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세종도서관 매거진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오늘은 그 기사를 공유합니다. 블로그 게재를 허락해주신 김현지 김종현 두 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괴짜 PD 도서관을 사유하다
“도서관을 워낙 좋아해요. 그동안 진행한 인터뷰가 많아 자제했는데, 도서관 인터뷰란 말에 대번 승낙했습니다(웃음).” 김민식 PD는 유쾌하게 운을 뗀다. 인터뷰 내내, 도서관 맞춤 명사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도서관을 예찬한다.
김민식 PD는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MBC 공채로 입사, ‘뉴논스톱’, ‘내조의 여왕’ 등 MBC 간판급 예능‧드라마를 다수 연출했다. 최근엔 본인의 영어 학습 체험기를 다룬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저술,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인기작가로도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이렇듯, 김민식 PD는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여럿 가지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실패로 점철된 인생이라 말한다. 그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해왔던 것뿐이라며, 아직도 도전하고픈 일이 너무도 많단다. 새로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뒷배는 ‘도서관’이라 말하는 김민식 PD를 만났다.
글. 김현지 사진. 김종현
김민식 PD의 독서법
김민식 PD는 활자 중독이다. 어려서부터 많은 책을 읽다 보니, 습관 돼 이제는 눈앞에 보이는 글자를 읽지 않고는 못 배긴다. 이를테면 회사 사무실, 거실, 서재 등 발 닿는 곳 어디든 책이 있고, 평소에는 전자책 리더기 크레마를 가지고 다니며 책을 읽는다. 일부러 책을 읽기 위해 출퇴근 시간이 조금 더 긴 지하철을 이용하며, 화장실에선 비데 사용법까지 읽어볼 정도다. 김민식 PD는 보이는 글자를 읽고, 머릿속으로 편집한 후 다시 한 번 그 글을 곱씹어 온전히 이해한다. 그렇기에 작은 안내문이라도 비문이 있거나 단어순서가 바뀌어 있으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어렸을 때부터 도서관에 가면 책등을 손으로 훑으며 지나가곤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장르를 가리지 않기에 혹시라도 읽지 않은 책은 없는지 살펴보고, 흥미로운 책 제목이나 시선이 가는 표지 디자인을 우선으로 고릅니다. 편집자의 책에 대한 애정을 디자인에서 읽을 때가 많기 때문이죠. 수많은 책을 접하며 자연스레 책 읽는 속도가 빨라졌어요. 한 글자 한 글자 단어를 읽는 게 아닌, 단락별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죠.”
작년 한 해만 해도 250여 권의 책을 읽었다는 김민식 PD. 지금 당장, 손에 책이 없대도 걱정 없다. 눈이 아파 적극 활용하진 않지만, 스마트폰 앱 ‘예스24, 교보, 리디북스, 알라딘, 영어오디어북, 밀리의 서재’ 등을 이용해 책 읽기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독한 활자 중독이다.
김민식 PD에게 급속도로 변해가는 세상 속 필요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독서’다. 김민식 PD가 생각하는 좋은 책이란 저자의 수십 년 삶의 노하우가 녹아든 책이다. 직접 경험은 한계가 있지만, ‘모비딕’을 읽으며 그 당시 고래 포경선 선원들의 삶이 어땠는지 간접 경험할 수 있듯이, 단기간 삶의 지혜를 얻는 방법으로 독서만한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책 한 권 읽지 않고도 잘 살 수 있겠지만 책 읽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조금 더 많은 고민을 하며, 조금 더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단다. 그렇기에 아직도 책에 갈증을 느끼는 김민식 PD에게 도서관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다.
“저는 <시간여행자의 아내> 책 첫 문장 ‘나는 도서관에 들어설 때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아이마냥 설렌다’란 문장을 정말 좋아합니다. 저 역시 도서관에 가면 오늘은 과연 어떤 책을 만날까 굉장히 설레기 때문이죠. 어쩌면 저는 반사회적 인물일지도 모르겠어요(웃음).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도서관에서 책 읽고, 글 쓰는 게 더 편하거든요. 또, 도서관 강연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일반 직장에서 혹은 주위에서 보면 저는 약간 별종 같은데, 도서관에서 책 읽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 저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제 얘기에 공감해주면 너무 반갑고, 행복감을 느낍니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영어 팁
김민식 PD의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는 벌써 41쇄를 찍었다. 유명 영어 강사도 아닌, 드라마 PD가 어떤 계기로 영어책 베스트셀러 저자가 된 걸까.
