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 독서 일기

투고할 때 유의할 점

by 김민식pd 2018. 8. 24.

저는 세상의 모든 것을 책에서 배웁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도서관에 가서 관련 책부터 뒤져봅니다. 내게 꿈이 있다면, 누군가 과거에 비슷한 고민을 하고, 그 결과를 책으로 남겼을 거라고 믿거든요. 드라마 연출을 끝내고, 다음 책을 쓰는 요즘, 제가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어떻게해야 좋은 책을 쓸 수 있을까?'입니다. 그래서 찾아본 책이 있어요. 

<출판사에서 내 책 내는 법> (정상태 / 유유)

'투고의 왕도'라는 부제가 달려있어요. 물론 저는 오래전에 출판사와 3권을 시리즈로 계약했고, (1권이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2권이 <매일 아침 써봤니?> 3권은...???) 출판사를 찾거나 투고할 필요는 없어요.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다보면, 언젠가는 내 책을 내어줄 편집자가 블로그를 통해 찾아올 것이라 믿었거든요. 위즈덤하우스의 박경순 편집장님이 그렇게 찾아오셨지요. 고맙습니다, 편집장님! 덕분에 저는 투고라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었네요.

출판계약은 있지만 여전히 출판에 대해서는 궁금한 게 많고 잘 하고 싶은 욕심도 많아요. '왜 투고하는가? 이대로 투고해도 좋은가? 출판 가능한 원고로 다듬는 법. 한마디로 책을 설명하는 법 등등' 예비 작가를 위한 꿀팁이 가득 담겨 있어요. 140쪽으로 이뤄진 아주 얇은 책자인데요. 마치 '당신의 책을 쓰겠다고, 내 책을 며칠 씩 읽을 필요가 있나요? 속성 코스로 알려드릴테니, 이 책은 금방 읽어치우고 당신의 책을 쓰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군요. ^^


책에 나오는 '투고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을 간단히 공유합니다.


1. 출판사의 이름을 틀리지 말 것

나는 내가 일하는 출판사의 이름이 잘못 적혀 있는 투고 원고는 검토하지 않는다.

2. 여러 개의 수신 메일 주소가 노출되지 않게 할 것

이런 메일을 받으면 성의껏 검토할 의욕이 꺾인다.

3. 베스트셀러가 될 원고라고 장담하지 말 것

판매 희망 부수를 적는 것은, 이력서에 연봉 희망액을 적는 것이다. 이력서에 적는 연봉이 그 회사 CEO 보다 많다면 그 사람을 채용하겠는가?

4. 출간 기한이나 계약 조건을 언급하지 말 것

뛰어난 원고라고 계약금을 더 주거나 인세율을 팍팍 울려줄 출판사는 없다. 계약 단계에서 상의하면 될 일이다.

5. 원고를 디자인하지 말 것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해 거의 완성된 책 형태로 투고하면서 “이대로 출판 가능합니다”라고 쓰는 건 “나는 편집자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그럴 필요를 못 느낀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6. 프로필을 과대 포장하지 말 것

간단한 확인만으로도 들통날 거짓말은 하지 마라.

7. 여러 차례 투고하지 말 것

처음 투고한 뒤, 수정 보완했다며 다시 투고하는 예비 저자들이 있다. 편집자의 시간만 잡아먹는 거다. 투고하기 전에 충분히 원고를 고쳐라.

8. 사전 약속 없이 출판사를 방문해 미팅을 요청하지 말 것

대부분의 출판사가 이메일로 투고 원고를 접수받는다. 출판사의 원칙이 그렇다면 따르는 편이 가장 좋다.

9. 검토 결과를 빨리 알려 달라고 독촉하지 말 것

투고 원고가 접수되면 대부분의 출판사는 접수 완료 및 예상 검토 기간을 알리는 내용의 답장을 보낼 것이다. 출판사가 안내해 준 내용을 믿고 기다리면 된다.

10. 거절의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지 말 것

이건 원칙이라기보다는 예비 저자인 당신이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는 것이다. 진실한 답변은 하나다. “원고가 별로예요.”


모르는 사람이 메일로 드라마 기획안과 대본을 보내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사적인 통로로 오는 대본의 경우, 나중에 저작권 관련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어요. 이런 경우, 8, 9, 10번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갑자기 방송사 로비에서 전화가 와요. 누가 찾아왔다고. 혹은 계속 독촉 메일이 오지요. 방송사에서 편성 검토 중이냐고. 연출할 의사가 없다고 하면 이유를 알려달라고 합니다. 대본 수정 방향을 알려주면 다시 고쳐서 보내겠다고 하지요. 될 때까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분입니다. 

대본과 배우를 고를 때, 저는 공식 통로를 이용합니다. 대본은 회사의 외주기획안 심사나 대본 공모를 통과한 작품을 읽습니다. 저는 저의 안목을 믿지 못하거든요. 다수의 피디들이 좋다고 하는 대본 중에서 저의 취향이 있는지 찾아봅니다. 배우는 반드시 캐스팅 디렉터와 조연출이 추천한 사람만 봅니다. 저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습니다. 그 시간에 주로 책을 읽지요. 배우를 보는 안목은 저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연출이나 캐스팅 전문가들의 의견을 주로 따릅니다. 저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일이 거의 없기에 저는 개인적으로 대본이나 배우를 보지는 않습니다.

새 책을 쓰면서, 출판계나 방송계나, 일하는 방식은 비슷하다는 걸 느낍니다. 제일 중요한 건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싶어요. 타인의 취향, 타인의 시간에 대한 존중. 책 한 권 내기가 쉽지 않다는 걸 느껴요. 제게 기회를 주신 분들과, 그들의 귀한 시간을 생각하면, 더욱 밀도있는 원고를 써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새 책, 더욱 열심히 쓰겠습니다!         

반응형

'짠돌이 독서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님 말고의 정신  (8) 2018.08.28
'경제적 인간'의 종말  (6) 2018.08.27
부자를 이기는 건 시간밖에 없다  (9) 2018.08.23
피라미드를 노예가 만들었다고?  (6) 2018.08.17
꿈이라는 건  (1) 2018.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