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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

시트콤 스튜디오 녹화, 어떻게 할까?

by 김민식pd 2011. 9. 28.


이 글은 예전에 다음 카페에
뉴논스톱 연출일기란 제목으로 연재했던 시리즈 중 하나다. 시트콤 연출에 대해 궁금한 분들을 위해 다시 옮긴다. 재작년에 입사한 MBC 드라마국 임찬 PD의 경우, 내가 쓴 연출일기를 읽으며 방송국 내부 사정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러분께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뉴논스톱은 나의 연출 데뷔작이다. 당시 나는 몇가지 원칙을 갖고 세트 녹화를 했다.

 

1. 카메라 리허설이 없다.

 

아마 드라마나 영화하는 사람은 대경실색할 노릇일 게다. 하지만, 하루 80개에서 90개 씬을 소화해야 하는 일일 시트콤 녹화의 경우, 일일이 리허설을 하다보면 스탭과 연기자 모두 지친다. 오전에 몰아서 리허설 해 둔 것도 오후가 되면 가물가물 해지고. 필요한 연기 주문과 애드립 설정, 동선 지도는 오전에 대본 리딩하면서 함께 해 두고 일단 녹화가 시작하면 연기자들의 역량, 카메라 스탭의 노련함을 믿고 그냥 간다. 비정통적인 방법이지만 열악한 세트 일정을 고려한 차선이었다.

 

2. NG에 관대하다.

 

코미디는 첫 번째 컷이 오케이 컷이라는 말이 있다. 몸을 던져 망가지는 연기를 했는데, 연기 외적인 요인으로 NG가 나면 연기자의 의욕이 꺾인다. NG는 아주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자제하고 연기자를 믿었다. 기껏 애드 립을 했는데, '엔지! 그냥 대본대로 가!' 이러면... 다음에는 아무도 애드 립을 준비하지 않는다. 시트콤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녹화해야 재미가 산다.

 

3. 스탭을 믿는다.

 

피디는 절대 혼자 잘난 사람일 필요가 없다. 주위에 잘난 사람들을 모으고 그들의 얘기를 귀담아 듣고 소화할 수만 있으면 된다. 난 내가 짠 콘티도 현장에서 카메라 선배가 충고를 해주면 바로 바꾼다. 십중팔구, 내가 짠 원안보다 경험 많은 선배가 일러준 그림이 더 낫다. 스탭들의 의견에 귀를 열고, 피디의 고집을 부리기 보다는 유연하게 소화할 줄 알아야 녹화장 분위기도 좋고 최종 결과도 만족스럽게 나온다.

 

지미 카터 VS. 로널드 레이건의 비교.

 

미국 대통령 연구가들이 주로 하는 비교다. 사실 아는 거 많고 똑똑하기로는 지미 카터가 레이건보다 몇 수 위다... 레이건은 배우 출신이라 이미지 정치인이지, 철학을 가진 정치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카터는 워낙 본인이 똑똑하다보니 주위 참모들을 중용하는데 소홀했고, 레이건은 자신이 정치 초심자임을 잘 알기에, 주위에 똑똑한 참모를 배치하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는데 주력했다. 결과는? 카터가 천재형 정치가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한 나라를 이끄는, 정말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는 오히려 레이건만 못했다는 게 지금의 평이다. 피디 역시, 카메라, 영상, 음향, 연기, 대본... 모든 것을 알 수 없기에, 뛰어난 스탭, 작가, 연기자를 찾는 안목을 기르고, 그들이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절대 혼자 다 하려고 하지말라.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라. 어떤 전문가를 기용하고, 전문가들의 협업을 어떻게 꾸리느냐가 PD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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