%라고 해요. 그렇다면 과연 아이들에게 명문대에 가는 길만이 살 길이라고 말하는 게 옳을까요? 만약 의사가 우리에게 "생존할 확률은 5%입니다." 라고 말한다고 해봐요. 어떤 느낌을 받을까요? 부모의 역할이 아이들에게 사망 선고를 내리는 건 아니잖아요. 

한국의 직업은 대략 1만개인데, 그중 부모가 원하는 직업은 기껏해야 20개 정도랍니다. 명문대에 대한 집착이, 20개의 직업에 대한 집착이,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하는 게 아닐까요? 19년의 인생을 불행 속에 버티라고 하기보다 지금 당장 행복한 유년 시절을 만들어주는 게 어른의 역할이 아닐까요?

책에 나오는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을 공유합니다. 

1. 지금 행복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행복합니다.

2.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공부는 '마음껏 놀기'입니다.

3.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게 성공입니다.

4. 아이와 노동자가 행복해야 좋은 세상입니다.

5. 교육은 상품성이 아니라 인간성을 키우는 일입니다.

6. 대학은 선택이어야 합니다.

7. 아이 인생의 주인은 아이입니다.


마음에 새기며 살겠습니다. 저와도 7가지 약속을 합니다.

1. 지금 행복한 어른이 노후에도 행복합니다.

2. 어른에게도 가장 중요한 공부는 '마음껏 놀기'입니다.

3.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게 성공입니다.

4. 아이와 노동자가 행복해야 좋은 세상입니다.

5. 나의 공부는 상품성이 아니라 인간성을 키우는 일입니다.

6. 은퇴는 선택이어야 합니다.

7. 내 인생의 주인은 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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