“5년 전 <공짜로 즐기는 세상>이란 책을 냈어요. 그런데 출판사가 망하면서, 제 책은 절판이 된 거죠. 마침, 그때 책을 같이 작업했던 에이전트로부터 “피디님, 새로운 출판사를 만나서 조금 더 잘해보면 더 잘 팔릴 수 있으니깐 다시 해봤으면 좋겠어요.”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당시, 제가 블로그에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을 쓰고 있었기에, ‘김민식 PD의 독서일기’ 같은 콘셉트를 추천 드렸더니 피디님은 피디님만이 쓸 수 있는 책을 써야 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렇게 첫 책의 한 챕터였던 ‘공짜영어스쿨’을 더 깊이 있게 쓴 책이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입니다.”
의외지만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는 영어 학습서가 아닌 자기계발서다. 김민식 PD는 우스갯소리로 책이 출간되고서, 서점 영어 학습 코너에 가봤더니 책이 없었고, 자기계발서 코너에서 비로소 자신의 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영어책 한 권 외우기만 하면 누구나 영어를 잘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주제다. 김민식 PD는 외국 유학 한번 없이 독학으로 영어를 공부했기에 출판사 제의를 받고, 10년 세월 영어 공부했던 방법 중 가장 효과가 좋았던 노하우만을 책에 담았다. 김민식 PD에게 영어는 인생의 또 다른 터닝 포인트이기도 하다. 영어를 통해 자신감을 얻어 20대 후반 첫 연애를 할 수 있었고, 통역사 꿈도 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많은 삶의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매년 해외여행을 다닌다는 김민식 PD에게 영어는 인생을 즐겁게 사는 가장 큰 비결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이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해요. 다들 영어를 수능, 취업 등 수동적 이해영역의 시험으로만 생각하고 있죠. 우리는 늘 단어를 읽고, 해석하고, 청취하며 10년을 공부했는데도 실제 회화가 안 되면 좌절합니다. 영어를 잘하려면 그냥 문장을 외우면 돼요. 외운 문장을 말하면 되니까. 대신, 미드로 회화 공부하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또, 많은 사람들이 CNN, 타임지로 공부하는데, 외국인이 한국 와서 뉴스 보고, 신문 사설 읽으며 공부하면 그 사람과 편하게 수다 떨 수 있겠어요? 어려운 문장 외울 생각 말고, 아주 쉬운 기초 회화부터 암기하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
1996년 MBC 공채 PD가 되어 ‘뉴논스톱’, ‘내조의 여왕’ 등으로 승승장구하던 김민식 PD. ‘MBC 사태’로 비제작부서 발령났다. 그러나 김민식 PD는 아이러니하게도 전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책 쓰고, 강연하고, 매체 인터뷰, 도서관에서 하는 개인 작업 등.
특히 올해 초 세상을 바꾸는 시간(이하 세바시)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강연은 페이스북에서 3주 만에 100만뷰를 달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예능 PD로 다양함을 추구했던 김민식 PD는 자신이 원했던 새로운 강연을 해보고 싶었다는 바람을 들려준다.
“무조건 웃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세바시는 6년 넘은 매체고, 몇 백 명의 게스트가 출연했는데, 강연하며 춤춘 강연자가 없더라고요(웃음). 사람들은 물어봐요. 어떻게 그렇게 슬픈 이야기를 웃기게 하느냐고. 그럼 제가 답하죠. 많은 책 속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내 이야기를 어떻게 전할까 노하우가 생긴다고. 당시,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란 강연을 했는데, 우리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행복하기 위해 무언가에 의존하는 게 아닌, 매 순간순간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행복에 대한 감사가 행복의 빈도입니다. 큰 행복만을 기다린다면 우리 일상에 숨은 소소한 행복들을 전혀 느끼지 못할 테니까요.”
김민식 PD는 매년 한 권씩 책을 출간하는 전업 작가를 꿈꾼다. 현재는 내년 1월에 나올 책 원고 마무리 작업 중이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에 이은 시리즈물로, 두 번째 책은 ‘소셜 미디어’에 관한 책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직접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면서 미디어를 훨씬 재밌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예정이다. 세 번째 책은 여행을 온전히 즐기는 방법에 대해 출간한다고 귀띔해준다. 이 모든 건 김민식 PD의 직접 경험에서 우러나온 삶을 즐기며 사유하는 방법이 담긴 노하우들이다.
김민식 PD는 여전히 내일 아침 8시 50분에는 도서관 문이 열리기 기다릴 것이고, 개관 후 1층 멀티미디어실에서 3시간 책을 쓸 것이고, 때론 강연도 하고, 인터뷰도 하며 일상 속에 숨겨진 행복을 발견하며 지낼 것이라 말한다. 이렇듯, 김민식 PD의 행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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