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봄, 마님과의 제주 여행 2일차

 

도미토리를 같이 쓰는 방친구들은 아직도 깊은 잠에 빠진 새벽 5, 혼자 조용히 일어나 아침 산책을 갑니다.

 

 


바다 위로 동이 터오는 하늘이 예뻐요. 서울에서는 하늘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눈높이에서 가리는 건물들이 너무 많아요. 서울을 벗어나면 하늘이 절로 보여요.

 

 

도두봉 공원 산책로, 바다를 낀 야트막한 언덕을 오릅니다. 올레 코스 중 일부인데요. 올레는 종일 걸어도 좋지만 이렇게 일부만 잠깐 걸어도 참 좋네요. 새벽 5시, 바닷길 산책으로 시작하는 하루!

 

 

 

 

등대까지 걸어가 동네 한바퀴를 돌고 숙소로 가니 아침 7시. 게리와 막심은 아직도 자는 군요. 막심은 어제 밤 늦게 체크인한 러시아 친구에요. <브런치 안 힐링하우스>는 부킹닷컴 리뷰가 좋은 덕인지 외국인 배낭족들이 많네요.

 

영어 공부에 한창 빠졌을 때 만났다면, 1일 가이드를 자청하고 함께 놀러다녔을 텐데요. 여행 중 말이 잘 통하는 친구를 만나면 내가 이미 갔던 곳이라도 한번 더 같이 가고 그랬어요. 같은 장소도 다른 사람과 보면 또다른 느낌이거든요. 무엇보다 영어가 미숙한 사람에게 말을 잘 받아주는 좋은 말동무를 만나면 참 고맙거든요.

제주도에서 외국인 배낭족을 만나려면 숙소의 영어 리뷰를 체크해보세요. 재미난 인연을 만날 수 있어요. 어제밤 10시 넘어 셋이서 영어로 수다를 떨다 비슷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저만 혼자 다섯시에 일어난 걸 보면, 역시 나이는 못 속이겠네요. 나이 들어서 그런가, 새벽잠이 없어요. 아니면 새벽에 글을 올리는 블로거의 오랜 습성이 몸에 밴 건가? 역시 습관이 무서워요.


제가 즐기는 배낭족의 아침 식사.

 

게스트하우스에서 보통 토스트 식빵과 계란과 야채를 준비해 놓지요. 식빵 두쪽을 굽고, 계란 프라이를 해서 야채를 올리고 마요네즈를 뿌리면, 초간단 에그 샌드위치 완성!

 

전국에 게스트하우스가 생기고 있으니 나이 들어서는 전국 게스트하우스 순례를 다니며 외국인 배낭족들에게 1일 관광가이드를 하며 살아도 좋을 것 같아요.

 

 

이제 공항에 마님을 모시러 갑니다. 저는 목요일부터 휴가를 내고, 아내는 금요일부터 휴가입니다. 둘이서 섭지코지로 가요. 이곳에서 아내의 선배가 결혼식을 올리거든요. 

  

 

예식장소는 휘닉스 아일랜드에 있는 민트 레스토랑. 짠돌이인 저와 가격대는 맞지 않는 고급 레스토랑이지만, 기품 있는 마님을 모시기엔 부족함이 없는 장소입니다. ^^ 민트 레스토랑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여있어 풍광이 아름답습니다. 신랑 신부가 마흔 일곱살의 동갑내기인데요. 정말 보기 좋네요.

 

 

20대 첫 직장에서 만난 후, 각자 유학을 떠나고 외국에서 일하느라 3,40대를 바쁘게 보냈어요. 미국 와튼 스쿨에서 공부한 신부는 훗날 싱가포르에서 일하기도 하고 지금은 미국 LA에서 살면서 첨단 메디컬 회사를 다닌답니다. 영어가 되는 사람의 삶의 행로는 정말 국제적이군요. 신랑은 회사 그만두고 프랑스로 건너가 코르동 블루에서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네요. 정말 멋지게 사는 분들이에요.

 

30대, 40대, 꿈을 좇아 세계 방방곡곡을 다닌 두 사람이 좋은 친구로 지내다 이제 부부의 연을 맺습니다. 

 

 

마흔 일곱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신부와, 아직도 장난기가 얼굴에 가득한 신랑의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100세 시대, 결혼의 의미는 이제 '지속 가능성'에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빨리 하느냐가 더 이상 문제가 아니에요.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가 문제지. 100세 시대에 결혼을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 어쩌면 나이가 들어 하는 결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혼을, 반드시 20대 30대에만 하라는 법은 없어요. 40이나 50에도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어요. 40에도 공부의 열정을 불태우고, 50에 세계일주를 꿈꾸며, 60에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도 있거든요.

 

마흔 일곱의 나이에 혼인 서약을 맺는 신랑 신부를 보니, '아, 인생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방 강연을 갈 때는 휴가를 내어 하룻밤 자고 다음날 아침 근처 산이나 바다, 강변을 걷다 옵니다. 어찌보면 이것도 외박인데, 아내는 싫은 기색을 하는 법이 없습니다. 저에겐 가끔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아는 거지요. 

