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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성공의 기준이 너무 높다

by 김민식pd 2018. 11. 5.

인생은 경쟁이고, 경쟁은 공평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세상에 태어나 가장 처음 호되게 겪는 경쟁은 대학 입시겠지요. <복학왕의 사회학>이라는 책을 보며 지방대생들이 갖는 패배감과 무기력이 상당하다는 걸 느꼈어요. 1987년, 제가 대학에 진학할 때는 등록금이 저렴한 국립대나 특정 학과를 가기 위해 지방대를 선택하는 친구들도 많았거든요? 언젠가부터 서울 소재 대학과 지방대의 심리적 격차가 더 벌어진 느낌입니다. 왜 그럴까요? 

<시민의 교양> (채사장 / 웨일북)을 보면 수능 응시자 65만 명 중 최상위 대학인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진학하는 학생은 대략 1만 명으로, 상위 1.5%래요. '인 서울'이라 불리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상위 8%에 들어야 하고요. 

사회는 대학을 인 서울과 지방대로 나눈다. 이 언어 안에는 인 서울이라면 평범하게 공부한 사람이고, 그 밖은 공부를 못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인구 구성을 보았을 때, 인 서울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상위 8%로 매우 높은 성적을 얻은 소수다. 한 개 반이 33명이라면 반에서 2,3등을 해야 한다. 만약 굳이 수능으로 학생들의 성취도를 평가할 것이라면, 평균의 기준은 상위 8%가 아니라 중간인 50%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시민의 교양, 책 속에서)

수능과 내신에서 평균 5등급을 받았다면 전체 인원 중에서 중간에 위치한 것이고, 이는 매우 평균적이고 평범한 점수에요. 이 학생은 칭찬받아야 하지요. 하지만 실제 학교에서는 5등급을 받은 학생이 부끄러움과 죄책감을 느끼도록 환경이 조성되어 있대요. 왜 그럴까요? 왜 학업 성취의 기준이 이토록 높을까요?

저자인 채사장은 소득 때문이라고 콕 집어 말합니다. 

OECD 보고서의 활용지표가 되는 월드 톱 인컴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인의 소득 상위 10%에 해당하는 사람의 연간 수입은 3940만 원으로, 월 평균 330만 원이랍니다. 너무 낮죠? 취업자 대상이 아니라 20세 이상 전체 성인 남녀 4,000만 명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낮게 나왔답니다. 중간인 50%에 위치한 사람의 소득은 얼마일까요? 1074만원, 월 90만원이 채 안 된답니다. 상위 10%의 소득인 월 330만 원과 50%의 소득인 90만 원.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왜 교육 현장의 암묵적인 인식이 중간인 5등급의 학생을 초점으로 맞춰진 것이 아니라, 상위 8%의 학생을 기준으로 결정되어 있는지를 말이다. 

생각보다 집단의 지성은 엄밀하다. 어쩌면 우리 집단은 현실의 경제 상황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른다. 대략 국민의 10%에 해당하는 사람들만이 그나마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만성적인 경제적 부담에 시달리게 된다는 현실을 말이다. (중략)

문제는 평균에 해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오늘날의 사회적 인식을 우리가 부당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성적이 5등급인 학생은 자신이 공부를 못한다고 부끄러워하고, 월 90만 원의 중위 소득을 얻는 성인은 자신의 무능을 부끄러워 한다. 

(책 속에서)

경쟁이라는 형식을 거쳤다면, 그 결과는 정당하다고 믿습니다. 자신이 무능해서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이건 사회적 위선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런 믿음 속에서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모두가 불행해지는 세상이 옵니다. 여기서 탈피하기 위해 채사장은 2가지를 말합니다. 소득격차를 줄이고, 일자리를 늘리는 거지요. 이를테면 전문직 고소득자와 일반 노동자의 소득 격차를 줄이면 과도한 학벌 경쟁은 줄어들 겁니다. 덴마크의 경우 개인 소득세율이 55%에 이르는데요. 높은 세금은 고소득자의 실질 소득을 낮추고, 강력한 복지는 저소득자의 실질 소득을 높여 임금 격차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지금 청년 세대는 유례없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어요. 저성장 시대의 도래와 빈부격차의 심화로 일자리는 줄고, 소득격차는 늘어나고 있는거죠. 2014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경제활동 인구 중 취업자는 2588만 명인데요, 그중 200만 명이 대기업에 취업한답니다. 이는 전체 취업자의 7.7%에 해당하는 숫자지요. 

한국의 학생들은 극심한 경쟁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7.7%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상위 8%의 서울권 대학교에 진학해야 하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문득 설국열차의 송강호가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이 안에서 우리끼리 아웅다웅 싸우지 말고, 저 밖에 무엇이 있는지, 벽을 뚫고 나가보자.' 

저는 경쟁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승자도 패자도 없어요. 영원한 승자가 없기에, 결국은 패자는 패배감에, 승자는 불안감에 시달리게 되거든요. 경쟁하지 않고 사는 방법은 없을까요? 사회가 정해놓은 높은 기준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냥 나 자신의 삶을 사는 걸로 만족할 수는 없을까요?

책을 읽는다고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닌데요. 적어도 질문은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에서 성공의 기준은 너무 높지 않은가? 경쟁으로 인한 입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오늘도 고민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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