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자전거 일주 4일차
3일차 숙소, 표선이나 성산일출봉에 게스트하우스가 많은데 굳이 세화까지 올라온 이유는, 4일 낮 12시 반 비행기로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10시까지는 자전거 반납을 마쳐야해서 3일차에 최대한 밟았어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군요. 다행히 큰 비는 아니어서 그냥 비를 맞으면서 달렸습니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누가 자신은 늙고 병들면 스스로 생을 버리고 싶다고 했더니, 어떤 분이 그랬어요.
"생로병사가 모두 모여 인생인데, 앞에 좋은 것만 취하고 뒤에 것은 버린다는 건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어쩌면 늙어가고 병들고 죽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인생에서 배우는 것도 있지 않을까?"
여행도 그렇습니다. 좋은 날씨, 좋은 경치만 쏙 빼먹고 내뺄 수 없어요. 여행에서 고난이 닥치면 깨달음이 오고 배움이 생깁니다. 비가 와도 달립니다. 인생이든 여행이든, 무엇이 오든 그냥 다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고.
평소 짐받이에 묶어둔 배낭은 방수커버를 씌우고 등에 메고 달립니다. 제 배낭은 정말 가벼워요. 짐이 별로 없거든요. 여행이 즐거우려면 배낭이 가벼운 게 우선입니다. 어딜 가든 얇고 가벼운 윈드자켓 하나 꼭 챙겨갑니다. 비 올 땐 방수가 되고요, 바람이 찰 땐 방풍이 되고, 무엇보다 갑자기 기온이 내려갔을 때 보온이 됩니다. 다리가 젖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바퀴를 통해 튄 빗물에 많이 젖거든요. 중요한 건 상체의 보온입니다. 체온이 1도 내려가면, 면역력이 30% 떨어진다고 하니까요. 우중 라이딩에서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안경에는 왜 와이퍼가 없을까요?'
뒤로 보이는 정자는 지난번 태풍에 많이 기울었네요. 자연의 힘 앞에서 겸손해집니다.
드디어, 마지막 인증센터! 함덕 서우봉 해변입니다. 비를 맞고 달린 보람이 있습니다. 이로써 제주도 환상 자전거 일주도로 완주! 이제 제주시까지 달려 그곳에서 자전거를 반납하고 근처 목욕탕에서 씻고 옷을 갈아입습니다. 비에 젖은 양말을 갈아신지 않으면 비행기 기내에서 원성이 자자할듯 합니다. ^^
4일차 코스는
세화 항구 - 김녕 해수욕장 - 함덕 서우봉 해변 - 삼양검은모래 해변 - 제주목관아
40킬로 (3시간 거리)입니다.
제주도 자전거 일주, 확실히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것이 좋네요. 제주 - 애월 - 송악산 - 서귀포 - 표선 - 성산일출봉 - 김녕 이 코스로 도는 걸 추천합니다. 바다 전망이나 바람의 방향, 도로 사정 모두 이편이 나아요.
자전거 대여시 체크할 점 2가지.
1. 중간 반납이 가능한지 꼭 물어보세요.
제가 빌린 '보물섬 하이킹'의 경우, 제주도 어디서든 중간 반납이 가능했어요. 지정된 반납 장소 (예: '해녀박물관 주차장')에 자전거를 갖다두고 잠근 후 사진을 찍어 보내고 1만원을 입금하면 됩니다. 아름다운 경치에 빠져 그냥 멈추고 싶을 수도 있고, 비행기 시간에 못 맞출 수도 있고, 폭우가 쏟아져서 라이딩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 가급적 중간 반납이 가능한 가게에서 빌리세요. ('보물섬 하이킹' - 자전거의 상태나 서비스, 공항으로부터 거리, 대여 가격 등 모든 점에서 만족스러웠어요.)
(보물섬 홈피)
2. 브레이크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보통 자전거를 빌릴 때, 얼마나 잘 달리는지 확인합니다. 더 중요한 건 얼마나 잘 서는지 입니다. 브레이크를 잡았을 때, 한번에 콱! 멈추는 것도 문제고 (내리막에서 뒤집힐 수도 있어요.)
브레이크가 안 들어 힘껏 당겨도 계속 밀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악력의 강약조절에 따라 내리막에서 서서히 속도를 줄이기도 쉽고, 긴급 상황에서 급정거도 가능해야합니다. (참고로 자전거 브레이크는 뒷브레이크를 메인으로 쓰시고, 앞브레이크는 급제동시 양쪽 다 잡을 때 씁니다.)
자전거나 사람이나 잘 나가는 건 실력이 아니에요. 잘 나가는 건 운이 작용한 덕이지요. 멈출 때를 알고, 제때 멈추는 게 진짜 실력입니다.
총경비
왕복 항공권 86000원
자전거대여 11000×4일=44000원
숙박 1일 평균 25000원 X 3일 = 75000원 (조식 포함)
식비 1일 15000원 X 4일 = 60000원 (중식 석식)
기타 경비 1일 5000원 X 4일 = 20000원 (간식)
3박4일간 28만원 정도 썼구요.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여행이었어요. 자전거 라이딩 자체가 최고의 놀거리니까 굳이 박물관을 가거나 관광명소를 들를 이유가 없고요. 피곤해서 밤에 일찍 자니 유흥비도 별로. ^^
제주도 환상 자전거 일주,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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