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으로 살다, 가게를 차린 친구가 있어요. 직장인과 자영업자의 가장 큰 차이가 뭐냐고 물어보니, '회사 다닐 때는 월급날이 그렇게 안 오더니, 가게를 차리고 나니 직원 월급날이 너무 빨리 오더라.'는 거죠. 메르스가 터져 사람들이 외식을 다니지 않던 시절에는 무척 힘들어했어요. 회사 다닐 땐, 실적이 좋지 않으면 상사 구박만 견디며 버티면 되는데, 자영업자가 되니 매달 임대료랑 직원들 임금이랑 고정비용이 나가는 입장에서는 버틸 수가 없다는 겁니다. 작은 가게를 하는 사람도 이렇게 걱정이 많은데, 대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은 오죽하겠어요?
츠타야 서점을 만든 일본 CCC 그룹의 회장 마스다 씨는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해요. 프랜차이즈를 시작했을 때, 수억 엔이나 들여 컴퓨터를 자고 임대료 내느라 자금에 쪼들리고, 수익성이 좋지 않은 곳에 건물을 지었대요. 그랬더니 주위에서 걱정이 많았답니다. 그는 현재 상태가 바닥일수록 앞으로는 더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으로 버텼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손님이 더 올까?' '이렇게 하면 가맹점이 더 좋아할까?' 매일 궁리를 하고, 성과가 조금씩 조금씩 눈에 보일 때마다 즐거워하면서 그 낙으로 버텼대요.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도 바닥에서 출발하니, 나날이 조회수가 올라가는 게 그렇게 신기하고 좋았어요. 마스다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루하루 좋아지기 때문에 즐거웠다.
즉
미래를 개척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그곳에 계획과 스토리가 생겨나
세상이 바뀌고
고객이 기뻐해주고
거래처가 팬이 되어주는 등
매일매일
긍적적인 요소가 축적되어
비관적이 될 이유가 눈에 띄지 않는다.
반대로 안이하게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으면
일어나는 현상에 휘둘려
자신은 운이 없다느니,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이렇게 되면 어떡하지 하고 망연자실한다.
확실히
비관은 기분에 속하고
낙관은 의지다.
인생을 낙관적으로 살 것인가, 비관적으로 살 것인가.
그것은 자신의 의지에 달렸으며,
그런 삶의 방식을 가져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마스다 무네아키/ 장은주/ 위즈덤하우스) 410쪽)
어린 시절, 저는 늘 우울하고 비관적이었어요. '이번 생은 망했어...ㅠㅠ' 힘든 일이 있을 때, 그 상태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우울해 지더군요. 이제는 안 될때, '저걸 되게 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것만 생각합니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예요. '나는 영어를 못한다. 영어를 전공한 적이 없어서. 조기 유학을 가지 못해서.' 이런 생각만 계속하면 점점 우울해지고 심지어 환경이 원망스러워져요. 고민은 상황을 바꾸는 데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걸 그냥 합니다.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글을 쓰고, 매일 바쁘게 사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힘들 땐, 저는 몸을 굴립니다. 가만히 앉아 왜 힘든가 고민을 하면 점점 비관적으로 바뀌거든요.
마스다의 말처럼, 비관은 그냥 기분이에요. 절대적인 상태가 아니에요. 실패도 계속 가는 상태가 아니고요.
안토니오 그람시의 말처럼,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
내일 나는 오늘보다 더 행복할 것이다. 이걸 믿고 갑니다. 그걸 위해 작은 무엇이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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