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서머소닉 1일차 여행기


2017년 8월 17일 저녁, 인사위 결과가 나왔어요. 출근 정지 20일. 회사 나오지 말라는 얘기네요. 바로 비행기를 타고 떠났습니다. '너 일하지 마!' 하면, '네, 잘 놀다 올게요~' 합니다. 


2017년 8월 19일, 동경 서머소닉 축제가 열리는 날입니다. 일본으로 날아갔어요. (표를 구하게 된 사연은 어제 글에서~) 


2017/12/18 - [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것이 여행의 시작



아침에 일어나 동경역으로 갑니다. 서머소닉이 열리는 지바 마린스타디움까지 가려면 JR 동경역에서 전철을 타야합니다. 오후에 공연 시작이니, 오전에는 잠시 산책을 즐겨도 좋겠네요. 마침 제가 좋아하는 동경 산책코스 중 하나가 동경역 근처에 있는 황궁의 히가시교엔이거든요. 




오랜만에 왔네요, 동경역. 



황궁의 히가시교엔. 무료입장인지라, 제가 즐겨 찾는 곳입니다. ^^


황궁 안 휴게실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데, 앞에 있는 소지품 분실 주의 문구가 눈에 띕니다.


 


일본어로는 '잃어버린 물건에 주의해주세요.' 즉, '분실물 주의'입니다. 그런데 이걸 구글 번역기로 돌렸나봐요. 잃어버린 물건, 조심하세요... Please be careful something forgetten. 누가 뭘 잃어버렸는데, 폭발물인지 모르니 조심하라는 건가?

 

Take care of your belongings. 나 Take care of your stuff. 가 더 자연스러울 텐데 말이지요. 단어를 떠올려 문법에 따라 조립하면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영어 문장을 통으로 외워야 자연스러운 회화가 가능해요.



신년 결심으로 영어 공부를 생각중이시라면,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검색해보세요~^^


일본어 기초 회화 책 한 권을 외웠더니, 혼자 자유여행을 해도 불편함이 없어요.


회화 암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아기자기한 풍광을 지닌 일본식 정원을 거니는 건 언제나 즐거워요. 




황궁의 주위를 둘러싼 해자와 웅장한 석벽입니다. 말타고 활쏘며 싸우던 시절의 유산이지요. 말이 뛰어넘지 못하게 깊은 웅덩이를 파고 물을 채웁니다. 화살이 뚫지 못하게 석벽을 높이 올리고요. 하지만 전투기와 폭격기의 시대에 이런 성은 의미가 없어요.


동경 여행을 오기 전, 영화 '덩케르크'를 보았어요. 2차 대전 초반에 프랑스가 독일군에게 맥없이 밀린 이유가 있어요. 1차 대전 이후, 독일의 진격을 막기 위해 마지노선을 축조합니다. 탱크 방어선을 열심히 쌓느라 공군 전력을 보강하는데 실패하지요. 공중을 장악하지 못한 탓에 고전을 합니다. 




승승장구하던 독일이 2차 대전에서 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탓에 명분을 잃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명분을 잃은 순간, 전쟁의 기세를 빼앗깁니다. 독일 군대가 민간인 학살범이 되는 순간, 독일을 무찌르는 것은 정의를 위한 싸움이 되거든요. 상대편의 기세를 올려주는 일이지요.


최근 완간된 <춘추전국 이야기> 시리즈를 재미나게 읽고 있어요, 1권의 주인공 춘추의 설계자 관중은 제환공이 전쟁에 나설 때마다 말고삐를 붙잡고 물어봅니다. 


"왕이시여. 지금 이 싸움에 명분이 있나요?"


명분이 없는 싸움이라면, 이겨도 지는 싸움이라고요. 괜히 백성들의 피를 흘리고 약소국을 괴롭힌 포악한 군주라는 오명을 얻을 뿐이라고요. 상대방 군대의 기세만 올려줄 뿐이지요. 

 

싸움에 나서기 전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지금 이 싸움, 나에게 명분이 있는가?'


황궁의 높은 성벽을 보니, 이전 정권의 방송 장악이 떠오릅니다. 공중파만 장악하면 권력에 대한 견제나 감시는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요. 세상은 이미 매스미디어가 아니라 소셜미디어의 시대로 변해가는 데 말이지요. 소셜미디어를 가지고 매스미디어와 싸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계속 고민합니다.


황궁을 거닐면서도 머릿속에는 싸움 생각이 떠나지 않네요. 이제 다시 즐거운 에너지를 충전하러 축제의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본격적인 서머소닉 관람후기는 다음에 이어 올릴게요~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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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리아리 2017.12.19 08: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출근정지후 바로 동경행!
    김pd님의 무한 긍정 멘탈 존경합니다.
    명분 있는 싸움의 승리!
    '명분' 있는 날마다를 만들려고 애쓰렵니다.

  2. 섭섭이 2017.12.19 08: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인사위 얘기를 들으니 페북 라이브 중계하시며 얘기하시던 모습이 다시 떠오르네요. 그일이 벌써 4개월이나 지나다니 시간 정말 빠르네요. 서머소닉 사진만 봐도 그때 그 열기가 느껴지네요. 본편 기대할께요..


  3. 정지영 2017.12.19 08: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기가 시작되는가 싶은데, 자연스레
    영어 얘기로 넘어가서 일본 건축 + 세계 전쟁사 까지 버무리고 미디어 얘기로 마무리.
    어쩜 이리 눈녹듯 물흐르듯 자연스러울까요?
    그냥 술술 읽어집니다. 내일 얘기 기대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