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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괴산 여우숲 여행

by 김민식pd 2018. 2. 23.

(작년 가을, 아버지를 모시고 다녀온 괴산 여우숲 여행기입니다.)

독서도 좋아하지만, 강연도 좋아합니다. 책을 읽을 수 없을 때는 팟캐스트로 강연을 즐겨 어요. TED,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벙커원 특강 등등. 자전거를 타고, 산을 탈 때, 저자 강연을 듣다보면, 마치 귀로 독서를 하는 것 같거든요. 그렇게 듣다보면 직접 강연을 하고 싶어지기도 해요. 작년 봄,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보고 '괴산 여우숲'에서 강연 요청이 왔어요. 숲 속에 꾸며진 쉼터인데, 이곳에서 인문학 공동체 강연을 하기도 하고, 숲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하더군요. 마침 토요일 오후 강연이기에,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오겠다고 했지요. 가을 어느날, 아버지를 모시고, 괴산에 내려갔어요.

숲속에서 하룻밤 묵으며 숲 체험을 하고 쉬어 가는 곳인데요. 정기적으로 인문학 강연을 주최합니다. 지역 독자들에게는 저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고요, 저처럼 서울살이에 지친 사람에게는 재충전의 기회가 되지요.

아버지를 모시고 온 이유가 있어요. 작년 여름에 데모하는 아들이 가끔 신문이나 방송에 나오는 걸 보시고 걱정을 많이 하시더군요. 모시고 와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산 속에 위치한 이 멋진 강연장을.


그리고 아들의 강연을 듣기 위해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요. 

"너 그러다 회사 잘리면 어떡하냐."라고 하실 때마다, 책을 쓰든, 강연을 하든,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불러주는 곳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마시라고 말씀드려요. (뭐, 별 마음이 놓이는 눈치는 아니지만, 일단 노력을 해봅니다. ^^_ 

여우숲 가는 길목에 '숲 속 작은 책방'이 있어요. 산 속에 위치한 아담하고 예쁜 책방이네요. 언젠가 퇴직하면, 전국의 작은 서점을 찾아다니며 독자를 만나고,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이렇게 생각하면, 그 퇴직이 빨라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지요. 이런 각오가 있어야, 쫄지 않고 즐겁게 싸울 수 있어요.

서점 구경을 하고 나오는 길에...

문 앞에 붙은 낯익은 문구가...


아!

서점 앞에 피켓을 붙여두신 서점 주인의 마음에 감동합니다. 

싸움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쉬어가려고 찾은 숲 속 책방에서 만나는 감동...

고맙습니다!

여우숲에 가는 길에 보니 길 양옆으로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있어요. 근처에 관광 명소가 있구나! 보니까 산막이 옛길이라고 도보여행 코스가 있네요. 

토요일 오후 강연을 하고, 1박한 후, 일요일 아침에 아버지를 모시고 산막이 옛길로 갑니다.

구름다리도 있고

수상 데크 산책로도 있네요.

아버지와 둘이서 하염없이 걷습니다. 걷기 여행은 아버지가 특히 좋아하세요. 운동도 되고, 구경도 되고, 무엇보다 돈이 안 들거든요. ^^

낮에 오면 사람이 많아 줄을 서서 가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침 일찍 왔는데, 새벽 물안개가 심해 풍경이 잘 안보이네요. 인생이 그렇지요. 무슨 일이든 일장일단이 있지요. 그래서 저는 단점보다 장점에 집중합니다. 

살다보면 안개속을 헤치며 가는 것같은 날도 있어요. 어디로 가야할지 어디로 가는건지 알 수 없는 날들. 그럴 때는 발 앞의 길만 집중하면서 한걸음한걸음 갑니다. 길은 어디로든 통하니까요. 

아쉬우면 또 오면 되거든요. 다음에는 맑은 날 와서 물 건너 경치까지 보고 싶네요. 한번에 모든 것을 다 보려고 하지 않아요. 한번에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그날 내게 주어진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려고요.


괴산 여우숲, 언젠가 다시 가고 싶은 곳입니다. 그땐 아이들과 가보려고요. 같은 여행지도 동행이 달라지면 느낌이 또 다르거든요. 어서 날이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이제 멀리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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