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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이거슨 교육계의 괴담일까?

by 김민식pd 2017. 12. 6.

요즘 교육에 대해 고민이 많습니다. 교육학자 이혜정 교수가 쓴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를 읽고 더 그래요. 이 교수의 큰 아이는 어려서부터 디즈니 채널에 빠져 살았고, 그 덕에 영어로 소통을 조금씩 하더랍니다. 좀 더 체계적으로 영어 공부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영어 학원에 보내는데요. 유튜브를 보며 놀 때는 영어를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던 아이가 정작 영어 학원은 힘들어하더랍니다. 문제가 뭔지 궁금해 학원에 직접 찾아가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재를 봤더니... 세상에, 초등학교 4학년에게 가르치는 영어 지문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었답니다. 저자가 가르치는 서울대 학생들도 <국부론>을 원서로 읽는 것이 버거운데 말이지요. 저도 몇년 전 아내와 함께 통역대학원 졸업한 부부끼리 넷이서 영어 원서 독서 모임을 만들고, 당시 <국부론>을 읽은 적이 있는데요, 쉽지 않은 책이었거든요. 통역사도 힘든 교재가 초등 아이들의 영어 원서 교재라니, 황당해하는 이혜정 교수에게 학원 원장이 하는 말이 더 가관이에요.

"국제중 지원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합니다. 어머니께서 너무 세상 물정을 모르는 말씀을 하시네요."

 

책을 읽으면서 저는 계속 눈을 의심했어요. 이건 누군가 지어낸 도시괴담이 아닐까? 교육학자가 직접 겪은 일이라니 믿기지 않더군요. 저자의 큰 아이가 중학교에 가면서 두번째 문화충격을 겪습니다. 아이가 놓친 준비물을 챙겨다주려고 아이 학교에 갔더니 교실이 웅성웅성하더랍니다. 쉬는 시간인줄 알고 뒷문을 살짝 열었는데 선생님이 수업을 하는 중이더랍니다. 깜짝 놀라 얼른 문을 닫고 다시 보니, 선생님은 마이크로 교과서를 빠르게 읽고, 40명쯤 되는 반 아이들 중 30명은 책상에 엎드려 자거나 떠들거나, 심지어 교과서가 아닌 다른 책을 꺼내놓고 공부하고 있더랍니다. 큰아이가 나중에 그래요.

 

"늘 그래요. 어떤 애들은 수업 시간에 학원 숙제를 하고 어떤 애들은 집에서 밤늦게까지 학원 숙제를 하다가 수업 시간에는 피곤해서 자요."

 

놀라운 사실은, 내가 어렸을 때는 수업 시간에 잘 집중을 해야만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렇게 딴 짓을 하는 아이들 중에는 성적이 좋은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었다.'

(175쪽)

 

가끔 대학에서 특강 요청이 옵니다. 특강에 가면 수업 시간에 뒤에서 노트북으로 다른 작업을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아요. 자는 것도 아니고 뭔가 열심히 다른 일을 합니다. 앞에 서서 강의를 하는 저로서는 기분이 좀 상합니다. 나름 열심히 강의를 준비해 갔는데 처음부터 아예 관심이 없는 학생도 있어요. 어떤 대학의 교양 특강에 갔더니, 2시간 내내 옆 사람과 잡담하는 학생도 있었어요. 제가 하는 특강은 성적과 관계가 없거든요. 그냥 출석해서 자리만 지키면 됩니다. 그 시간에 내가 하는 말을 듣느니, 다른 과목 과제를 열심히 하면 학점은 더 잘 나오겠지요. 

 

저는 대학 특강보다 성인 독자 대상 강의가 훨씬 더 즐거워요. 의무적으로 학점을 채우기 위해 강의실에 앉아있는 사람과, 평일 저녁 퇴근 후 시간을 내어 달려온 사람은 그 자세가 다르거든요. 저는 어떻게 사람이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2시간 내내 딴짓을 하고 있나, 의아했는데요.  이 책을 읽고 이해했어요. 어려서부터 학원에서 선행수업을 받고,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하는 게 지금 세대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 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저는 학창 시절 공부가 재미없었어요. 진짜 공부는 어른이 되어 스스로 마음을 내어 하는 공부가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론 평생 교육의 시대에요, 최고의 학교는 도서관이요, 최고의 스승은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 읽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는 자세로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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