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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부자를 이기는 건 시간밖에 없다

by 김민식pd 2018. 8. 23.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제작진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북토크의 사회를 맡아 줄 수 있냐고. ‘아이고, 제가 무슨 진행자도 아닌데, 사회를 보나요.’라는 말이 목젖까지 올라왔지만 눌렀어요. ‘세바시’ 팀에게 진 빚이 있거든요. 작년에 세바시에서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를 강연하며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았고요. 그 덕에 나를 믿어주는 많은 사람을 얻었어요. 세바시 팀 부탁이라 차마 거절하지 못했어요. 다음주 목요일 포스코 P&S타워 3층 (강남교보에서 여기로 변경되었어요.)에서 진행될 북토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상미 선생님의 새 책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자리인데요. 저자의 전작들을 찾아 읽고 있어요. 저자 강연에 갈 때는 미리 책을 읽습니다. 콘서트에 갈 때 가수가 부를 히트곡의 가사를 미리 외우는 것처럼. 그래야 현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떼창을 할 수 있거든요.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 (박상미 / 북스톤)이라는 책을 읽다 연출가 표재순 선생님의 인터뷰를 접하게 되었어요. 1937년생이시니 저로서는 대선배신데요. 경력이 정말 화려하시네요. 88올림픽 개회식 총연출, 2002 월드컵 전야제 총연출, 경주 엑스포 총감독, MBC 제작국장에 SBS 프로덕션 사장, 초대 세종문화회관 이사장, 대학교수를 거쳐 아직도 연출 현장에서 뛰고 있는 분이랍니다. 이분이 말씀하시는 연출 잘 하는 비결에 귀가 솔깃해요.


“연출을 잘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잘 듣는 겁니다. 저는 회의를 많이 하고, 그 장면을 반드시 촬영하거나 녹음합니다. 한마디도 귀로 듣고 흘려버려선 안 돼요. 좋은 생각들을 잘 듣다 보면 아이디어가 계속 떠오르고 가장 좋은 기획을 할 수 있습니다. 녹음을 하면 말하는 사람 모두가 충분히 생각하고 좋은 생각만 말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주옥같은 아이디어를 수집할 수 있고요.”


(위의 책 114쪽)


워낙 방송계 대선배님이시라 사석에서 뵌 적은 한 번도 없는데요. 책을 통해 선배님의 충고를 들을 수 있어 좋네요. 이 맛에 저는 책을 읽습니다. 저도 잘 듣는 피디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피디란 직업이 낯설고, 드라마 연출도 나이 마흔에 시작했기에 항상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입니다. 연출로 잔뼈가 굵은 대선배님도 그러시는군요. 박상미 저자가 노장 피디에게 물었어요. 인생을 돌아볼 때 가장 소중한 경험이 무엇인지.


“소년 때 장돌뱅이 한 거, 대학 때 명동 한복판에서 자전거 타고 다니며 배달하고, 중앙시장에서 식품점 차려서 새벽부터 밤까지 장사한 경험요. 연극할 때 엑스트라를 하더라도 밤새 전기선 설치하는 것 하나까지 같이했어요. 원작을 꼼꼼히 읽고 번역하고, 대본 쓰는 것도 함께했죠. 그 과정을 통해 많은 걸 배웠어요. 인생 경험은 버릴 게 없이 다 거름이 돼요. 인생을 두 배로 열심히 살긴 했어요. 장사할 때에도 연극을 놓지 않았고, 방송국에서 일할 때도 연극, 오페라, 국제행사 연출을 쉬지 않고 했으니까요. 부지런히 시간을 잘 활용하면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똑같이 주어지지만, 알뜰하게 활용해서 자기계발에 쓰는 사람은 의외로 아주 적어요. 장돌뱅이도 부자를 이길 수 있는 건 시간밖에 없어요. 재벌도 거지에게 시간을 살 수는 없어요. 저는 잠을 4~5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어요. 깨어있는 시간에는 늘 기획을 하고 실행에 옮깁니다.”

재능이 없고, 운도 없다고 좌절하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재능 없는 사람은 없어요. 자신의 재능을 발굴 못할 뿐이지. (중략) 인생도 이벤트예요. 과정 자체가 즐거워야 합니다. 즐겁게 일하다 보면 운도 따르는 것 같습니다.”


(122쪽)


나이 스물에 서울에 처음 올라와 압구정동 오렌지족(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화려한 소비 성향을 가진 부잣집 아이들)을 보고 느낀 건 상대적 빈곤감이었어요. ‘같은 또래인데, 저 아이들과 나는 가진 것에 차이가 너무 크구나.’ 그때 결심했어요. ‘시간의 부자가 되자. 돈 한 푼 안 들이고 즐길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내어 세상을 공짜로 즐겨보자.’ 가난한 이가 부자에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시간의 활용법 밖에 없어요. 시간은 가장 공평한 자원이니까요. 내 인생을 쪼개어 온갖 재미난 일에 도전하며 살고 싶습니다. 북토크의 사회도 즐기는 자세로 가보려고요.


('세바시 북토크- 박상미 저자 '마음아 넌 누구니''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제 책은 아니고요. 저는 이야기 손님으로 가는 행사입니다.)


https://sebasi.co.kr/class/125


박상미 선생님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을 공유합니다. 저는 이 강연을 보면서 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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