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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다르에스살람의 어시장

by 김민식pd 2017. 4. 24.

탄자니아 20일차 여행기

 

어느덧 탄자니아를 떠나는 마지막 날입니다. 여행을 마무리하는 날에는 무엇을 볼까 궁리하다 새벽에 열리는 다르에스살람의 수산물시장에 갔습니다.

 

 

잔지바르 가는 페리 항구에서 바닷가를 따라 걷다보면 수산물 시장이 나옵니다. 낮에는 한산하고요. 아침에 분주한 곳입니다. 구글 지도를 보면 길찾기는 어렵지 않아요.

 

 

어선들이 줄을 지어 서 있고요.

 

 

배에서 뭍으로 분주하게 생선을 나릅니다.

 

 

 

생선을 다듬는 바쁜 손길, 물건을 흥정하는 상인들. 현지인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보면서, 저도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이제는 나도 돌아가야 할 때구나. 그동안 여행 다니며 잘 쉬었어니, 돌아가서 다시 열심히 일해야지...

 

 

오후에는 다르에스살람 공항으로 가서 인천행 비행기를 기다립니다. 옆에 앉아 노트북으로 작업하던 백인 남자가 전화를 받더니 갑자기 유창한 중국어 통화를 합니다. 비즈니스 이야기를 유창한 북경어로 잘 구사하네요. 신기합니다. 중국어 잘 하는 서양인이 아프리카에는 무슨 일이지? 외국어를 잘 하는 사람을 보면 항상 물어봅니다. 비결이 뭐냐고.

 

캐나다 출신인 그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할 일이 없어, 문득 20살이던 15년 전 중국으로 갔답니다. 고교 졸업장으로 대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아, 서양인이 잘 가지 않는 중국 본토 내륙 시골 마을로 가서 학원 영어 강사를 했대요. 워낙 시골이라 영어를 하는 사람이 없어, 본인이 중국어를 배워야 했다고 하네요.

 

예전에 베트남 여행하다 아시아에서 일하는 미국인 영어교사들을 만난 적이 있어요. 그 친구들은 환율의 격차를 이용해 삽니다. 일본이나 한국에서 6개월 학원 강사로 돈을 벌고,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6개월 동안 놀고. 그들 중 누구도 현지어를 배울 생각은 안하더군요. 그냥 영어로도 먹고 사니까요.

 

그는 중국 여자랑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천진에서 살았는데요, 황사가 너무 심해 아이를 키우며 걱정이 되더랍니다. 공기 맑은 곳을 찾다가 탄자니아 아루샤까지 오게 되었다고. 킬리만자로 아래 있는 아루샤는 고지대라 일년 내내 기후가 서늘하고 쾌적하거든요. 사파리 여행의 출발지라 유럽에서 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사업도 할 수 있고요.

 

명함을 보니, 프랑스 이름이에요. 고향이 퀘벡이랍니다. 고향 친구들은 다 프랑스어만 하는데요, 본인은 영어를 배우면, 세계 어디서든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어려서부터 영어를 열심히 공부했답니다. 스무살 넘어 처음 간 중국에서도 다시 중국어를 배웁니다. 언어 공부는 한번만 제대로 하면, 다음엔 어떤 언어든지 배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거든요. 
 

아루샤에서는 사파리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아프리카에 투자하는 중국 기업의 현지 사무소 역할 대행도 한다네요. 지금은 싱가폴로 출장 가는 길이랍니다. 싱가폴 투자청이랑 회의하려고요. 프랑스어를 하며 자란 캐나다인이 중국에서 영어 교사로 살다 아프리카에 왔어요. 15년 전, 자신은 중국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 스무살에 중국으로 혼자 떠났는데요, 미래에 기회는 아프리카에 있을 것 같다고 하네요. 그의 어린 아들에게는 스와힐리어를 가르치 중이랍니다. 이 친구, 정말 큰 그림을 그리며 사네요.

 

 

앞으로 100세 시대, 퇴직 후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저는 한국보다 물가가 싼 나라에 가서 장기 여행을 하며 살고 싶어요. 한 곳에서 3개월씩 길게 사는 거지요.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5개 국어를 공부해서, 가는 곳 어디서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것... 그게 제가 꿈꾸는 노후입니다.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 덕에 외국어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를 얻습니다. 이래서 여행은 남는 장사예요.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혀주거든요.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고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확 늘어납니다. 수십억 단위로요. ^^

 

그러니, 영어 암송 공부, 힘들어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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