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올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입니다. 책을 읽는데는 하루지만, 리뷰를 쓰는데 한 달이 걸리기도 한다고 했더니, 어떤 기자분이 깜짝 놀라시더군요.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글을 다듬느냐고. 나는 글을 쓰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요?
첫째, 이게 직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자나 전업 작가로서 매일 정해진 마감이 있다면, 이렇게 오래 글을 다듬을 수 없겠지요. 취미삼아 블로그에 쓰는 글이니 급하지 않습니다. 제가 쓰는 글은, 오로지 쓰고 싶어서 쓰는 글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즐기는 마음으로 씁니다.
둘째, 잘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영어도 그렇고, 글쓰기도 그렇고, 어떤 일이든 잘 하는 방법은 시간을 더 투입하는 것입니다.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잘 쓰지 못할 때, 방법은 글에 오랜 시간을 들이는 것이지요. 블로그에 비공개로 써놓고, 틈날 때마다 글을 다듬습니다. 마음에 들 때까지 두고두고 고치는데 그 시간이 한 달씩 걸리기도 합니다.
셋째, 의도치 않은 상처를 주기 싫어서입니다.
때로 저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에도 글을 씁니다. 다만 그 글을 공개하는 건, 화가 가라앉은 한참 후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냉정을 되찾고 보면 민망해서 도저히 올릴 수 없는 글도 있어요. 공적인 공간에서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조심해야 합니다. 적들에게 빌미를 줄 수도 있거든요.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을 찾는데 저는 한 달이 걸립니다.
넷째, 더 좋은 글을 고르고 싶어서입니다.
어떤 날은 하루에도 몇 개 씩 글감이 떠오릅니다. 그때마다 모두 메모합니다. 그런 다음 여유가 있을 때 글을 다듬어봅니다. 처음엔 재미있을 것 같은 글감도 나중에 보면 소재만 있고 이야기가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글을 다듬는 과정에서 계속 걸러냅니다. 여러 편의 비공개 메모 중, 가장 좋은 글로 고르기 위해 시간을 두고 거릅니다.
다섯째, 시간에 쫓기기 싫어서입니다.
메모장에는 수십 개의 아이디어가, 블로그 비공개 목록에는 여러 편의 글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글을 골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퇴고하고 공개로 돌립니다.비공개 상태로만 수정을 하면 글에 긴장이 없어요. 때론 발행을 눌러야 수정에 긴장이 더해집니다. 여러 편의 예비용 글이 있어야 매일 아침 마감이 괴롭지 않습니다. 여유가 있어야 즐길 수 있고, 즐거워야 오래 가거든요.
퇴직 후 전업 작가를 꿈꾸며 삽니다. 글을 잘 못 쓰는 사람이 작가를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글쓰기를 즐겁게, 꾸준히, 하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글 한 편 쓰는데 한 달씩 걸리는 건 어쩌면 그 고민의 결과일지 모르겠네요.
영어 공부도 그렇고, 글쓰기도 그렇고, 시간을 들이지 않고 잘 할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더 잘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우선이고요. 다음은 매일 매일의 꾸준한 실천입니다. 오늘도 저는 한 달 후에 공개할 글을 씁니다. 제가 쓰는 많은 글 중 대부분이 사라지고 말지라도, 일단 씁니다. 글을 못 쓰는 사람이 매일 글을 올리는 방법은 일단 최선을 다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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