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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만화와 게임과 이야기의 만남

by 김민식pd 2018. 10. 23.

읽을 책을 고를 때 책날개에 나오는 소개 글을 먼저 읽습니다. 그때 마음이 움직여야해요. 

<만화로 보는 비디오 게임의 역사> (글 조너선 헤네시 / 그림 잭 맥고언 / 계단)라는 책을 우연히 봤어요. 게임의 역사를 만화로 풀어낸 이야기책이라니 흥미롭네? 하고 책을 들었어요. 

어려서부터 친근한 게임 회사들의 몰랐던 역사를 보는 게 재미있어요. 청교도가 건립한 나라, 미국에서는 가끔 도박에 대한 규제가 심하게 일어나요. 1951년에는 슬롯머신이 규탄의 대상이 됩니다. 불법이 되어 폐기될 운명에 처한 동전 투입식 기계를 헐값에 사들인 미국 사업가가 있어요. 일본에 주둔한 미군 부대로 가져가 지루함과 향수에 시달리던 미군 병사들을 기쁘게 해주죠. 1950년대 일본 주둔 미군에게 게임기를 수출하던 기업의 이름이 바로 '게임을 서비스하는 회사' 즉 “서비스 게임즈 Service Games” 훗날 두 단어의 약자인 SEGA라는 게임회사의 모태가 됩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던 한 사업가는 체스를 두던 친구에게 일본식 전략게임인 바둑을 가르쳐줍니다. 어려서부터 놀이와 게임을 좋아하던 그는 비디오 게임 회사를 차릴 때, 바둑에서 가져온 용어를 써요. ‘아타리’ 즉, ‘내 돌이 당신 돌을 포위했다’는 뜻이죠. 저는 이제껏 ATARI가 일본 회사인줄 알았어요. 일본 바둑을 즐기던 미국인이 만든 게임 제작사인 줄은 몰랐죠.

1543년 난파한 유럽인이 일본에 도착합니다. 포르투갈인은 일본에 화승총을 소개했고요, 또 하나의 발명품을 전수하죠. 바로 카드 놀이였어요. 쇼군은 총과 기독교를 비롯한 외국 문물이 일본에 해악을 끼친다고 생각해서 쇄국 정책을 실시합니다. 기독교는 일본에서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해요. 하지만 카드 놀이는 교묘한 방법으로 이어집니다. 하트, 클로버, 스페이드, 다이아몬드를 빼고, 꽃과 나무와 동물처럼 문화적으로 더 잘맞는 계절의 상징물을 집어넣죠. 화투는 막부 시절에 암암리에 제조 판매되었는데요. 1889년 교토의 상인 한 사람이 대범하게도 화투를 공개적으로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해요. 그 증손자가 만든 회사가 바로 NINTENDO 닌텐도구요. 화투를 만들던 기업이 일본의 전자 산업의 부흥을 만나 비디오 게임 회사로 거듭납니다.  


'전쟁은 거의 언제나 기술을 발전시킨다.' 

라고 설명하고는 돌도끼, 청동검, 활과 화살, 화승총에 이어 ‘해머 오브 던’이 나옵니다. ‘해머 오브 던’은 제가 예전에 즐겨 하던 <기어스 오브 워>라는 게임에 나오는 무기인데요. 게임 속 무기를 마치 엄연한 역사처럼 설명한 대목에서 빵 터졌어요. '아, 덕후가 역사책을 만들면 이렇게 되는 구나.'


게임이 주인공이 아니라 컴퓨터 오락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메인 테마에요. ‘괴짜에다 외골수인 천재 과학자와 엔지니어들, 신화와 전설을 판타지로 엮어낸 이야기꾼 교수와 소설가들,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엇이든 바꾸고 싶어 몸이 달았던 히피 해커들, 새벽부터 한밤까지 사무실에 푹 파묻혔지만 상상력 하나만은 끝내줬던 일본의 비즈니스 맨들’ 여기에 비디오 게임이 탄생하고 발전하게 된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까지 촘촘한 이야기로 나옵니다.

게임의 역사를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내니 덕후의 심장은 마구 쿵쾅거리는군요. <만화로 보는 비디오 게임의 역사>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혹은 관련 업계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는 즐거운 독서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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