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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제주도엔 3가지가 다 있다

by 김민식pd 2017. 6. 22.

2017 봄 제주 여행 1일차

 

아내와 둘이서 제주도 여행을 떠나려고 집을 나서는데, 열살 난 둘째 민서가 묻습니다.

"또 엄마 아빠 둘이서 놀러 가는 거야? 결혼기념일은 이미 지났잖아?"

ㅋㅋㅋ

우리 부부의 루틴을 파악했군요. 매년 봄 결혼기념일이 되면 아이들은 두고 둘만의 여행을 다닙니다. 부부에겐 이런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올해엔 6월 초로 일정을 잡았는데요, 그 사연은 2일차에 소개할게요.

첫날 저 혼자 비행기를 탑니다.

 

제주한라대에서 강연 요청이 왔기에 날짜를 맞췄어요. 하루 전에 와서 일을 하고 다음날 아내와 합류하기로. 제주도에 올 때는 항상 들뜹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해안가 마을 풍경에 벌써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제주한라대 캠퍼스. 학교 기숙사 앞에 야자수가 심어진 풍경이 이국적이네요. 제주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 마치 사시사철 여행 온 기분이 날 것 같아요.

점심은 제주한라대 학생식당에서 마요덮밥을 먹었습니다. 3500원에 이렇게 맛난 식사! 

유럽 배낭여행 할 때 기분이 나요. 당시엔 적은 돈으로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현지 대학 학생 식당을 애용했거든요. 하이델베르크 대학과 베를린 대학의 학생 식당이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배낭여행 가이드북에는 대학교 교내 식당이 맛집 리스트로 소개되곤 했어요.

3500원짜리 마요덮밥! 정말 맛있네요. 다시 옛날로 돌아가 배낭여행하는 기분~^^

강의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학교 앞 카페로 향했습니다. 아이스카페라떼 한 잔이 2500원! 지방이라 그런가, 대학가라 그런가, 물가가 싸네요. 이곳에서 강의 준비도 하고 원고 작업도 합니다.

뒤에서 아주머니 두 분이 수다를 떠는데요, 별 방해가 되지 않아요. 제주도 사투리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은 마치 파도소리나 바람에 스치는 갈대 소리 같은 거죠. ^^  

오늘 강연의 주제는 '100세 인생, 제2의 청춘을 즐기는 법'입니다.

청춘을 즐기려면, 나이가 몇이든, 20대 시절에 즐기던 것을 그대로 즐기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저의 경우, 그게 독서와 여행인데요. 책 읽는 습관 덕에 중년의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20대에 익힌 배낭여행의 기술은 나이 50에도 유용하게 써먹고요.

4,50대는 노후를 준비하는 시간인데요. 최고의 노후 준비는 현재를 즐기는 것입니다. 나이 70에 새로운 것을 배우기는 쉽지 않아요. 퇴직 후 여행을 즐기려면 지금 짬짬이 영어 공부를 해야 하고요.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려면 지금부터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강의가 끝나고 오늘의 숙소로 이동합니다. '브런치 안 힐링 하우스' 제주공항과 가까운 곳이라 골랐어요.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마음에 듭니다.

도미토리 4인실의 침대 하나를 2만원에 예약했는데요, 창밖으로 바다도 보이고, 방도 깨끗하고 좋네요. 부킹닷컴에서 리뷰와 점수를 보고 예약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어요. 마님과 함께 묵는 숙소는 고급 호텔을 잡고요, 혼자 다닐 땐 무조건 2만원대 도미토리입니다.

방에 짐을 두고 나와 근처 올레길을 걷습니다. 걷기만큼 좋은 운동도 없어요. 숙소를 잡을 때 미리 지도에서 확인해둔 길이 있어요.

숙소 바로 앞에 올레 17코스가 있네요. 길을 따라 도두봉 공원을 오릅니다. 지도에서 보듯 '섬머리'처럼 튀어나온 지형이라 3면의 바다를 다 볼 수 있어요.

바닷가 산책은 언제라도 즐겁습니다.

산책 후에는 저녁을 먹어야지요. 제주도민이 알려주신 인근 맛집, '도두 해녀의 집'에 가서 특물회를 시켜 먹습니다. 15000원인데요, 성게랑 전복이랑 푸짐하게 들어있어 찾아온 보람이 있네요. 평소 저의 식사 단가보다는 높지만, 일을 한 후에 이 정도의 사치는 허락해줍니다. ^^

숙소로 돌아와 뉘엿뉘엿 지는 해를 등지고, 다음 책 원고 작업을 합니다. 자판을 두들기다 손목이 아프면, 읽던 책을 펼치고, 그러다 멍하니 바다를 봅니다. 그러다 다시 노트북을 펼치기도 하고요. 책읽고 멍때리고 글쓰는 와중에 제주도 푸른밤은 저물어 갑니다. 

이곳 도미토리에는 외국인 배낭족이 많이 찾아오네요. 오늘의 룸메이트는 게리 제르맹이라는 프랑스인입니다. '아스팔트'라는 레이싱게임을 만든 게임 회사 마케팅 직원인데 휴가차 제주도에 왔답니다. 며칠 간 제주도를 돌아본 후, 이곳의 풍광에 푹 빠져있네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침대에 누워서도 조잘조잘 여행 이야기에 밤 깊어가는 줄 몰라요.

행복한 하루였어요.

제주한라대 평생 대학에서 했던 강연도 즐거웠고요. (일) 도두봉 올레길 걷기도 좋았고, (놀이) 저녁에 바닷가에서 책을 읽은 것도 좋았어요. (공부) 일과 놀이와 공부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삶, 제가 꿈꾸는 노후입니다. 퇴직 후에는 어디라도 불러주시면 달려가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요, 그 근처에서 맛난 음식과 멋진 풍광을 즐기렵니다. 그런 다음 저녁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요. 그렇게 하루하루 늙어가는게 꿈입니다.

노후에 하고 싶은 일은, 지금 당장 해봐야 합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조금씩 연습을 해야하거든요.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는 제주도,

제게는 일과 공부와 놀이가 있는 꿈의 섬이에요.

언제 어디서라도, 일과 공부와 놀이가 하나되는 삶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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