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늘 책읽기를 좋아했기에,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책을 내는 날을 꿈꿨습니다. 그렇지만 제 책의 판권이 해외에 팔리는 날이 올 거라고는 감히 꿈도 못 꿨어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가 대만에 번역 출판된다는 소식에 뛸듯이 기뻤습니다. "세상에, 이게 꿈이야 생시야!" 편집자님에게 그랬지요. '대만판 서문은 필요하지 않나요? 이 반갑고 고마운 마음을 대만 독자분들에게도 전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써봤습니다.
대만 독자 여러분에게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의 원고를 쓴 건 2015년 남미 배낭여행 덕분입니다. 한 달 일정으로 아르헨티나와 칠레를 돌아보다 문득 생각했어요. '나이 마흔 여덟에 혼자 이 먼 곳까지 와서 여행을 자유롭게 즐기는 것은 다 스무 살에 공부한 영어 덕분이구나.' 그때 영어를 잘 하는 쉬운 방법을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행 도중 저는 대만에서 온 새 신랑을 만났어요.
엘 찰텐에서 엘 칼라파테로 가는 버스 안에서 동양인 여행자가 제 옆에 앉았어요. 지구 반대편에서 동양인을 만나니 반갑더군요. 중국어로 인사를 건넸다가 친해졌어요. "남미에는 어떻게 온 거야?" 하고 묻기에 "파타고니아 트레킹 때문에 왔다고 했지요." 그는 남극으로 신혼여행을 간다고 했어요.
"남극에 신혼여행 간다는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야."
"그러잖아도 대만에서 친구들이 다 저보고 '미친 신랑'(?)이라고 놀려요. 늘 남극에 여행 가는 게 꿈이었는데, 공무원 신분으로 장기간 휴가를 내기가 쉽지 않았어요. 예비 신부에게 허락을 구했지요. 신혼여행을 남극으로 가면 어떻겠냐고. 주위에서는 '허니 문'이 아니라 '콜드 문'이라고, 그 추운 곳에 무슨 신혼여행이냐고 난리입니다."
한국에서 온 시트콤 피디랑, 대만에서 온 새 신랑이 영어와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었어요. 그가 어느 순간 묻더군요. 어디서 영어를 배웠기에 그렇게 유창하냐고. 혼자서 책을 외우면서 공부했다고 말하니, 그 비결을 궁금해 하더군요.
"그러잖아도 다들 제가 영어 공부한 방법을 궁금해 하기에 이번에 책으로 써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영어를 잘하는 방법이 있다니 나도 궁금합니다. 책이 나오면 대만에서도 나오면 좋겠네요."
올해 초, 한국에서 나온 책이 대만에서도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친구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대만은 저에게 특별한 인연의 나라입니다. 저의 연출 데뷔작인 시트콤 <뉴논스톱>이 해외에서 가장 먼저 인기를 얻은 게 대만이었고요. 2015년 드라마 <여왕의 꽃>을 제작할 때, 가오슝에서 2주간 해외촬영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그때 대만의 아름다움과 대만 사람들의 친절함에 반해버렸지요. 2016년 가을에는 휴가를 얻어 열흘 간 타이베이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블로그에 타이베이 여행기도 올렸고요. 제가 좋아하는 나라, 대만에서 제 책이 출판된다니 기쁩니다. 번역해주신 분과, 출판사 관계사 여러분께도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모쪼록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통해 독자 여러분의 영어 공부도 더 즐거워지기를 바랍니다. 언젠가 또 여행을 즐기다 제 책의 독자와 우연히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고맙습니다!
이제는 대만 독자도 함께 읽는 책입니다. 아직 읽지 못한 한국 독자분이 있다면, 서점으로 달려가보아요. 전국 서점 절찬리 판매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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