 

 

 

역마살이 낀 남편을 만나 17년을 참고 살아오신 우리집 보살님.

저같은 철부지에겐 역시 마님 밖에 없네요.

 

내일은 간만에 마님을 모시고 여행 가이드를 하려고요.

 

제주도 숲길 여행,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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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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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 2017.06.23 06: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아니에요. 아직 젊으신데요.뭘... 저도 언능 아침형 인간이 되야 하는데 그래야 멋진 일출도 보고 하는데.. 점점 잠이 더 많아지니.. ^^ 결혼식 참석도 하셨군요. 결혼이든 공부든 이제 정해진 나이라는게 크게 의미는 없는거 같아요. 그래서, 영어공부를 늦었지만 빠르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음.... 그게 쉽지는 않네요. 그래도 나중에 외국어 2~3 가지는 꼭 마스터해보고 싶네요. 와~~ 마님과의 셀카사진 정말 잘 어울리세요. ^^ 그 동안 PD님 셀카사진 볼때마다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제 완전체가 된 느낌이에요. PD님은 마님과 있을때 더 표정이 밝고, 좋아보이네요.^^ 앞으로도 미인이신 마님과의 셀카 사진 10002 올려주세요.

    제주도 숲길 가고싶은데 정말 많은데, 어디가셨을지 벌써 궁금하네요.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

    ----------------------------
    #영화보다_생각나네
    #겟아아아_아아아웃
    #김PD님_괴롭히는
    #김장겸은_물러나라
    #물러나라_물러나라
    #질기고_독하고_당당하게

    • 김민식pd 2017.06.24 07: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ㅎ 10002 올려야 하겠군요. 마님은 셀카 사진을 별로 안 좋아하셔서.... 내가 그 정도 미모라면 허구헌날 사진만 찍으면서 다닐 것 같은데 말이지요. ^^ 매일 섭섭이 님의 댓글을 보는 낙으로 시간을 보내는데요, 이러다 너무 익숙해져서 섭섭이 님이 댓글 안 다시면 섭섭할 것 같아요. 섭섭해도 좋으니, 언젠가는 섭섭이 님도 길~게 여행 다녀 오시어요. 그 여행 이야기를 또 나눠주시면 좋겠네요. 매일, 고맙습니다!

    • 섭섭이 2017.06.28 07: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섭섭이가 PD님 섭섭하지 않게 댓글도 꾸준히 쓰고, 섭섭이의 여행기도 나누도록 할께요. ^^

  2. crystal 2017.06.23 07: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너무 멋진 신랑 신부네요~결혼식 장소도 너무 예뻐요 ~~역시 아름다운 섬 입니다 제주도 ^^

  3. 방디아이 2017.06.23 08: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내 고향 동네다.
    섭지코지는 저희 집에서 걸어서 20분... 소풍가던 곳이죠. 개발이 되기전 참 좋은것인데.
    즐거운 시간 보내고 오세요.^^

  4. 토니빠 2017.06.23 09: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일 아침 pd님 글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좋은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제주에서 멋진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 김민식pd 2017.06.24 07: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행 다녀와서 2,3주 정도 묵힌 후, 글을 올립니다. 다만 리얼 타임의 느낌을 드리기 위해 시제는 오늘, 내일로 쓰는데요, 여행지에서 바로바로 글을 올릴 정도로 글을 잘 쓰지는 못해요. 여행지에서는 간단한 메모만 하고 여행에 충실하려고 노력하지요. 응원, 고맙습니다!

  5. 앵초 2017.06.23 11: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pd님 글 읽으면 힘이나고 재밌게 살고 싶어져요 감사합니다.^^

  6. 이칼수 2017.06.23 11: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글 읽고 나면 저도 남편과 따로 여행을 떠나고 싶네요.
    그만큼 전염력이 좋은 글을 쓰신다는 것이죠. 피디님도 멋지시고 사모님도 넘 아름다우세요.

    그러니 절대 외모를 비하하지 마세요. 지금은 지성을 겸비한 멋진 피디님이시니까요..^^

    • 김민식pd 2017.06.24 07: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 이렇게 아름다운 말씀을! 네, 코미디 피디로 오래 일하다보니 가장 편안한 개그가 자학 개그가 되었어요. 함부로 다른 이의 약점을 가지고 놀릴 수도 없고, 우리 나라에서는 힘있는 사람에 대한 풍자도 안 먹히는 편인지라... ^^ 괜히 엄살 부리는 게 아니라, 실물을 보시면.... 쿨럭!

    • 방디아이 2017.06.24 08:29  댓글주소  수정/삭제

      실제 모습도 잘생겼어요. 작은 얼굴에 맑은 두 눈동자!
      웃을일이 별로 없을 요즘 늘 웃는 모습이 멋지십니다.

    • 김민식pd 2017.06.28 06: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 고맙습니다. 어떤 싸움이든, 즐거워야 더 오래간다고 믿습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