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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것이 여행의 시작

by 김민식pd 2017. 12. 18.

지난 여름, 인사위에 불려다니며 징계를 앞둔 어느날의 일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회사 선배님과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오셔서는 약속을 미루자고 하시더군요. 

"그래요, 선배님. 무슨 일 있으세요?"

"그날 내가 어디 가기로 했던 걸 까먹고 약속을 잡았어."

"어디 가시는데요?"
"일본 동경에서 서머소닉이라는 뮤직 페스티벌이 있는데 거기 가기로 했거든."

이럴 때 저의 눈은 완전 똥그래집니다. 탄성이 절로 터져나와요.

"우와앙! 좋겠다! 그런 일이라면 당연히 약속은 미뤄야지요. 와, 진짜 부럽습니다. 동경 서머소닉이라니!"

"서머소닉 알아?"

"아, 옛날부터 듣기만 했었죠. 꼭 한번 가고 싶은 곳이거든요."

"그럼 자기도 갈래?"

"네?"

"응, 마침 표가 한 장 남거든. 같이 가자."


그길로 집에 달려와 아내에게 물어봤어요.  

"이게 말이야, 진짜 죽이는 기회거든. 표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당장 다음주 주말이야, 갔다 와도 돼?"

아내의 표정이 미지근합니다. 이럴 때, 필살기 들어갑니다. 동정표 작전!

"나 엊그제 인사위 갔다가 본부장들한테 조리돌림 당하고 지금 완전 멘탈 바닥인데, 여기 가서 노래 듣고 춤도 좀 추고 오고 싶다. 그럼 갔다 와서 완전 충성할 것 같은데. 당신 혹시 면세점에서 뭐 필요한 거 없어?' 

마님, 그제야 피식 웃습니다. 

"알았어. 갔다 와."


앗싸!

바로 항공권을 사고 숙박을 예매한 후, 예전에 외운 일본어 기초 회화책을 꺼냅니다. 동일본 지진 이후 진짜 오랜만의 일본 여행이네요.


저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부러워합니다. 아내는 미국 유학하던 시절, 방학을 맞아 남미 파타고니아로 여행을 갔어요. 아내가 찍어온 사진들이 다 죽이더라고요. '우와아앙! 부럽다.' 제가 하도 부러워하니까 아내가 그러더군요. '여기 진짜 좋아. 당신도 나중에 꼭 가봐.'

2015년 회사에서 난데없이 발령이 났어요. 2012년 파업에 대한 인사 보복을 2015년에도 하더군요. 주조정실 송출 근무를 하라기에 '에이, 진짜, 이 참에 확 때려치워?'했어요. 득달같이 달려가 사직서를 던지고 싶었지만..... 소심한 저는 일단 1달 휴가를 냈습니다. 어차피 그만 둘 거라면 실컷 놀아나보고 그만 두지 뭐. 사표 쓸 생각도 했는데, 굳이 부장 눈치 볼 필요도 없잖아요? 장기 휴가를 내고 퇴직 후 삶을 예행연습 해봅니다. 아내에게는 이렇게 구슬렀죠. 

"당신이 옛날에 나보고 파타고니아 꼭 가보라고 했던 거 기억 나? 나 이번에 거기 가고 싶은데..."




(그 파타고니아 여행을 하며, 영어 공부 방법에 대해 블로그에 글을 올렸고, 그 글이 반응이 좋아 책으로도 나왔어요. '음... 드라마 연출을 못해도 블로그 하는 재미로 살아도 괜찮겠는 걸? 그럼 회사에서 좀더 버텨보지 뭐...'했지요.)



저는 타인의 행복을 진심으로 부러워합니다. 대학 다닐 때, 누군가 영어를 잘 하면, 그게 그렇게 부러웠어요. '아, 저 사람은 유학 다녀와서 영어를 잘 하는 구나. 그럼 나는 한국에서 혼자 유학 온 것처럼 살아볼까?' 남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도 할 수 있다고 믿어요. 될 때까지 하면 되니까요. 살아있는 한, 포기하지 않는 한, 반드시 기회는 온다고 믿습니다.


여행의 시작은 진심으로 부러워하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사람은 방법을 찾아내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사람은 구실을 찾아낸다.'

- 아랍 속담.


진심으로 부러워서 떠난 여행, 도쿄 서머소닉 관람기, 내일부터 연재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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