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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제주도 올레 대신 자전거!

by 김민식pd 2016. 10. 25.

제주도 자전거 일주 2일차

 

아침을 먹고 자전거 페달을 밟자 바로 바다가 보입니다. 오늘도 하루 종일 바다 구경하는 날이군요. 차귀도가 보이는 해변을 지나갑니다. 바닷가에서 반건조 오징어를 만들고 있어요.

오징어 말리는 할머니께 얼마냐고 물었더니 10마리에 3만원이라고 하시더군요. 혼자 자전거 여행중이라 많이 먹지도 못하고, 들고 다니기도 힘드니, 만원에 3마리만 샀습니다. 반건조 오징어는 자전거 탈 때 최고의 행동식입니다. 초코바나 사탕은 양손으로 들고 까야해서 라이딩 중에 먹을 수 없어요. 오징어는 먹기좋게 잘라 프레임 가방에 비닐째 넣어두고 손쉽게 꺼내 먹을 수 있습니다. 입이 심심하거나 배가 허전할 때 최고예요.

프레임 가방은 폼이 나지 않아 라이더들은 좋아하지 않지만, 여행할 땐 참 편합니다. 배낭은 짐받이에 줄로 꽁꽁 묶어둔 탓에 수시로 열 수 없거든요. 휴대폰이나 지갑, 보조 배터리 등은 이렇게 가방에 넣어두면 여행 다닐 때 편해요. 당일치기 여행의 경우, 저 가방만으로 충분합니다.

수월봉에 올랐습니다. 제주도는 화산섬이라 특이한 모양의 지형이 눈길을 끄는데요, 저 바위는 꼭 큰바위 얼굴 같아요. 눈을 감은 아저씨가 지긋이 바다를 보는 것 같지 않나요?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거인 같기도 하고요.

바닷가 정자를 만나 쉬는데 동네 할머니 한 분이 그러시네요.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어쩌면 돌고래를 볼 수도 있으니 바다를 잘 살피면서 가시구랴."

모슬포와 대정 사이 바다가 특히 돌고래가 자주 나오는 곳입니다. 저는 못 봤지만, 다른 분들 쉬실 때는 바다를 유념해서 살피시기를.

송악산에 도착해 4번째 스탬프를 찍습니다. 송악산은 올레를 걸을 때 풍광이 예뻐 특히 좋아하는 곳입니다.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었으니, 또 맛난거 하나 먹어야지요. "해산물 한 접시 만원!"하시기에, 오홀! 하고 앉았는데 양이 너무 작아요... ㅠㅠ 혼자 다니면 맛난 거 먹기가 좀...

 

2일차 코스에는 모슬포에서 서귀포 가는 구간이 있는데요. 언덕이 연달아 아홉 개가 나옵니다. 체력적으로 좀 힘든 코스라 든든한 전투식량 보급이 필요합니다. 다시 자전거를 달리다가 '생선구이 1인분 9900원'이라는 간판을 보고 식당에 들어갔어요. 유명 관광지에서 동떨어진 외딴 곳인데 주차장에 차가 많으면 바로 들어갑니다. 맛 있네요, 역시!

먹었으니 또 열심히 페달을 밟습니다. 산방산을 지나 1132번 해안 일주도로를 만납니다. 자전거 도로는 이제 당분간 차도 옆 자전거 전용 차선을 달립니다.

중간에 화단으로 길이 나뉘어 있어 차로부터 안전합니다. 옛날 대학원 시절, 여름 방학에 제주도 자전거 여행 온 기억이 있어요. 95년 당시에는 서귀포까지 왔다가 그냥 포기했어요. 바다가 보고 싶어 왔는데 자동차 일주 도로만 탔거든요. 도로에서는 바다가 잘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마을길로 빠지면 외딴 골목에서 길을 잃고... 그 시절 생각하니, 작년 11월에 개통한 제주도 환상 자전거 일주 도로가 얼마나 고마운지! 찻길, 바닷길, 마을길, 산길 골고루 나있어 타는 재미가 있네요. 세월이 흐르면서 이렇게 좋아지는 것도 있군요.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에요.

'건강과 성' 박물관이 길 옆에 보입니다. 아, 가보고 싶다! 92년도에 유럽 배낭 여행 시절 암스테르담 섹스 뮤지엄에 간 적이 있어요. (내 안의 음란마귀 ^^)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자유로운 성의 표현이 무척 재미있었어요. 옛 추억을 떠올리며 이곳도 들르고 싶긴 한데... 의상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자전거 라이딩 용 쫄쫄이 바지를 입고 있는데, 관람하다가 혹시.... 어험!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

자전거 길 가는 곳곳마다 다음 스탬프까지 남은 거리를 표시해줍니다. 카운트다운하면서 달리는 맛이 있어요. 중문 단지를 통과해 강정마을을 지나 서귀포까지 갑니다.

오늘 묵을 곳은 서귀포 천지연폭포 입구 사거리에 위치한 구덕 게스트하우스입니다. 부킹 닷컴에서 도미토리 요금이 17500원이라기에 냉큼 예약했습니다. 자전거를 실내에 보관할 수 있어요. 1층 휴게실에는 외국인 배낭족도 있더군요. 

4인실인데 오늘도 손님이 없어 저 혼자 독방 씁니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뛰어난 숙소.

자전거 길 바로 옆에 있어 찾아오기도 쉽고요. 옥상 휴게실에서 저 멀리 세연교랑 바다도 보입니다.

이상해요. 이렇게 싸고 좋은 숙소에 왜 사람이 없지? 제주도는 4,5월과 9,10월이 좋습니다. 비록 평일이긴 하지만 성수기인줄 알았는데, 숙소가 텅텅 비어있네요.

주인장께 물어보니, 요즘은 올레꾼이 좀 드물답니다. "왜 그렇지요?"

"할 사람은 이미 다 했나봐요. 오히려 요즘은 자전거 여행객이 많아지고 있어요."

올레의 인기가 시들해진 건지, 굳이 제주도에 오지 않아도 전국 방방곡곡에 길이 생겨 갈 데가 많아진건지 잘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 올레를 걷다가 10코스에서 그만 둔 이유는, 한번에 3,4일씩을 걸어도 제주도의 일부밖에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렇다고 산티아고처럼 한 달 씩 시간을 내기엔 그렇구요. 한 달이 비면, 해외로 가야지요. 네팔 안나푸르나든 파타고니아든. 이번에 해보니 앞으로는 올레꾼 자리를 자전거 라이더들이 차지할 것 같아요. 주말을 끼고 4~5일이면 제주도 전체를 한 바퀴 돌 수 있다는 게 큰 강점이지요.  

사장님은 다음에 오면 스쿠터로 또 한바퀴 돌아보라고 하시네요. 한여름에는 자전거를 타기에 제주도가 너무 덥다고. 여름 방학엔 시원한 맞바람 맞으며 달리는 스쿠터도 좋다고. 단 10월 이후, 3월 전에는 바람이 차서 스쿠터가 좀 힘들 수도 있다는...

저는 제주도 매니아에요. 올해만 벌써 3번째 왔군요. 걷기도 하고, 차를 빌리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기도 하는데요. 교통수단이 바뀔 때마다 풍광이 달라져요. 이렇게 여행하기 좋은 곳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2일차 코스는요. 

차귀도 - 모슬포항 - 송악산 - 산방산 - 중문단지 - 강정마을 - 서귀포 

65킬로 (4시간 반 거리)를 달렸네요. 모슬포에서 중문 사이 고갯길이 많아 여유있게 시간을 잡고 달리시는 편을 권합니다.

그럼, 내일 3일차 여행기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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